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효주기자] 1999년말 이전 신규등록한 노후차 운전자가 새차를 구입할 경우 최대 70%까지 세금을 감면해주는 정부의 정책이 시행 20여일만에 차량 구매 양극화 현상을 낳고 있다.
세금감면액이 상대적으로 큰 중·대형차 판매는 크게 늘어난 반면 경기침체에 오히려 인기를 누렸던 경차 판매는 5월 들어 크게 줄어든 것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국내 완성차 5개 회사의 중간 판매량은 지난달 같은 기간 판매량 5만1700여대에 비해 무려 53%나 증가한 7만9200여대였다.
그러나 판매량을 차급별로 나누어 살펴 보면 세금 감면 적용 이후 판매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번달 20일까지 그랜저, 오피러스, 에쿠스와 같은 대형 승용차 판매량은 1만3000여대로, 지난달 6600대에 비해 두배 가량 늘었다. 쏘나타, SM5 같은 중형차 역시 1만3500여대가 팔려 지난달 같은 기간에 비해 120% 넘게 늘었다. 중·대형급에 비해 증가폭이 적었던 준중형급과 소형급의 경우도 각각 49.6%, 60.7% 증가했다.
반면 경차인 모닝과 마티즈 판매는 4월의 7200여대보다 20% 줄어든 5800여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경기불황에도 연이은 판매 호조세를 보였던 것과 딴판이다.
경차 마티즈 판매가 전체 내수 판매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GM대우의 한 관계자는 “절대적인 차량 판매량이 늘어나 정부 정책이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본다”면서도 “중·대형차 위주의 라인업을 가진 회사의 경우 세금 감면 정책으로 인한 혜택이 조금 더 많이 돌아가고 있지만 소형차, 경차 위주의 라인업이 강한 GM대우의 경우 혜택이 약간 덜 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주기만 기아자동차 마포지점 업무과장은 “대형차의 경우 최대 250만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이 기회에 대형차로 갈아타려는 고객이 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경차는 기존에도 이미 취·등록세와 개별소비세가 면제되고 있고 이번에 적용되는 한시적 세제 지원 혜택은 적용되지 않으며, 혜택 기간과 상관없이 언제라도 구매할 수 있으므로 혜택기간에 오히려 구매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말까지 적용되는 정부의 노후차 교체 지원책을 활용하면 대형차 구매시에는 최대 250만원까지 할인 받을 수 있다. 또한 차량 연식과 관계없이 6월말까지 모든 차종 구매시 일괄 적용되는 개별소비세 30% 인하 혜택을 적용할 경우 상한금액이 없어 1억원짜리 자동차 구매시 400만원까지 할인 받을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정책이 대형차 구매만 부추긴 채 점차 확산돼가던 친환경차인 경차 구매율을 떨어뜨려 장기적으로는 자동차산업 체질 개선을 역행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이런 지적에 대해 “하나의 제도가 모든 면을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다”며 “그러나 침체에 빠진 자동차 시장의 절대적인 판매량을 끌어올려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손효주 기자 karmare@etomato.com - Copyrights ⓒ 뉴스토마토 (www.newstomato.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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