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언론사 적용 확대 두고 전문가들 날선 공방
"언론사는 사적단체..언론자유 침해 우려"
"언론 부정부패 심각..법으로 강제해야"
2015-02-23 19:12:38 2015-02-23 19:12:38
[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이른바 김영란법) 제정을 놓고 국회가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대 이슈로 부상한 적용범위를 두고 전문가들간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회의실에서 공청회를 열고 법학계 전문인과 언론계 종사자 등 전문가 6명을 초청해 김영란법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공직자의 부패와 비리가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막는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고, 이를 규제할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는 것에는 뜻을 함께했다.
 
하지만 법 체계상의 문제나 산정 금액 100만원(회계연도 300만원)의 적절성, 적용대상 확대의 필요성, 그리고 가족을 그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 것인지 등 다양한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역시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 법 적용범위 확대 문제였다.
 
당초 정부안은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을 헌법기관과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시도교육청 및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기관 공직자와 그 가족으로 정했지만,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는 적용대상을 사립학교 교원 및 언론기관 재직자 및 그 가족으로 확대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3일 주최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김영란법) 공청회에 진술인들이 참석해 법과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있다.ⓒNews1
 
◇'사립학교 교원'은 OK..'언론'은 NO!
 
김영란법의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우려스럽다는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공감했다.
 
사립학교는 적용범위로 포함시킬 수 있지만 언론기관은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과 사립학교와 언론기관을 모두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 사립학교와 언론기관을 모두 포함하되 비슷한 속성의 직역을 더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주장이 나왔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사립학교는 적용범위에 포함하되 언론기관을 포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송 교수는 "사립학교 교원은 신분이 국공립학교 교원과 다르지만 교원의 지위를 법률로 정하고 있고, 사립학교 교원의 복무에 대해서는 국공립학교에 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법률안의 적용 범위에 놓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언론기관 임직원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 "언론기관이 권력화 하고 있고 언론에 의해 자행되는 문제들을 규제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언론인을 공직자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언론기관은 권력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교육기관과 달리 '정보'라는 상품과 함께 '광고'를 판매하는 사적단체이고, 공공성이나 책임을 이유로 강한 규제를 가할 경우 영리회사로서의 성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송 교수는 또 "오늘날에는 무엇이 언론기관인지도 불분명하며 규모도 천차만별"이라며 "네이버나 다음같은 포털과 블로그를 통한 1인매체,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언론의 범주에 포함할 것인지 여부와 이러한 문제가 가져올 부작용과 해악을 미리 예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이 '법률 위반의 혐의'를 문제삼아 언론기관 내부자료를 압수하고 기자, PD 등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수사기관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언론기관 내부 자료를 압수할 수 있다. 나중에 무혐의 처분을 받더라도 언론기관의 피해는 막대할 것"이라며 "이는 결국 언론기관의 취재 및 보도활동에 피해를 끼치고 언론의 자유에 심각한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은 "언론이 입법, 사법, 행정에 이은 제4부라는 말은 저널리즘의 역할과 기능에 방점을 두고 있을 뿐 입법 사법 행정부와 같은 반열의 지위에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민주사회에서 언론은 철저히 언론자유가 보장돼야만 하는 자유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물론 공직자들의 부패를 방지하는 법안에 언론인이 포함된 것은 언론계의 반성이 뒤따라야 하며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 왜곡된 저널리즘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며 "앞으로 김영란법과 관련된 논의는 언론인 포함여부보다 공직자 부패 방지의 실효성을 높이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립교원은 물론 언론도 포함해야"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에 언론기관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언론종사자들은 '기레기'로 비유되며 언론인으로서의 위상과 독립성, 자율성은 많이 실추됐다"며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정치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언론기관이 스스로 자체 정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언론의 부패와 접대문화는 더욱 지능화, 다양화되고 있다"며 "정무위에서 법 적용대상에 언론과 사립학교 교원을 포함시킨 것은 언론의 부패정도가 극심하며 강제성 없이는 치유가 힘들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언론의 역할 자체가 다른 민간영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공공적 성격이 강하며 제4부로 일컫어질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며 언론 종사자는 공직자의 영역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과 경찰이 무리하게 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법의 오남용 방지는 실행과정의 문제이지 법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며 "김영란법을 적용하는데 있어 무리한 법 적용이 있다면 정상참작할 수 있는 대체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결국 법 적용범위를 문제 삼아 김영란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는 것은 '꼼수'이며 '시간끌기'"라고 비판해 이상민 법사위원장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한편 사립학교 및 언론기관으로의 확대가 필요하나 적용범위를 확대하려면 민간부문의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의료계, 금융계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주영 명지대 법과대교수는 "비(非)공무원인 언론사 직원과 사립학교 교원에게도 부정청탁을 금지할 헌법적 근거를 찾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무원과 비공무원을 과연 동일하게 취급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공직자 등의 개념에 포함시키는 것은 가능하다"면서도 "공공적 속성을 띄고 있는 다른 민간부문의 직역을 생각했을 때 가령 의료계, 금융계, 대기업과 하청기업 사이 등에서의 부정청탁은 왜 대상으로 삼지 않는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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