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국민건강보험을 떠올리면 당장 피부로 느끼 혜택도 없는데 돈만 내는 세금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대다수 건강한 사람이 가끔 감기나 장염으로 치료를 받을 때 진료비를 지원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다고 실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강보험은 진료비 외에도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이러한 혜택을 잘 활용하면 쓰지 않아도 될 비용을 상당 부분 아낄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여기저기 쑤시고 아파오는데 의료비 걱정은 갈수록 커지고 이럴 때 부담을 줄여주는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을 꼼꼼히 살펴보고 활용한다면 쓰지 않아도 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중증 질환자라면 '산정특례' 기억하자
먼저 위암, 간암, 폐암, 자궁암 등 각 중증 환자들은 질환 자체도 무섭지만, 병원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 경우 고가의 수술과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까닭에 진료비의 20%라 해도 그 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나마 민간 보험에 가입한 경우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가정 경제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는 문제다.
이때 '산정 특례'제도를 기억하자.이 제도는 건강보험이 적용돼도 진료비가 매우 많이 들어 환자들이 많은 본인부담금을 내야 하는 암, 뇌혈관·심혈관 질환 등 중증질환과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는 이들이 병원을 이용할 때 본인 부담 비율을 크게 낮춘 제도이다. 혜택 내용은 이러한 질환과 질환을 앓다 생긴 합병증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거나 외래를 방문해 진료를 받을 때 총 진료비의 5%(희귀 난치 질환은 10%)만을 환자가 부담하는 것이다. 다른 질환의 경우 20~50%를 부담하는 것에 비해 혜택이 큰 셈이다. 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비인 비급여와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등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산정 특례 등록을 하려면 담당의사에게 '건강보험 산정 특례 등록신청서'를 발급받아 건강보험공단으로 환자나 보호자가 등록 신청을 해야한다. 단,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동의를 받아 등록신청을 대행해주기도 한다. 확진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건강보험공단에 등록하면 확진 일로부터 5년간 산정 특례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단, 진단일 30일 이후에 신청하면 신청한 날부터 적용되니 서둘러 신청하는 게 중요하다. 만일 5년이 지난 뒤 추가로 재발이 확인됐다면 다시 재등록할 수 있다.
간병비 부담 낮추는 '포괄간호서비스'
우리나라에서 가족 중 한 사람이 아파 입원하면 치료비 못지않게 부담이 큰 것이 간병비다. 보통 병원에서 치료는 해주지만 간병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족이 직장을 다녀서 자리를 지키지 못할 경우 어쩔 수 없이 간병인을 고용해야 하는데 하루 7만~8만원하는 비용 부담이 만만치않다. 이를 겨냥해 보험업계에서는 간병보험, 장기요양보험 등을 출시해왔지만 이 역시 월 보험료 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
국민건강보험가입자라면 포괄간호서비스를 통해 간병비를 상당 부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간호서비스란 그동안 가족들이 해오던 환자 간병을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대신해주는 서비스로 입원비에 하루 7450원정도만 추가하면 된다. 전문가에게 맡기니 안심되고 비용도 줄이는 꿩먹고 알먹는 서비스인셈이다.
안태관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재 공공병원 중심으로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 서비스는 2018년부터 대형병원 등으로 확대될 계획"이라며 "서비스를 받기 원하면 시범사업 병원의 담당 주치의 동의서를 받아 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하고 입원하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병원시설 내 간병인과 문병객 등 다인 병실 등 병원 문화가 오히려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일상생활장애를 제외하고는 간병보험에 돈을 들일 필요가 없게 된 셈이다.
또 하나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혜택이 노인장기요양보험이다. 장기요양보험은 65살 이상 노인 또는 65살 미만이지만 치매 등 노인성 질병을 가진 사람에게 요양과 각종 서비스를 지원해주는 제도다. 노인성 질병은 치매 외에 뇌혈관성 질환, 파킨슨병 등이 해당된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14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만족도 조사결과 만족도가 89.1%에 달할 정도로 우수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 제도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고령자 혹은 노인성 질환에 걸린 사람만 이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매 등 노인성 질환을 가진 65세 미만 국민이면 신청 가능하다. 절차는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몇 가지 절차를 밟으면 된다. 등급과 소득에 따라 본인 부담금이 다르나 최대 33만6480원을 넘지 않는다. 단, 주의해야 할 점은 장기요양급여를 지원받을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있다는 것이다. 한번 신청하면 최대 3년 6개월까지만 적용된다는 점에 주의하자.
본인부담상한제, 건강보험 적용 넘으면 돌려준다
치료비가 많이 드는 중증질환자나 만성질환자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더라도 의료비가 상당히 많이든다. 이를 고려해 건강보험공단이 만든 제도가 '본인부담상한제도'이다. 진료비 중 의료비가 일정 규모 이상이면 건강보험공단에서 일부를 돌려주는 것이다. 환급금은 소득수준 즉, 건강보험료에 따라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김씨의 지난해 월평균 건강보험료는 20만 원이고, 낸 총 본인 부담금이 1000만원이라면 이때 상한액은 506만원이다. 따라서 환급액은 본인부담금과 상한액의 차액인 494만원이다.단,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와 선택 진료비, 상급 병실료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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