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양도세 소송 비화 가능성
책임 소재 놓고 공방 일 듯
2009-04-26 10:01:00 2009-04-26 10:01:00
정부의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법안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일부 조정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 발표를 믿고 부동산을 거래했다가 손해를 보게 된 사람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소송이 걸리더라도 법률안 입법은 국회의 고유권한이라는 점에서 정부에서 별달리 책임을 져야 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부동산업계나 세무사들은 납세자들이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6일 기획재정부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당정은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법안을 일부 수정, 2년간 한시적으로 폐지하되 강남 3구 등 투기지역에 한해서는 10%의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 수정안으로 국회에서 최종 결정되면 정부의 양도세 중과폐지 발표를 믿고 3월16일 이후 강남 3구의 주택을 거래한 다주택자들은 10% 포인트의 양도세를 더 물게 된다.

또 중과세 폐지가 정부안처럼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2년 한시적으로 되면서 일반과세를 예상하고 부동산을 산 사람들이 추후 부동산 매각 때 높은 세율에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계약만 해놓은 채 잔금이나 중도금을 치르지 않아 거래를 물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통상 부동산가액의 10%에 달하는 계약금을 손해 볼 공산이 크다.

따라서 이들이 재산상 손해를 이유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등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에 소속된 P세무사는 "정부 말을 믿고 행동한 사람들은 소송할 것이며 실제로 그런 상담사례가 있다"면서 "소송이 이루어지면 납세자들이 승소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 발표대로 되지 않고 강남 3구만 제외될 경우 집단 소송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양도세 금액 자체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대상자들은 반드시 정부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사장도 "정부가 손해 배상을 해야 할 사안으로 피해자가 소송을 걸면 정부가 패소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만일 정부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국민이 정부 발표를 믿지 않을 것이며 심각한 혼란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는 정부 발표가 있었지만 당연히 국회 통과를 전제로 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법률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현재의 법을 적용받는다는 것은 상식적인 일로 국회 통과도 되기 전에 거래를 한 부분에 대해 정부가 책임질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유철형 변호사는 "납세자들은 신뢰보호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대법원에서는 입법예고만 믿고 거래한 경우 보호해주지 않은 판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정부를 믿고 거래했는데 보호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으며 국회도 정부가 정책 필요성에 따라 입법을 추진하면 최대한 보호해줄 필요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개인의 손해에 대한 법적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 실제로 소송이 벌어질 경우 정부의 신뢰도 추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 스스로 "거래동결 효과 때문에 소급적용할 수 밖에 없다"고 밝힌 점은 이 제도의 발표 이후 거래가 많이 이루어질 것을 예측했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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