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A 총회 참가자들은 각 소속 사회에서 오피니언 리더입니다. 2019 IBA 총회는 우리나라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 세계 법조인과 지도층에게 직·간접적으로 불어넣어 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국격의 향상을 불러오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대한변호사협회 양시경 국제이사(법무법인 태평양 파트너 변호사)는 최근 유치가 확정된 2019년 세계변호사협회(IBA) 총회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단순한 법률가들의 국제회의가 아닌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는 것이다. 양 이사는 "이번 회의는 외국 기업이나 투자자들에게 한국의 법률문화 수준을 널리 홍보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와 서울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기회이기 때문에 확실히 국가적인 행사로 치러져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양시경 대한변호사협회 국제 이사가 지난 29일 2019년 AIB 유치의 의미와 기대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최기철 기자
지난 22일 유치가 확정된 '2019년 IBA 총회' 유치는 대한변협이 2010년부터 5년간 공을 들여온 사업이다. 당시 우리 법조계는 법률시장 개방을 앞 둔 상태에서도 직역다툼과 전관예우 등 고질적인 국내 문제에만 매몰되어 있었다. 국내 법률시장에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짙어졌고 청년 변호사들은 더 더욱 냉혹한 현실에 내몰리고 있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대한변협은 밖으로 눈을 돌렸고 IBA 총회 유치는 그 첫 번째 목표였다.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맨몸으로 부닥쳤다. 각국의 법조단체장들을 찾아다니며 IBA 총회 한국 유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각종 국제회의가 열릴 때마다 낮에는 홍보 부스를 설치하고 밤에는 '한국의 밤'행사를 열었다.
집행부가 바뀌면서도 이런 노력은 계속됐다. 한국관광공사도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점차 성과가 나타났다. 2011년 2월 IBA 아시아 본부 서울 유치, 2013년 4월 '환태평양변호사협회(IPBA) 2013 서울총회'를 개최, 그해 5월 서울국제중재센터(IDRC)가 개소 등이 노력의 결과로 이뤄졌다. 결국 2년 후인 올해 5월 21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제10회 세계법조지도자회의에서 2019년 IBA 총회지로 서울시가 결정됐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인도, 싱가포르에 이어 네 번째 유치국이 됐다.
IBA는 1947년 창립된 세계 최대의 법조단체다. 170여개 국가에서 참여하고 있으며 개인 회원 5만 5000명과 단체회원 206개 단체로 구성됐다. 우리나라는 단체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다. 총회는 매년 10월에 6일간 열린다. 적어도 6000명 이상이 회의에 참가하고 있다.
대한변협은 2019년 총회에 회원 참가자 8000명, 가족 등 동반자 2000명 등 1만 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 로펌이 무섭게 팽창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 상류층의 외국인 1만 명이 6일간 서울에서 한꺼번에 관광과 쇼핑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경제적 효과는 이루 말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역대 각 개최국에서는 총회 때마다 대통령이나 총리 등 수반이 기조연설을 해왔다.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IBA 총회만 해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기조연설을 맡았고 아키히토 일본 천황도 참석했다. 양 이사도 "우리나라 총회 역시 그 무렵 현직 대통령이 기조연설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총회를 유치하기는 했지만 몇가지 문제가 있다. 첫 번째가 행사 장소다. 지금 현재 서울시내에서 수천명의 인원과 수 백 회에 달하는 소회의를 소화할 수 있는 장소는 현실적으로 삼성동 코엑스뿐이다. 그러나 1979년 3월 개관했기 때문에 너무 노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회 유치 뒷얘기지만 열악한 회의장소 때문에 IBA측 실사단에서도 반응이 좋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교통은 더욱 심각하다. 리셉션 당일에는 회의장에서 리셉션 장소로 한 번에 수천명이 이동해야 한다. 시간대는 금요일 저녁이다. 서울의 교통 사정상 서울시나 정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과제다.
리셉션 장소도 문제다. 2013년 미국 보스턴 총회에서는 보스톤 미술관에서 리셉션을 했다. 국제적인 미술관인 만큼 평소에는 음료 반입이 불가능하지만 이 때 만큼은 보스톤시에서 허가를 했다. 지난해 일본에서 도쿄도 고궁이나 사찰 등 문화재로 지정된 주요 문화시설을 개방했다. 보스톤과 도쿄가 주요시설을 과감히 개방한 것은 직접적으로 시를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양 이사는 "외국인들 대부분은 우리의 유구한 역사와 고궁, 문화유산과 그것에 담긴 스토리에 압도될 것"이라며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변협은 이 같은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해 내년쯤 별도의 조직위원회를 꾸릴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대한변협의 국제위원회가 역할을 수행해왔다.
양 이사는 "표면상으로는 변호사들의 국제회의지만 각국에서 여론을 주도하고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사들이 대거 몰려오는 기회니 만큼 법조인은 물론 국민적인 관심과 협조가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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