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전세 재계약 시 집주인이 요구하는 보증금 증액분은 주택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돌려받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난 심화로 가뜩이나 힘든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지키기도 더욱 어려운 셈이다.
통상 집주인의 융자와 보증금의 합이 집값의 80%를 넘는 집은 피하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놓는 것만으로 안심하고 있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실제로 지난 16일 경매 입찰이 진행된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아파트는 1억6150만원에 낙찰됐다. 현재 이 아파트에는 지난 2008년 9월에 전입신고를 하고 2010년 8월에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K씨가 살고 있다. 보증금은 7500만원으로 그가 처음 전세계약을 할 때는 근저당 하나 없는 그야말로 안전한 전세 물건이었다.
하지만 이후 2011년 4월 집주인이 1억 원의 대출을 받았고, 임차인 K씨가 2012년 8월 재계약을 하면서 전세금 500만원이 올랐다. 이 때 증액분에 대한 확정일자도 추가로 다시 받았다. 선순위 임차인으로서 배당요구를 한 K씨는 증액 전 7500만원의 보증금은 우선순위로 배당받을 수 있지만, 증액된 500만원은 근저당에 밀려 고스란히 날릴 지경에 처했다.
또 다른 임차인 C씨는 지난 2010년 4월 서초구 서초동의 한 아파트 전세 계약을 맺었다. 보증금은 4억6000만원으로, 당시 집주인의 융자가 3억6000만 원 정도 있었지만 집값이 최고 11억 원에 달했기 때문에 안전하다 생각한 것. 하지만 2012년 3월 재계약을 하면서 전세금을 1억 원 올려야 했고, 설상가상으로 2010년보다 집값도 떨어졌다. 이 아파트는 지난 19일 경매에 부쳐졌고, 낙찰가 9억 원 중 근저당을 제하면 임차인 C씨는 2000만 원의 보증금을 떼이게 된다. 전세금을 올리지 않았더라면 손해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전세 계약 연장으로 보증금이 오른 경우 증액분에 대한 확정일자를 별도로 받고 계약서를 다시 작성해야 한다. 이 때 제 아무리 처음 전세 계약을 할 때 말소기준권리인 근저당보다 앞선 선순위 임차인이었을 지라도 보증금이 증액된 부분에 대해서는 확정일자를 다시 받았기 때문에 배당순위가 후순위로 밀려 보증금을 떼일 수밖에 없다.
◇증액 계약서에 특약 넣어도 소용 없어..은행과는 무관
전세금 증액 계약을 할 때 종전 계약서를 첨부하고, 계약서에 특약 문구를 넣어 기존 계약의 확정일자가 유지되도록 한다면 상황은 달라질까.
이 역시 소용없다. 임대차 계약서상 특약은 집주인과 임차인 양자 간의 계약이기 때문에 채권자인 은행 근저당권자와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에 추가로 전세권까지 설정해 놓는다 하더라도 보증금 증액분을 지기키는 쉽지 않다. 전세권도 다른 근저당권과 마찬가지로 등기 순서에 따라 배당 순위기 매겨지기 때문에 증액분에 대한 전세권 순위는 근저당보다 뒤로 밀리게 돼 있다.
여기서 증액 전 처음 전세권을 설정했던 등기 순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부기등기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부기등기를 하기 위해서는 다른 권리자들의 동의를 구해야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웬만해서는 전세금 증액을 피하라고 조언한다. 그것 말고는 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양창호 미소옥션 대표는 "경매로 넘어간 집의 세입자가 전세금 증액을 했다면 증액분은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재계약을 할 때 근저당이나 가압류 등이 설정돼 있다면 보증금 증액을 하지 않거나 아예 다른 전셋집을 찾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경매 시 증액된 전세금에 대한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선순위 임차인이더라도 증액된 보증금에 대한 배당 순위는 후순위로 밀리기 때문이다. 사진은 경매 법원 외관.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