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사물’보다 ‘인터넷’으로 접근하자”
몸무게 공유되는 사회…‘매니지먼트’ 혹은 ‘모니터링’
2015-09-13 09:36:36 2015-09-13 09:36:36
최근 수없이 회자되는 사물인터넷(IoT)에 대해 십중팔구는 ‘사물 간 연결’에 주목한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보다 쉽고 명확하게 이해하려면 ‘사물’보다는 ‘인터넷’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가 주최한 ‘초연결사회와 사물인터넷’ 특별세미나가 열렸다. ‘(사물)인터넷(O2O-IoT)의 사회적 영향’이란 주제로 발표를 맡은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 교수는 “사물인터넷의 정의는 사물보다 인터넷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인터넷이 전세계 컴퓨터를 서로 연결한 것이라면 사물인터넷은 전세계의 사물들을 컴퓨터로 만들어 서로 연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기존의 인터넷과 사물인터넷의 차이점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통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물인터넷 시대는 이미 생활 속에 진입해 있다. 이 교수는 대표적인 비즈니스 성공 모델로 구글에 인수된 ‘네스트랩스(Nest Labs)’를 꼽았다. 네스트랩스가 만드는 온도조절기는 센서 등으로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해 작동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사물인터넷 제품이지만, ‘러시아워 리워드’라는 시스템을 적용해 전력소비 플랫폼으로 기능을 확장했다.
 
네스트랩스는 전기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블랙아웃 가능성이 높은 에너지 러시아워 때 실내 설정 온도를 평소보다 1℃ 높인다. 이 자동조절을 건드리지 않고 수용한 고객은 85달러의 캐시백을 받게 되며 네스트랩스는 고객 당 30달러의 수익을 창출한다. 사물인터넷 플랫폼으로 수익 모델을 제시할 뿐 아니라 스마트그리드의 개념을 현실화하며 사회적 파급효과까지 발생시킨 사례인 것이다.
 
지난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초연결사회와 사물인터넷’ 특별세미나에서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 교수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미연 기자
 
‘사물인터넷은 인터넷’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사물인터넷 사업은 제조업체보다 인터넷업체가 하는 것이 더 수월하다. 예컨대 체중계 제조업체라면 그동안은 저울을 만들어왔지만 앞으로는 ‘IoT 체중계’가 등장해 몸무게 데이터에 대한 저장, 클라우드, 전송, 보안 등의 기술과 프로세스를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비즈니스 자체가 완전히 바뀌는 셈이다. 이 교수는 “전통적 기능을 수행하던 제품들에 사물인터넷 기술이 적용되며 자연스럽게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변모할 것”이라며 “사물인터넷은 거래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온도조절기와 체중계, 그밖의 모든 사물인터넷 사업들은 프라이버시 이슈를 피해갈 수 없다. 사물인터넷은 좋게 말하면 ‘매니지먼트’가 될 수 있지만 반대 시각에선 ‘모니터링’이기 때문이다.
 
사회학자인 이호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내 몸무게를 남이 아는 사회와 모르는 사회는 전혀 다르고 이는 거래비용 감소 그 이상을 의미한다”며 “미셀 푸코가 말하는 ‘감시 대상’으로 개인이 전락할 수 있고, 결국은 권력의 문제와 맞닥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창근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사물인터넷 시대에서 개인정보는 ‘보호’가 될지 ‘활용’이 될지 알 수 없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사업법, 위치정보법 등은 향후 피해갈 수 없는 법령”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물인터넷과 관련해 기존 법제도에 대한 해석론적 입장과 구체적인 개별서비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론적 입장이 존재한다”며 “무인자동차를 예로 든다면 도로법, 교통법, 무인항공기법 등에서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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