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안을 놓고 각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계는 논의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들어하는 표정이다. 계속된 경영난에 임금부담까지 가중되면서 사업에 대한 열의도 식었다.
17일 한 중소기업 사장은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어려워진 경영환경으로 이익 창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중소기업들에게는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미 긴축경영 중이기 때문에 임금 인상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장기화된 불황으로 각종 경비를 절감하고 투자와 고용을 축소하는 등 긴축경영에 돌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특히 많은 중소기업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 인건비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최근 기업 230개사를 대상으로 '불황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9.1%가 ‘부담을 느낀다'라고 답했다. 기업 형태별로는 '중소기업'(81%)이 가장 큰 부담을 느꼈으며, '중견기업'(68.2%), '대기업'(62.5%) 순으로 뒤를 이었다.
(출처=사람인)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한 대응법으로는 '신입 채용규모 축소 및 중단'(36.3%), '인력수요가 있어도 충원 줄임'(33%), '연봉 삭감 및 동결'(27.5%), '구조조정 단행'(19.2%) 등의 답변이 주를 이뤘다.
현 임금체계에서도 인건비 부담으로 채용을 축소하거나, 극단적으로는 인력 구조조정까지 단행하고 있는 현실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경기침체 장기화로 기업 영업이익률은 사상 최저수준이며,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 못하는 기업이 40%에 육박하는 등 기업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며 "한계상황에 있는 소상공인들에게는 임금인상이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방안대로 최저임금이 인상된다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이날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최저임금을 강제하면 사용자들은 고용을 줄이려고 할 것"이라며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높여 노동시장을 왜곡하기보다 기초연금, 근로장려세제 등을 보완해 근로자가구의 소득을 보강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김판중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본부장도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 자체 부담과 더불어 상위계층 근로자의 임금을 연쇄적으로 상승시켜 채용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반론도 있다. 소비자들의 실질 소득을 늘려 소비를 살리고, 전체 내수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이 임금 인상 부작용을 감안하더라도 효과가 크다는 주장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장은 "가계 실질소득 정체가 전체 내수경제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오죽했으면 정부가 최저임금 카드를 꺼내들었겠느냐"며 "최저임금 인상은 필요하지만, 무리하지 않은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세액지원 등 영세사업자를 위한 지원 체계는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최저임금을 인상하되 카드수수료 인하, 대출 등 금융비용 인하, 자영업자의 사회보험 부담 감소, 세제지원 등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방안이 있을 수 있다"며 "중소 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을 병행함으로써 최저임금 인상을 실현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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