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자산매각에 나섰지만 제 때 매각하지 못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에도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중인 경남기업은 핵심 자산인 베트남 하노이 소재 '랜드마크72' 빌딩 매각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고민이 커졌다.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과 NH컨소시엄(NH투자증권·대주회계법인·법무법인 광장)이 실시한 매각 본입찰에서 해외 부동산투자업체 1곳만 참여한 것.
매각주관사 측은 "본입찰에 한 곳 밖에 참여를 안했지만, 유찰은 아니다"며 "자금증빙능력과 매각가격 등을 검토한 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매각 성공 여부에 따라 경남기업의 회생 여부도 판가름 날 전망이다. 경남기업이 채권단에 빌린 돈은 총 1조3000억원 정도며, 랜드마크72의 감정가는 1조원 안팎이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지난 8월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던 4개 기업 중 한 곳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과 베트남, 싱가포르, 홍콩 등 해외 부동산업체 4곳이 관심을 보였으나, 이후 1곳이 불참 의사를 밝힌데 이어 나머지 2곳도 이번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매각작업 자체가 무산되는 최악의 경우는 피했지만, 경쟁 입찰이 불발되면서 채권단이 기대하는 값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두 번이나 매각에 실패한데다 LOI 제출 이후 실사 과정을 거치면서 대부분 업체들이 입찰에 불참한 만큼 감정가 수준의 입찰가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삼부토건(001470)의 경우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르네상스호텔 매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법정관리로 내몰렸으며 채권단 주관 하에 이달 공매를 실시할 계획이다.
당초 삼부토건은 중국 등 업체들을 대상으로 인수자를 물색했으나 지난달 법정관리에 들어서면서 채권단 주관 하에 공매를 통한 매각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호텔의 예상매각가는 법정관리에 앞서 인수를 추진한 부동산개발업체 'MDM'이 제시했던 9000억원가량이다.
현재 삼부토건은 주요 자산 중 하나인 르네상스호텔을 담보로 1순위 협조융자 7493억원과 후순위 채권을 더 1조원가량의 빚을 안고 있다. 앞서 채권단은 4년여간 진행된 매각이 수월하지 않자 채권회수가 어렵다고 판단, 자율협약(재무개선특별약정) 연장을 거부한 상태다.
한편, 채권단의 요청을 받은 무궁화신탁은 이달부터 본격적인 공매에 돌입할 방침이다. 문제는 무궁화신탁 측에서 삼부토건 측에 통보한 공매 일정과 방법이다. 이와 관련, 삼부토건 노조 측은 오는 2일 기자회견을 실시할 예정이다.
삼부토건 노조 관계자는 "1조원대 토지와 건물에 대한 대형 매각임에도 공고일로부터 입찰일까지 불과 5영업일의 짧은 시간을 부여하고 있는데다 매각최저가를 4일 만에 1조원 이상 하락시키는 방법으로 입찰을 진행, 시장가를 크게 밑도는 가격으로 낙찰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럴 경우 턱없이 부족한 매각금액으로 담보채권자들은 물론, 종업원, 협력업체 등도 파탄에 이를 수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분양시장 호황에 따른 주택사업 여건 개선 등으로 자산 매각작업을 접은 곳도 있다. 전날
GS건설(006360)은 자회사인 'GS 이니마(Inima)'의 매각을 잠정 중단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GS건설 관계자는 "잠재인수대상들과 매각을 논의했지만 매각조건 이견 등이 있었던 데다가 이니마를 통해 수주 등을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전열을 재정비하고 잘 경영해 가치를 높여 나중에 제 값에 매각하는 게 낫다고 판단, 매각작업을 중단키로 했다"며 "이니마 인수 당시 유로당 원화값이 1400원 중반대였는데, 매각 진행 중 110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인수 당시 가격으로 팔아도 환차손이 발생하는 문제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GS이니마는 스페인 수처리업체로, GS건설이 신성장사업 발굴 등을 목적으로 2012년 5월 인수했지만, 2014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매각이 추진됐다.
일각에서는 GS건설이 최근 분양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데다 지난달 말 GS리테일로부터 파르나스호텔(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지분을 매각하면서 2900억원의 매각차익과 매각대금 7600억원 등 현금이 유입되면서 유동성에 여유가 생겨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매각에 나섰으나 제 때 매각하지 못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경남기업의 랜드마크72(좌) 빌딩과 삼부토건의 르네상스호텔. 사진/뉴스토마토 DB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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