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통합에 대해 노사간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대원칙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양사의 조기통합을 추진하던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임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질의·답변서를 통해 "노사 양측간 합의 과정을 거쳐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후보자는 "외환은행의 중장기 발전과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조기통합이 필요하다면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한 협의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추진방안을 마련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합 승인 과정에서 노사간 합의를 중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외환·하나은행의 통합을 가능한 빨리 추진하겠다는 김정태 회장으로서도 부담이 커지게 됐다.
김 회장은 지난해 7월 '통합 대박'을 외치며 조기통합을 공식화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노조는 5년동안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보장키로 한 '2·17 합의서'를 깼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결국 지난달 4일 법원은 통합절차를 6월말까지 중단하라는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며 통합 과정은 중단된 상태다. 외환은행 노조는 이날로 40일째 서울 광화문 금융위원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는 등 노사간의 합의도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앞서 조기통합 지지 뜻을 내비치다 법원 판결 이후 노사합의를 중시하는 원론적인 입장으로 돌아간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연임이 결정된 김 회장은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을 계혹 추진하겠다"며 조기통합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현재 지난 2012년 약속했던 독립경영 시한은 2년여 밖에 남지 않았다. 노사협상 타결과 물리적 통합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한다면 조기통합을 위한 시간은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하나금융 측은 이번 임 후보자의 발언은 원론적인 수준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겠다는 분위기다. 앞서 신 위원장도 노사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는 만큼 큰 변화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임 후보자는 원론적으로 말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노조도 원활한 합의를 원하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통합과정 지연이) 6월까지 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노조 측은 노사합의를 전제로 한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 이라고 평가했다.
노조 관계자는 "우여곡절 끝에 원칙을 강조한 것의 의미있는 부분"이라면서도 "다만 이 점이 현실로 반영되기 위해서는 합의서를 존중한다는 금융당국의 명확한 메시지가 선행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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