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현장을 가다)사양길 접어든 신촌, 옛 명성 찾을까
주민들, 상권 약화·대학생 이탈로 생계 우려
서대문구 "임대료 안정화·주거환경 개선 계획"
2015-01-09 13:46:03 2015-01-16 15:07:37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연세대와 이화여대 앞은 서울의 대표적인 대형 상권지역이다. 큰 길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많이 오가고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큰길을 조금만 벗어나면 완전히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지난 7일 오후 1시경 이화여대길에서 국철 방향 골목길로 들어가보니 대낮인데도 사람이 없었다. 골목 안 가게 중 문을 연 곳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문을 열지 않은 곳들은 낮 동안 장사를 포기했거나 새로운 입주자를 찾고 있었다.
 
신촌동에서 작은 점포를 하는 김주철(가명)씨는 "옛날에는 신촌에서 장사가 다 잘됐다. 그런데 홍대 상권이 유명해지고 사람들이 그쪽으로 몰리면서 신촌 상권은 많이 위축됐다"고 알려줬다.
 
◇지난 6일 신촌 철길 주변 골목 전경. 오후 1시인데도 문을 연 가게가 적다. 문을 닫은 곳은 낮 영업을 포기했거나 새로운 입주자를 찾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서대문구 "신촌, 정체성 없는 상업가 전락"
 
서대문구청은 신촌역과 이화여대역, 연세대와 이화여대 사이 신촌동 2.63㎢를 지난해 서울형 도시재생시범사업 지역으로 신청했다. 이 지역이 과거에 명성이 높았지만 서대문구청은 쇠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새로운 유행을 선도했지만 지금은 비싼 임대료와 획일화된 프렌차이즈 업체들로 정체성 없는 상업가로 전락했다. 대학 문화의 메카였지만 연세대와 이화여대에 편의시설이 늘어나면서 대학문화와 단절됐다. 또 지역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대립되면서 주민들간 단절 현상이 심해졌고, 땅값과 임대료 상승·건축 노후화로 주거환경은 나빠졌다.
 
서대문구청은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이 지역에 대학과 지역이 상생하는 '문화-주거-상업 통합재생'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지역 경제적 자생력 확보 ▲상업경제 활성화 ▲거주환경 개선과 안정화 ▲학생-주민-상인 공동체 형성 등이 추진과제다.
 
◇상권 약해지고 하숙 감소..주민 생계 위협
 
신촌지역은 상권만 약해진 것이 아니다. 지역 주민들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하숙도 어려워졌다. 신천역로에서 창천근린공원으로 가는 길에는 하숙집이 많았다. 집 앞에는 대부분에는 빈 방이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이곳 주민인 강명숙(가명)씨는 "예전에는 빈방이 있다는 안내문을 붙일 필요도 없었다. 대학생들이 많아 방이 모자랐다. 그런데 지금은 빈 방을 채우기가 너무 힘들다"고 한탄했다.
 
주민들은 대학 기숙사 때문에 하숙 사업이 어려워 졌다고 비난했다. 강씨는 "학교가 기숙사를 지으니까 이 곳에서 사는 학생들이 줄고 있다"며 기숙사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학생들의 생각은 다르다. 얼마 전까지 신촌 지역에서 하숙을 했다는 대학생 박재성(가명)씨는 "이 지역은 월세가 계속 올랐다. 지금 신림동 등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비싼 편"이라며 "자기들 욕심으로 월세를 올린 것 때문에 학생들이 줄었는데 기숙사 탓을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사고 방식이 변해서 신촌동의 하숙을 꺼린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른 대학생인 최경호(가명)씨는 "지금 대학생들 중에는 혼자 지내고 좋은 환경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사는 하숙은 인기가 없다"고 말했다.
 
◇신촌 주거지는 대부분 하숙·원룸 영업을 하고 있다. 최근 입주자들이 줄면서 주민들의 생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원룸도 양극화.."비싸도 새곳 선호" 
 
신촌에서 원룸들도 명암이 갈린다. 사생활이 있기 때문에 하숙보다는 찾는 사람이 많지만 시설이 좋은 새 원룸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낡고 시설이 현대적이지 못한 원룸은 하숙처럼 입주자를 구하기 어렵다. 주거지역에서 가게를 하는 조영주(가명)씨는 "이 주변에 사는 학생들이 줄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새 원룸들은 입주자를 금방 찾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위치와 시설이 좋은 원룸은 비싼 가격도 임대에 장애가 안된다. 예를 들어 신촌 자이엘라는 월세가 80~130만원이나 하는 고급 오피스텔이다. 이곳 1층에 있는 자이엘라 부동산 관계자는 "입주 계약이 꾸준히 되고 있다. 연세대와 이화여대에 입학하는 지방 학생들 중 생활 형편이 좋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하숙집과 오래된 원룸들이 많은 주거지역은 주변 환경도 나빠 학생들에게 더 외면받고 있다. 이날 신촌동을 취재할 때 길에 버려진 쓰레기 뭉치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았다. 무단 투기 금지 구역이라는 표지 앞에도 많은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어 입주자들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 대학생 정민정(가명)씨는 "도시재생시범사업에 따라 환경 개선정책이 추진된다면 쓰레기 문제가 꼭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촌역 주변 주거지 골목에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다. 이 지역에서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사진=뉴스토마토)
 
◇서대문구 "도시재생사업 주민의견 적극 수렴"
 
실제로 도시재생시범사업 구역으로 선정 된 후 서대문구청에 지역 상권 회복과 하숙·원룸 운영 주민의 고충을 해결해 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이 많았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지난해 2월 신촌지역 평균 임대료는 광화문역 주변 상권보다 높고, 권리금은 서울 시내에서 가장 높았다"고 평가했다. 높은 임대료와 권리금 때문에 당시 신촌 매장 공실률은 14%에 달했다.
 
임대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서대문구는 지난해 건물주 10명과 임대료 안정화 협약을 맺었다. 이후 장기계약 증가 등 성과가 있다고 보고 서대문구는 임대료 안정화 협약을 도시재생시범사업으로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또 서대문구는 하숙·원룸을 찾는 학생이 늘리는 '학생과 주민이 공생하는 신촌 하우스 조성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청년조직과 주민이 함께 노후주택 수리를 지원하는 사업, 하숙·원룸 주민들이 가구, 생활용품을 교환·재활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센터 설치, 단기간 주거지가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하는 순환형 임대주택·게스트하우스 운영 등을 계획 중이다.
 
서대문구는 "주민협의체, 자문단 등을 구성해 올해 상반기 설계용역기간 동안 정기적인 의견수렴을 하고, 주민들의 요구사업을 기존 계획된 사업들과 연계해 도시재생사업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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