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악화.투자손실..버핏 주총 달라졌다
경제위기 속 축제분위기 줄고 차분
손실원인.미래비전 등 예리한 질문 속출
2009-05-03 09:18:07 2009-05-03 09:18:07
"보험사가 위험이 큰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옳았습니까?"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는데 전망은 어떻습니까?". "후계 문제와 회사 장래에 대한 설명을 해주십시오."

2일(현지시간)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미국 네브래스카주(州) 오마하시(市)의 퀘스트센터.

대형 체육관 크기의 행사장을 입추의 여지 없이 가득 메운 3만5천여명의 투자자와 주주, 학생, 취재진들은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전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오마하의 현인'이 내놓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동안 주식시장 동향은 물론 경제 전반에 걸쳐 해박한 지식과 비전으로 투자자들을 선도해온 버핏이었기에 작년까지만 해도 매년 5월 초 버크셔 주총이 열리는 오마하에는 '자본주의의 우드스톡 축제'라는 별칭답게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잔치를 즐기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현인'도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투자손실과 실적악화를 피해가지 못했고 이로 인해 버크셔의 실적도 악화되자, 올해 주총은 예년의 축제 무드가 줄어든 대신 주주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위기를 극복해나갈 '지혜'를 구하는 데 주력했다.

투자손실에 항의하거나 분노한 투자자는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예년 같은 환호와 박수, 경영진에 대한 열띤 성원도 역시 모습을 감췄고 다소 우울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버크셔의 주주들은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점을 지적하면서 우려 섞인 목소리로 전망과 대책을 물었다.

또 '포스트 버핏'의 후계문제나 회사의 미래 비전 등 예리한 질문을 통해 버핏을 곤란하게 만들기도 했다.

주주들은 금융위기로 인한 전반적인 실적 악화와 주가 급락의 추세를 피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인정하는 듯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회사의 전망은 물론 경제 전반에 걸친 어려움을 의식하면서 진지한 논의를 이어갔다.

지난해 버크셔의 순익 규모는 49억9천400만달러로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버핏이 버크셔 경영을 시작한 1965년 이래 최악의 실적을 냈다.

버크셔 A주는 2007년말 대비 34%나 급락했고 지난 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버크셔 주가도 작년 말 대비 3% 이상 떨어진 수준이었다.

더구나 버크셔는 파생상품 투자로 큰 손실을 냈고 이 때문에 신용평가업체로부터 최고의 신용등급인 'AAA'에서 강등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날 주주들의 질문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즉석 답변에 나선 버핏은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손실 문제를 인정하고 앞으로도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솔직한 견해를 밝혔다.

한 주주가 파생상품 투자손실에 대해 질문하자 버핏은 정크본드의 신용에 연계해 버크셔가 투자한 일부 파생상품 계약이 앞으로도 손실을 낼 것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그동안 버핏은 이런 파생상품을 '금융 대량살상무기(Financial Weapons of Mass Destruction)'라고 지칭하며 비난했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버핏의 파생상품 투자 손실에 대해 "현인이 자신의 지침을 스스로 어겼다"는 비난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버핏은 또 예년과 달리 1·4분기 실적 발표를 연기한 데 대한 비난을 의식한 탓인지 궁금해하는 주주들을 위해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약 11% 감소했다며 일부 수치를 공개하기도 했다.

버핏은 버크셔가 1분기 영업이익이 17억달러를 기록해 1년 전의 19억달러보다 10.5% 감소했다면서 경기의 취약한 상황 때문에 "우리 사업의 모든 부문이 기본적으로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오마하=연합뉴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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