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연구개발(R&D)의 비효율이 연구과제와 산업현장의 괴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6일 "최근 공공 R&D 개혁 관련 목소리가 높다"면서 "모범사례인 독일처럼 공공 R&D 중 민간 수탁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3년 기준 정부는 출연연구소 5조6000억원, 대학 4조5000억원 등 11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는 가구당 연간 63만원이 넘는 큰 금액이다. 그럼에도 기술무역수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꼴지이며, 공공 R&D를 통해 개발된 기술 19만건 중 15만4000건 이상이 휴면상태다. 기술료 수입이나 사업화 성공률 역시 미국·일본 등 주요국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자료=전경련)
연간 기술무역수지가 15조원 이상인 독일은 정부가 아닌 출연연과 기업이 스스로 연구과제를 결정하는 바텀업 방식의 R&D 시스템이다. 응용분야 출연연과 공과대학의 경우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율권을 주되 시장이 필요로 하는 연구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아울러 민간수탁과 출연금이 연계돼 있다. 독일 최대 응용연구기관 프라운호퍼는전체 예산 중 약 3분의 1을 민간수탁으로 조달하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규정 충족 시 민간수탁 예산의 40%를 출연금으로 제공하지만, 충족을 못할 경우 10%만 제공한다. 민간수탁을 충분히 하지 못하면 민간수탁 예산 및 출연금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게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출연연 예산 중 41.1%는 정부 출연금이며, 나머지는 대부분 정부수탁이다. 민간수탁비중은 7.6%로 정부수탁의 6분의 1 수준이다. 시장 연구보다는 정부 과제 중심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독일은 산업특성에 맞는 R&D를 수행하고 있다. 독일 아헨공대의 경우 매년 1360건 이상의 산학협력을 통해 전체 예산의 40% 이상을 민간으로부터 조달하고 있다. 또 독일의 주력산업인 자동차·기계·화학분야의 회사들과 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전자·자동차·화학 등 대표적인 제조업 국가임에도 대학에서 수행한 R&D는 보건의료분야와 생명과학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학 R&D 예산의 80% 이상이 정부로부터 나오다보니 정작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분야에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공공 R&D는 한국산업 미래 먹거리를 뒷받침하는 주요 요소"라며 "R&D 인력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인만큼 각종 제도를 과감히 개선해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임애신 기자(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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