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현대차의 고민은 전통적으로 노조였다. 최대 관건으로 불리는 통상임금 관련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5일 사측과 노조 모두 긴장감이 역력하다.
노조에 유리한 판결 선고가 나올 경우 현대차는 항소로 돌아설 수도 있다. 당연히 노조의 반발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제기한 3건의 집단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현대차는 당분간 소송전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허나 저작권 등 회사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근로자들과의 문제로 수년간 벌이는 소송은 이래저래 현대차에게 이로울 게 없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현대차도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하고 있다. 현대차는 법원의 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노사와 합의에 의해 도출된 사안을 충실하게 이행키로 했다.
◇현대차 안팎 통상임금 선고에 '촉각'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마용주 부장)는 오는 16일 오전 10시
현대차(005380) 노조원 윤모 씨 등 23명이 상여금·휴가비 등 여섯 항목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현대차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 대한 판결선고를 진행한다.
원고는 23명이지만 대표소송이기 때문에 선고 결과에 따라 나머지 근로자 4만8000여명에게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현대차 노사는 앞서 이뤄진 임금협상에서 통상임금과 관련해 직군별로 대표소송을 벌여 그 결과에 따라 전체 조합원에 적용키로 합의했다.
◇이제호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지난해 1월 '제2차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의 의미와 기업의 대응방안 설명회'에서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 분석 및 향후 소송 전망’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사진=대한상공회의소)
현대차 직군은 크게 영업직, 일반직, 기술직, 정비직, 연구직, 별정직, 임시직 등으로 나뉜다. 노조는 총 23명을 직군별 대표로 선정해 "상여금·휴가비 등 6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임금을 다시 계산한 다음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현대차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 임금이 약 16.8%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판결 선고는 현대차뿐 아니라 다른 사업장에서도 통상임금 분쟁의 중요한 잣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통상임금 소송에 재계의 눈이 쏠리는 이유다.
재판부도 신중을 기하고 있다. 당초 지난해 11월 선고할 예정이었지만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 변론을 재개했다.
소송의 쟁점은 2개월 내 15일 이상 일한 사람에게만 주는 현대차의 상여금 지급 시행 세칙에 대해 법원이 고정성을 인정할 지 여부다.
선고기일이 다가오면서 현대차 노조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4만8000명 조합원의 이름으로 재판부의 현명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한다"며 "통상임금 정상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훈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지난 14일부터 선고가 이뤄지는 16일까지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한다.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지난 14일부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경훈 현대차 노조위원장 (사진=현대차 노조)
◇하청근로자 "현대차 직원으로 인정하라"
대표소송인 통상임금 소송뿐 아니라 집단소송인 사내하청 근로자와의 근로자지위 소송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개인소송을 제외하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대표소송 및 집단소송은 총 4건이다. 통상임금과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이 각각 1건, 3건이다.
사내하청 근로자가 정규직과 다름 없으니 정규직으로 인정해 달라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2건은 지난해 9월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승소로 판결났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1139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거나, 파견기간이 2년이 넘을 경우 직접 고용하는 고용의사표시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시했다.
생산공정 범위에 상관없이 모두 정규직 지위를 인정했다. 법원이 자동차 업계의 사내하청을 비정규직보호법(파견근로자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 파견'으로 봐야 한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한 것이다.
재판부의 판결이 확정될 경우 현대차가 원고들에게 배상해야 할 밀린 임금과 손해배상액수는 81억원에 달한다. 현대차는 물리적으로 외부 간섭이 불가능한 공정과 외부부품업체 하도급 직원까지 파견으로 본 점을 남득할 수 없다며 재판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에 따라 두 사건 모두 서울고법으로 올라갔다. 최씨 등 55명이 낸 소송은 사건이 민사합의 15부(재판장 김우진 부장)에 배당됐으며, 강씨 등 931명이 제기한 소송은 민사2부(재판장 김대웅 부장)에게 배당돼 오는 23일 첫 변론준비기일을 앞두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이와 비슷한 취지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이 추가로 제기됐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지회) 최모씨 등 119명은 서울중앙지법에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소장을 제출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앞서 승소한 사내하청 근로자 사건과 비슷한 쟁점을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며 "판결이 나봐야 알겠지만 판례상 큰 이변이 없다면 이번 사건도 저번과 비슷한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사진=뉴스토마토)
현대차는 근로자지위확인과 통상임금 소송 모두 판결 결과와 관계없이 자구책에 따라 합의점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통상임금의 경우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노사는 오는 3월까지 임금체계를 개편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자지위확인에 대해서는 지난해 8월18일 노사가 합의한 '사내하도급 특별고용 합의'를 이행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 합의안에는 내년까지 4000명의 하도급 직원을 직영 기술직으로 채용해 사내하도급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16년 이후에도 직영기술직 채용에서 사내하도급업체 직원을 우대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법적인 해결은 최후의 수단으로 자율적인 해결이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사간 합의점을 잘 찾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어려운 부분이 있다. 반목하는 상태로 끝나지 않게 잘 마무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회사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서로 많은 진통을 겪긴 했지만 이번에도 슬기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세계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 관련 소송이 이어지는 것은 브랜드 및 회사 이미지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악재"라면서 "법원 판단에 따른 강제적인 이행보다 자율적인 합의가 회사로서는 더 이익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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