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씌운 '세균 수박', 대형마트 판매 여전
이마트·롯데마트 판매 지속…소비자원 "대장균 위험 상존"
2015-08-17 16:37:22 2015-08-17 16:37:22
최근 반으로 자른 수박을 랩으로 포장해 냉장보관하면 세균수가 최대 3000배 가량 증가한다는 한국소비자원의 조사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대형마트들이 여전히 반쪽 수박을 판매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16일 서울·경기 지역의 이마트(139480), 롯데마트를 확인해보니 반으로 자른 후 랩으로 포장한 수박 상품들이 여전히 진열돼 있었다.
 
또 지점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일부 매장의 경우 수박이나 멜론, 파인애플 등을 조각으로 썰어 밀폐되지 않은 얇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판매됐다.
 
앞서 소비자원은 지난 11일 먹다 남은 수박을 냉장고에 보관할 경우 세균이 급속히 증식해 식중독 등을 유발할 위험이 커진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소비자원이 반으로 자른 수박을 랩으로 싸서 7일간 냉장고에 보관한 뒤 세균 증식 상황을 관찰한 결과 수박 표면 부분의 세균 수는 최대 42만cfu(미생물의 군락 형성 단위)/g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른 직후 수박의 표면에 있는 세균 수(140cfu/g)보다 3000배 이상 많은 수치다.
 
또 랩으로 싸서 보관한 수박의 표면을 1㎝가량 잘라 냈을 경우에도 세균 수가 최대 7만cfu/g에 달했다. 이는 수박을 반으로 잘라낸 직후 같은 지점 세균 수의 583배 수준이다. 반면 수박을 조각조각 썰어 밀폐용기에 담은 경우 7일간 보관된 수박의 평균 세균 수는 500cfu/g으로, 랩으로 덮어둔 경우의 100분의 1에 불과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냉장 보관 1일 경과 후 랩 포장과 조각 밀폐 모두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는 점이다. 초기 수박 절단 시 껍질에 잔류하던 균에서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측은 위생상 문제가 없으며 앞으로도 판매를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점별로 수박 한통을 씻어 자른 후 랩으로 씌워 당일만 판매한다"며 "소비자원의 지적처럼 비위생적으로 처리되지 않기 때문에 고객 수요에 따라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 역시 "위생상 안전하다고 답변을 할만한 상황은 아니나 예전부터 당일 판매 원칙으로 운영돼 왔다"고 "트랜드에 맞는 상품이라는 판단이 있어서 작업자들의 위생을 강화해서 앞으로도 계속 판매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소비자원은 실험실에서의 결과보다 일반 가정, 대형마트의 냉장보관 환경이 열악해 잠재적인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외부효과를 배제한 4도 이하의 냉장실에서 나온 결과이기 때문에 문을 여는 횟수가 많고 다른 음식과 함께 보관된 가정용 냉장고는 대장균이 더 나올 수 있다"며 "대형마트의 경우는 냉장고 문 자체가 없어 주변 공기에 그대로 노출되고 온도도 10도 이하면 되기 때문에 균 증식의 잠제적 위험이 더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홈플러스의 경우 소비자원의 조사 발표 후 잘라낸 수박 판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이외에 이마트 에브리데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롯데슈퍼 등 기업형슈퍼마켓(SSM)들도 대부분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 
 
최근 반으로 자른 수박을 랩으로 포장해 냉장보관하면 세균수가 최대 3000배 가량 증가한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대형마트들의 해당 제품 판매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6일 찾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반쪽 수박이 판매되고 있다. (사진=이철기자)
   
이철 기자 iron62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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