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청약광풍 속에서도 수요자들의 옥석 가리기는 피해갈 수 없다. 분양시장이 2006년 광풍기 이후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악성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마저 주인을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완판이 안되는 신규 분양 단지는 여전히 생기고 있다.
19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3일~14일 청약접수를 받은 한강신도시 모아엘가 2차는 489가구 중 5가구를 미분양으로 남겼다. 같은 날 한강신도시에서 분양을 받은 반도유보라4차가 평균 2.98대1, 최고 55.5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모아엘가 2차는 1순위 청약에서 전체 분양분의 84%을 미분양으로 남겼다. 2순위에서 청약자가 몰리며 기록상 5가구 미분양에 그쳤지만 계약률이 얼마나 올라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단지 인기도에 따라 다르지만 2순위는 통장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가수요가 붙을 수 있고, 공급자측에서 고용한 사람들이 청약률을 올리기 위해 투입 되는 경우도 있어 허수가 많다"며 "보수적으로 접근 한해 1순위가 계약으로 이어질 것으로 계산해야 평가 오류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개장한 한강신도시 모아엘가2차 모델하우스. 동시 모델하우스를 개장한 반도유보라4차가 순위 내 마감을 기록한 반면 이 단지는 미분양분을 남겼다. 사진/한승수기자
이달 초 분양한 포스코건설 북한산더샵은 전세난이 가장 거센 서울에서 분양 했음에도 순위 내 마감에 실패했다. 109가구 중 ▲전용 114A㎡ 24가구 ▲전용 114㎡B 21가구 ▲전용 120㎡ 3가구 등 전체 일반분양분의 44%인 48가구가 소비자의 외면을 당했다.
현대건설(000720)이 지난달 분양한 백련산 힐스테이트4차 역시 분양 당시 전용 84㎡B 23가구와 84㎡C 67가구의 주인을 찾지 못했다.
현대산업(012630)개발이 수원 권선동에서 자체사업으로 뉴타운급 브랜드타운으로 짓고 있는 아이파크시티도 관심몰이에 실패했다. 이달 청약을 받은 수원 아이파크시티 E1블록에서는 281가구를 분양했지만 116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경기 양주신도시에서 분양한 푸르지오3차 시행사는 당초부터 미분양을 예상, '깜깜이분양'을 통해 실수요 맞춤형 판매에 나서기도 했다. '깜깜이분양'은 공급자가 의도적으로 분양에 대한 정보 노출을 최소화 해 고의적으로 미분양을 만드는 방식이다. 공급자는 마케팅비용을 줄이고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밀착마케팅이 가능하다. 실수요자는 동·호수를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의 알권리를 저해한다는 비난도 받지만 미분양이 예상되는 현장의 공급자로서는 효과적인 분양 마케팅이 되기도 한다. 양주신도시 푸르지오3차는 744가구를 모집했지만 청약자는 13명, 청약률은 1.7%에 그쳤다.
지난해 12월 분양해 평균 3.5대1, 최고 49대1을 기록, 순위 내 마감을 기록한 경복궁자이는 계약 포기자가 속출하며 미분양이 쌓여있다. 서울시 정보소통광장에 따르면 일반분양한 1085가구 중 1월 285가구가 미분양으로 집계됐으며, 3월 말 기준 150가구가 여전히 미분양으로 기록돼 있다.
수도권 분양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2014년 1월 이후 수도권 미분양아파트는 반토막났다. 2013년 말 기준 3만3192가구였던 미분양은 지난 3월말 기준 1만4195가구로 줄었다. 서울은 3157가구였던 미분양이 1064가구 감소했다.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은 1만2613가구에서 8662가구로, 서울은 558가구에서 128가구로 급감했다.
1977년 청약통장 도입 이래 처음으로 청약 1순위 가입자가 1000만명을 돌파하고, 최근 묻지마 청약이 우려될 만큼 신규 청약시장도 활황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선택을 못받는 단지가 발생하고 있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교수는 "더이상 대규모 주택공급이 없을 것이란 정부 방침과 장기 전세난, 저금리 기조 등 여러 여건상 수도권 분양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향후 가격 상승 여력과 거주 환경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주택 공급량이 빠르게 누적됨에 따라 소비자들은 더욱 보수적인 청약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