[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수입 제재가 이어지면서 철강업계의 숨통이 다소나마 트이고 있다.
지난해는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중국산 철강재의 국내 수입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유통가격의 하락과 국산 제품의 판매 저하를 불러왔다. 건설, 조선 등 전방산업 부진으로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중국산 철강재가 물밀듯 들어오면서 이중, 삼중고에 처했다.
게다가 일부 중국산 저가 철강재는 원산지 표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함량이 미달돼 시설물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업계는 저품질의 중국산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며 정부에 살 길을 호소했으나 무역분쟁 등의 우려로 벽에 부딪혔다.
그러다 중국 정부가 1월1일부터 자국의 일부 철강재에 대한 수출 환급세를 폐지하며 살 길이 트였다. 그간 중국 철강업체들은 철강제품에 소량의 보론(붕소)을 첨가해 합금강으로 둔갑 수출함으로써 정부가 합금강에 주는 9∼13%의 환급혜택을 2010년 7월부터 누려왔다. 사실상의 수출 지원금.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중국 내수 유통가격보다 10% 이상 낮은 가격으로 활로를 뚫을 수 있었다.
이번에 수출 환급세가 폐지된 품목은 보론강 후판·열연박판, 보론강 열연협폭코일, 보론강 선재, 보론강 봉강 등 4종으로 보론강의 환급률은 당초 9∼13%에서 0%로 조정됐다.
지난해 중국산 보론강 후판·열연박판 수입은 204만5000톤, 보론강 열연협폭코일 3만1000톤, 보론강 선재 79만5000톤, 보론강 봉강은 130만6000톤 등 총 417만6000톤이 수입된 것으로 한국철강협회는 추정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전체 철강재 물량의 31.2% 수준이다.
업계는 이번 중국의 수출 환급세 폐지로 환급 품목인 보론강 후판·열연박판, 열연협폭코일, 선재, 봉강의 중국 수입량이 감소하고, 증치세 환급 폐지가 모두 반영될 경우 수입단가가 최대 15%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달 23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는 중국산 H형강 제품이 정상가격 이하로 수입돼 같은 제품을 판매하는 국내 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단, 잠정 덤핑률 17.69~32.72%의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렸다. 앞서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지난해 5월30일 중국산 H형강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고, 무역위는 7월부터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H형강은 건축물의 기둥과 지하철, 교량 등의 기초용 말뚝으로 사용되는 건설 자재다. 국내 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 2조5000억원 수준이며, 이중 중국산이 30% 안팎을 차지한다. 지난해 11월까지 중국산 H형강은 전년 동기 대비 14.1% 증가한 87만톤이 수입됐으며, 이는 전체 수입량의 92.4% 수준이다.
업계는 일제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당초 업계가 요구한 덤핑률은 21% 수준으로,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관세율이 부과되면서 화색이 돌았다. 그만큼 정부도 국내 철강업계의 어려움을 인식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최종 판결까지는 최대 5개월가량이 소요될 수 있어 불씨는 남아있는 상태다. 중국 철강업체들이 최종 판결 이전에 물량을 대량으로 쏟아낼 수도 있다.
무역위의 본조사가 원활하게 진행될 경우 오는 3월이면 최종판결이 예상되지만 한 차례 조사가 연장(2개월)될 경우 5월까지 미뤄질 수 있다. 지난달 기준 중국산 H형강이 국내산에 비해 톤당 15만원가량 저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판결이 지연될수록 국내 철강업계의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최종 판결에서 덤핑률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지난해 중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품목마다 한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달라 최종 판결까지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편 중국산 H형강에 대한 반덤핑 판정이 확정될 경우 봉형강 및 후판 매출 비중이 높은
현대제철(004020)과
동국제강(001230)이 가장 큰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누적 기준 현대제철의 봉형강 매출 비중은 27%, 동국제강의 봉형강 및 후판 매출 비중은 53%로 집계됐다.
오일환 철강협회 상근 부회장은 “향후에도 반덤핑 조사 중인 H형강과, 보론강 열연광폭코일 등 타 품목의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 협회 내에 가동 중인 철강 산업 비상대책반 체제를 유지하고, 향후에도 한·중 협회 및 업계 간 대화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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