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억' 소리 나는 폭스바겐. 어색하다. 자칫 구매자 부담으로 이어지면 그간 돌풍이 꺾일 수도 있다. 프리미엄을 지향하기에는 BMW 등 비슷한 가격대의 내로라하는 경쟁사들이 즐비하다. 그럼에도 폭스바겐은 도전을 택했다.
폭스바겐은 수입차 돌풍의 선두주자였다. 골프와 폴로, 티구안 등 중저가의 실속형 차량으로 한국시장을 휘젓고 다녔다. 한·EU FTA로 관세 장벽이 걷혔고, 이는 폭스바겐에 날개를 달아줬다.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탁월한 디젤 기술력은 시장의 열광을 이끌어내는 충분조건이었다.
거칠 것 없던 폭스바겐이 이번에는 무려 1억원에 육박하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내놨다. 대중성과 프리미엄, 투 트랙 전략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일단 시장 반응은 그리 뜨겁지 않다. 아무래도 가격적 부담이 크게 작용한 듯 보인다. 친숙했던 브랜드 이미지와 높은 대중성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26일 대형 고급 SUV '투아렉'(Touareg) 신형을 공개했다.(사진=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코리아는 26일 대형 고급 SUV '투아렉'(Touareg) 신형을 공개하고 공식 판매에 작수했다. 지난 2011년 출시된 2세대 모델의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는 동시에 첨단 안전기능과 편의기능을 더했다.
우선 전체적으로 라인이 전작보다 날렵해졌다. 최신 바이-제논 헤드라이트를 탑재하고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이 4개의 수평 라인으로 변경됐다. 절제된 디자인의 크롬 장식으로 럭셔리 SUV의 이미지 또한 높였다.
또 전면 에어백과 앞·뒷좌석, 사이드 커튼과 운전석 무릎 에어백이 배치됐고, 8인치 화면이 탑재된 한국형 RNS 850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편의성을 끌어올렸다.
가격은 사양에 따라 최저 7720만원에서 9750만원으로 책정됐다. 관건은 소비자들이 최대 1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투아렉을 구매하겠냐는 점이다. 비슷한 가격대이면서도 럭셔리 이미지를 갖추고 있는 포르쉐 '카이엔', BMW 'X7' 등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이 같은 우려에도 폭스바겐코리아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폭스바겐이 내세운 투아렉의 차별점은 온로드의 안락함과 오프로드의 다이나믹한 성능을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온·오프로드를 동시에 커버할 수 있는 뛰어난 성능과 좋은 연비 등이 차별점"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투아렉의 복합연비는 10.9km/l로, 연비 효율성을 중시하는 최근 흐름에 맞지 않다. 도심과 고속도로 연비는 각각 9.9km/l, 12.3km/l다. 에너지관리공단 복합연비 기준에 따르면 4등급에 그친다. 최근 국제유가 급락에 국내 휘발유값이 1300원대까지 떨어졌다고 하지만 연비는 구매에 있어 여전히 중요한 고려 요인이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표시연비가 안 좋게 나오긴 했으나 폭스바겐 차량을 운전해 본 분들은 실제 연비가 더 잘 나온다고 말한다"고 해명했다.
◇신형 투아렉 운행 장면.(사진=폭스바겐코리아)
구체적인 판매목표까지는 제시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시장 반응을 주시하며 대응해 나가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대신 실속형과 럭셔리형 제품을 통해 SUV 왕좌를 유지하겠다는 포부는 분명히 했다.
토마스 쿨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신형 투아렉은 폭스바겐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집대성한 모델로, 그 어떤 프리미엄 브랜드의 럭셔리 SUV와 비교해도 경쟁우위를 갖추고 있다고 자신한다"라며 "투아렉 출시를 통해 수입 SUV 시장을 확실하게 장악하는 한편 최고 기술력을 갖춘 브랜드 이미지도 함께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아렉 출시로 인해 폭스바겐의 구매 계층도 넓어졌다. 폭스바겐은 간판 모델인 '티구안'·'골프'를 통해 30대 고객을 잡고, 투아렉을 통해서는 40대 초반에서 50대 중반의 구매력 있는 계층을 타깃으로 설정했다. 실속형과 럭셔리형 투트랙 전략을 구사해 구매력이 있는 30~50대를 아우른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실속형 SUV와 럭셔리 SUV에 대한 수요를 맞출 수 있는 라인업이 구성됐다"면서 "SUV에 있었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파는 브랜드가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지난 2003년 첫 출시된 이후 많이 판매되지는 않았지만 진가를 인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면서 "성능에 대해 증거를 가지고 접근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아 앞으로 투아렉에 대한 고객들의 선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투아렉은 지난 2006년 155톤(t)의 보잉747기를 끄는 데 성공하고, 2009년부터는 지옥의 랠리라 불리는 다카르랠리에 참가해 3년 연속 우승하는 등 힘과 내구성을 인정 받았다. 투아렉은 지난해 국내에서 435대가 팔려 티구안(8천106대) 판매 대수의 5% 수준에 그쳤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최고급 세그멘트에 있는 차량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연비나 유지비보다는 브랜드나 고급스러운 디자인 등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중저가형 이미지가 강한 폭스바겐이 대형 럭셔리 SUV시장에서 선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정인 독일에서도 대중적 브랜도로 통하는 폭스바겐이 투아렉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를 노리고 있다. 자칫 그간 쌓아온 명성에 타격이 될 수도 있는 위험성 있는 도전이다. 답은 시장 몫으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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