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훈련시켜 마약 탐지견으로 현장에 투입하듯 컴퓨터를 훈련시켜 산업과 일상에 적용하는 기술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 시대의 신호탄이다.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에 개인과 조직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똑똑한 기계들의 시대, 인공지능이 만드는 미래 세상’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점점 구체적인 현실이 되고 있는 인공지능 시대에 실제적으로 기업 경영과 비즈니스, 조직 구조, 리더십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모색했다. 수많은 기회와 위험을 내포한 이 시대에 개인과 조직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결국 “더 똑똑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기계와 인간이 서로 싸우는(against) 경주가 아니라, 기계와 인간이 함께(with)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달려나가는 경주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LG경제연구원
인공지능은 기계로 인간의 지능을 구현하는 것이다. 인간의 모든 지능을 기계로 구현해내는 일은 예상보다 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러나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가르치는 '기계 학습(머신 러닝, Machine Learning)', '심화 학습(딥 러닝, Deep Learning)' 등의 분야가 성장하면서 점차 인공지능의 실생활 적용과 그 활용도가 구체화되고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기업인 ‘메타마인드(MetaMind)’는 방대한 텍스트와 이미지 등을 분석해 연관성, 맥락, 복잡미묘한 감정 등을 추출하고 자동 인식·분류하는 등의 심화 학습 기법 개발에 앞서있다. 나아가 이런 기법들을 상용화하는 과정, 즉 실제 비즈니스와 일상 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일에 매우 적극적인 업체다. 예를 들면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 텍스트에서 제품·서비스에 대한 실시간 고객 반응을 추출해 해당 기업의 마케팅에 활용하도록 하는 식이다.
그러나 더욱 주목할 부분은 사용자가 직접 컴퓨터를 훈련시켜 원하는 이미지나 텍스트를 식별·분류하고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추출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마치 마약 탐지견처럼 일정 수준의 경험이 쌓이면 사용자 개입 없이도 컴퓨터가 알아서 정확하게 소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본 탑재된 이미지나 음성 인식 외에 사용자가 의도하는 대로 새로운 것을 학습하게 하는 이런 ‘유연성’ 또는 ‘확장성’은 인공지능 범용화의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거대 기업들 외에도 더 많은 조직과 개인들이 인공지능을 가치 혁신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게 할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조용수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매일같이 쏟아지는 거대 용량의 데이터와 초강력 컴퓨터 시스템의 결합은 조만간 나타날 심화 학습 기법의 극적인 발전을 예고하고 있다”며 “전세계 유력 벤처 투자자와 기술 기업들이 기울이는 지대한 관심에 미루어 인공지능 시대 도래는 결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파생될 여러 가지 비즈니스 기회를 잡기 위해 기존의 조직과 개인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기업 경영과 관련된 주요 정보 처리와 의사결정에서 인간 혹은 인간적인 요소를 배제하는 기술은 상당 부분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의 유력 언론은 기본적인 데이터 입력만으로 날씨, 스포츠, 주식 시황 등과 관련한 기사를 작성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했으며, 기업의 재무보고서에 숨어있는 각종 맥락을 추출해 주주나 잠재적 투자자의 의사결정 참고자료로 사용하는 기법도 상용화됐다.
기계 스스로 시장 흐름을 포착해 정교한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할 뿐 아니라,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신규 비즈니스 개발 시점 등에 대해 최고경영진이 참고할 만한 인사이트와 의사결정 대안까지 만들어내는, 일명 ‘경영 기계(Management Machine)'의 출현도 가능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기존의 대기업 조직 구조는 중간 관리자의 역할 축소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조직의 형태는 거대 피라미드에서 최일선 말단 조직이 동심원 혹은 방사형으로 포진하는 형태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리더들의 자질은 더욱 중요한 요소로 부각돼, 기계의 주인으로서 ‘더 똑똑해질 것’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조 연구위원은 “해답은 인공지능이 감당할 수 없는 더 가치있는 일,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도의 입체적 사고 능력과 예측력, 현장에서의 실행 가능성에 대한 판단 등 기계가 메울 수 없는 빈틈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토마스 데번포트(Thomas Davenport) 밥슨칼리지 석좌교수는 “인공지능을 단순히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 ‘자동화’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 인간의 능력이 얼마나 더 확장될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더 빠르고 정확한 ‘기계 의사’들이 나타나겠지만 ‘사람 의사’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암 정복, 생명 연장의 열쇠 발견과 같은 난제들을 돌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미래창조과학부가 개최한 ‘인공지능 연구개발(R&D) 간담회’에서 최재유 제2차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미래창조과학부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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