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tvN 예능프로그램 '더지니어스 시즌3'('더지니어스3')에 장동민 출연할 때까지만 해도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예능인으로서 방송의 재미를 위해 참여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심지어 출연자들도 장동민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도 일삼았다. 그런 장동민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매회 뛰어난 능력을 선보였고, 끝내 시즌3 우승자가 됐다. 그리고 그는 시즌 1·2·3 우승자를 비롯해 출중한 실력을 가진 출연자들이 모인 '더지니어스:그랜드파이널'(더지니어스4')에서도 우승자의 자리를 거머쥐었다.
방송이 끝난 뒤 온라인을 살펴보면 여론은 장동민을 '갓동민'이라고 부르며 그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또 그의 우승에 열광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네티즌들은 그가 졸업한 동아방송대학이 최상위 학교라는 의미의 사진도 만들어내고 있다. 장동민의 우승을 자신의 우승처럼 기뻐하는 이도 있다. 그의 우승이 무엇을 의미하기에 대중이 이토록 열광하는 걸까.
개그맨 장동민이 '더지니어스4'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tvN
장동민은 방송에서 슬랩스틱 코미디를 주로 보여줬다. 망가지는 모습에 두려움이 없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희화되는 인물이었다. 개그맨으로서 엄청난 지식을 자랑하는 이도 아니었다. 그런 그가 '더지니어스4'에서 맞붙은 사람들은 최상위 스펙을 가진 고학력자들이었다. 머리를 쓰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장동민이 우승을 예측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장동민은 사회의 통념을 깨고 자신의 이름을 우승자의 자리에 당당히 새겼다.
방송 전 약자로 분류된 장동민은 시즌3와 시즌4에서 스펙이 화려한 사회적 강자들을 누르고 이겨냈다. 그야말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일들이 리얼리티 게임쇼에서 실현된 것이다. 장동민의 우승기는 말 그대로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지난 12일 방송된 '더지니어스4' 결승전은 각본 없는 스토리의 마지막화였다. 충청남도 아산시 도고면에서 태어나 학원을 가본 적도 없고 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장동민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태어나 국영수는 물론 예체는 다수 분야의 학원을 섭렵하고 학창시절 내내 1등을 해온 서울대 대학원생 김경훈을 압도적으로 누른 것이다.
첫 번째 경기였던 숫자 장기에서는 김경훈의 허를 찌르는 심리전으로 손쉽게 게임을 차지했다. 두 번째 경기 미스터리 사인에서는 화학생물공학을 전공한 김경훈을 계산능력으로 제압했다. 장동민은 게임 내내 어떠한 트릭을 쓰지 않고, 철저히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게임을 풀어나갔다. 깨끗하고 정정당당하게 승리했다.
우승 후 장동민은 "개그맨들이 좀 더 높은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장동민이 머리가 좋다'가 아닌 '대한민국 현존 개그맨들이 다 머리가 좋더라'로 됐으면 좋겠다"면서 "뭔가 열심히 하면 되는구나, 진짜 죽을 때까지 뭔가 열심히 하면서 살아야겠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끊임없이 열심히 해야 되겠다"고 말을 남겼다.
비록 교육적인 면에서 큰 혜택을 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장동민은 고도의 집중력과 특출한 감각으로 변호사, 한의사, 정치인 등 고스펙의 인재들을 제쳤다. 대중들은 장동민을 통해 현실에서 느끼기 힘든 기쁨을 대리만족하는 기회를 얻었다. 꼭 좋은 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더 행복하고 뛰어난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장동민이 '더지니어스4'를 통해 실현했다. '금수저'에서 '똥수저'로 분류되는 현실의 계급을 장동민이 깨버린 셈이다. 대다수의 대중이 열광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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