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스런 리모델링 임대…초밀도 원룸촌 변질 우려
투룸 배려없는 원룸 위주의 공급 정책
2015-09-03 14:26:24 2015-09-03 14:26:24
역대 최장기 전세난과 가속화되는 월세화로 임대주택 공급 확충에 다급한 정부가 리모델링 임대라는 아이디어를 짜냈다. 노후 단독·다가구 밀집지역에 소규모 임대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비책이다.
 
하지만 기반시설 확충 없는 초밀도 원룸촌으로 변질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투룸수요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서민·중산층 주거안정강화 방안 발표를 통해 주거취약계층 지원 강화를 위해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사업를 도입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는 소유주가 노후 단독·다가구주택을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임대주택으로 개량해 공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가구 단독주택을 8가구 주택으로 개량할 경우, 1~2가구는 집주인이 사용하고 6~7가구는 공공임대로 공급하게 된다. 즉 1가구가 8명이 살 수 있는 공동주택으로 나뉘는 것이다.
 
주택소유주 참여를 위해 증축된 주택은 정해진 임대기간이 끝나면 돌려주고, 집주인은 주택도시기금으로부터 1.5% 저리에 최대 2억원의 개량자금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주변시세의 50~80%로 임대료를 낮춰야 하지만 LH에서 임대관리를 맡고 임대수익 확정지금을 통해 공실위험까지 책임진다.
 
서울의 경우 성북구 정릉, 동작구 흑석동 등 노후 단독·다가구 밀집지가 주요 대상이 될 것을 보인다. 국토부가 서울 정릉의 단독주택 소유자 35명에게 조사한 결과 30명이 집주인 리모델링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피력할 정도로 관심은 있는 편이다. 준공 후 10년, 대지면적 100㎡ 이상 등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사업을 실시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단독주택은 서울에만 6만6160가구가 있다.
 
문제는 이들 지역이 도시기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주택 밀집지라는 사실이다. 실제 흑석동의 경우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도로를 두고 노후 단독·다가구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정릉 등 다른 노후 단독·다가구 밀집지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자칫 초밀집 원룸촌으로 난개발될 가능성이 있다.
 
국토부는 리모델링 시 필로티를 설치해 주차공간까지 마련하는 구상을 밝혔지만 자동차 진입할 수 있는 도로 자체가 너무 좁아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지역 도로난만 가중시킬 수 있다.
 
흑석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공실과 관리를 정부서 책임지고 저리의 개량비용도 나오니 매력이 있어 보인다"면서 "하지만 이미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살고 있는데 이런 집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투룸수요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기존 단독·다가구주택에 포함돼 있던 투룸은 리모델링할 경우 원룸으로 쪼개진다. 정부 정책에 저소득 신혼부부 등의 투룸 수요에 대한 배려는 빠진 셈이다.
 
실제 지난 7월 입주자를 모집한 행복주택 구로천왕지구와 강동강일지구는 신혼부부 대상 물량을 395가구 배정했지만 신청은 273가구에 그쳤다. 전용 29㎡ 원룸형으로 부부가 살기 불편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반면 투룸으로 공급됐던 송파 삼전지구 전용 41㎡는 3가구만 모집했으나 신청자가 483명이나 몰렸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에 제안한 방식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원룸 위주로 공급을 하는데 투룸 이상의 수요가 있는 곳이 있을 것이다. 그런 곳에는 면적을 넓히거나 원룸과 투룸을 혼합하는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단독·다가구주택을 리모델링해 임대를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지역 내 난개발과 도로난만 가중시킬 수 있다. 흑석동 전경 사진/한승수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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