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일본이 3일 '아세안(ASEAN)+3(한.중.일)'의 역내 자금지원체계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다자화기금에 대한 분담률에 합의함에 따라 CMI의 다자화 작업이 사실상 완료됐다.
아시아 공동기금인 CMI 다자화기금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역내 외환위기 방지를 위한 든든한 안전판이 확보됐다. 이를 발판으로 역내 경제감시기능 강화를 위한 아시아판 국제통화기금(IMF)인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도 속도를 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아시아채권시장 이니셔티브(ABMI)와 관련한 역내채권투자기구(CGIM) 설립에 합의함에 따라 아시아 내 투자 및 자금시장 활성화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 CMI는 아시아 공동기금
CMI는 2000년 5월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아세안+3 재무장관회의에서 합의된 역내 금융위기 예방시스템이다.
초기에는 회원국 중앙은행간 체결된 통화스와프 거래를 기본으로 한 양자 구도로 출발하면서 지원절차가 복잡했지만 2006년에 집단적 의사결정에 따른 지원체제로 업그레이드된데 이어 이번에 다자화 기금 형태로 진일보했다.
상호자금지원 규모도 395억 달러에서 작년 말 800억 달러까지 확충된데 이어 지난 2월 1200억 달러로 늘렸고 이날 한중일 3국의 분담률을 확정하면서 진정한 다자기금 형태로 거듭나게 됐다.
이러한 체제는 모든 참여국들이 신속한 의사표시를 통해 환투기 세력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중일 3국은 또 ABMI 논의와 관련해 아세안과 함께 설립하기로 한 역내 채권 신용보증투자기구(CGIM)도 설립하기로 했다. CGIM는 2003년 미국 중심의 국제금융시장에서 아시아 국가들을 보호하고 역내 금융협력을 활성화하려는 ABMI 논의의 일부분이다.
즉 미국 국채에 쏠려 있는 외환 보유고의 투자처를 역내 금융권 및 기업들로 확대하기 위해 역내 채권 시장을 발전시킬 인프라에 해당한다. 궁극적으로 CMI나 CGIM는 역내 회원금의 공동 기금으로 경제 위기를 막고 채권 투자를 활성화하는 아시아판 'IMF'가 목표다.
◇ 한국 캐스팅보트 역할 주목
그동안 CMI 다자화기금의 분담률을 놓고 중국과 일본이 힘겨루기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한국 입장에서는 향후 캐스팅보트 역할을 충분히 할 수는 지분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MI 출연금 1200억 달러 가운데 20%인 240억 달러를 아세안이 분담하기로 한 가운데 중국과 일본이 각각 32%에 해당하는 384억 달러, 한국은 16%인 192억 달러를 부담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중.일 비율만 따지면 2:4:4다.
여기에는 국내총생산(GDP), 외환보유액, 수출입액 등이 반영됐다. 3국간 GDP 비중은 2008년 기준으로 일본 48%, 중국 43%, 한국 9%이며 외환보유액은 지난 3월 기준으로 중국 61%, 일본 32%, 한국 7% 수준이었다. 작년 수출입액 비중은 중국 55%, 일본 27%, 한국 18%였다.
향후 '대주주' 자격을 갖기 위해 중국과 일본이 1%라도 더 분담하려 지분 다툼을 벌였지만 결국에는 이날 정치적 결단에 따라 중국과 일본이 동일 지분율을 유지하는 쪽으로 절충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중재 역할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결과에 만족한다"면서 "이번 결정으로 한국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국가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중국과 일본으로서는 CMI 등을 운영함에 있어 단일 최대주주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중요사항을 결정할 경우 제3위 지분율로 캐스팅 보트를 쥔 한국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상황이 됐다.
◇ CMI 어떻게 운영되나
이 기금은 한미 통화스와프와는 달리 위기 상황이 지원의 전제다. CMI 기금 1천200억 달러 가운데 IMF의 승인 없이 역내 의사결정으로 쓸 수 있는 규모는 전체의 20%인 240억 달러 수준이며 나머지 80%는 IMF 지원프로그램과 연계된다.
IMF 좀 더 구체적으로는 미국의 영향력을 반영하지 않았다면 애초부터 정치경제적 역학 구도상 CMI 논의 자체가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었다. 아세안+3는 이 때문에 점차 IMF 연계 비중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향후 운영방식은 당장 분담금액 만큼 기금에 출자하는 형태가 아니라 지원 요청이 들어왔을 때 외환보유액에서 분담률에 따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국가의 위기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한 외환보유액에는 영향이 없다는 얘기다.
위기 시에 끌어다 쓸 수 있는 자금의 규모는 지분율에 따라 달라지지만 국가별 경제규모 등을 감안해 지원배율은 차등화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구체적인 방안은 향후 중앙은행 간 다자계약을 통해 구체화될 예정이다. 종전 800억 달러가 양자계약을 합한 규모였던 만큼 앞으로는 다자로 전환되며 기존 계약은 다자계약으로 대체될 전망이다.
다만 한.일, 한.중 스와프에서 위기가 아닌 평상시에 쓸 수 있는 스와프는 다자화로 대체되지 않은 채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증현 장관은 기금을 추가로 증액할 가능성에 대해 "아직 논의된 바 없다"며 이번 합의가 역내 금융위기 방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발리(인도네시아).서울=연합뉴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