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최근 실적 부진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다. 특히, 공공부문 발주 규모에 민감한 중견건설사들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만기도래 하는 회사채 차환이 부담을 가중 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태영건설의 경우 탄탄한 재무안정성을 기반으로 'A'등급을 꾸준히 유지해오다가 이번 평가에서 'A-'로 하락했다. 매출액의 80%가량이 공공공사 물량이었던 태영건설은 채산성이 낮은 공공토목을 주로 수주했는데, 대부분 최저가낙찰제로 수주한데다 올 상반기 신규수주마저 감소하면서 하향 평가됐다.
실제로 분양시장 활황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주택시장과 달리 토목이나 플랜트 등 공공부문은 오히려 발주가 줄어들면서 입찰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수익성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상반기 기준 공공공사 수주 누계 규모는 지난해 대비 1.1% 줄면서 역성장을 지속했다.
대한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주택시장 상황이 개선된 것은 맞지만, 전체적인 건설경기는 여전히 침체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 한 상태다. 오히려 최저가낙찰제로 인해 공공공사 입찰 경쟁이 심화되는데 반해 수익성은 떨어지면서 중견사들의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며 "치열한 경쟁 속에 낮은 가격을 써내 낙찰 받더라도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 최근에는 유찰되는 공사도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건설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자비용이 늘어나 재무 부담이 그만큼 더 가중된다는 점이다. 신용평가사가 기업의 재무구조를 평가할 때 이자비용 역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여기기 때문이다. 결국 이자비용이 늘어 추가 신용등급 하락의 위험마저 안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한두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업황 리스크'로 확대해석 된다는 점이다. 최근 몇년간 건설사들이 해외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대규모 적자를 냈고, 국내 영업에 치중했던 중견사들도 하나둘씩 어려움에 처하면서 업계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또 최근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조선업체와 마찬가지로 추정이 많이 개입되는 수주산업에 대한 기피현상도 커지고 있다.
때문에 일부 중견사들의 경우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비싼 이자비용을 부담하면서 차환을 발행하거나 이를 포기하고 보유 부동산이나 지분 등 자산을 매각해 현금으로 상환하기도 한다.
A건설 관계자는 "도급순위 10위권 밖의 건설사들은 대부분 신용등급이 'BBB' 이하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사업포트폴리오도 단순해 비주력 사업 매각이나 보유 건물 및 땅을 팔아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회사채 만기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건설사 수익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B투자증권 연구원은 "재무구조개선과 현금유동성 확보가 관건인데 신용등급 하락, 금융비용 상승,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엎친 데 덮친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비우호적인 대외환경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최근 실적악화를 경험한 건설사들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차환이나 자체상환에 실패해 자금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우려했다.
향후 1년간 신용등급 'A-' 건설사들의 만기도래 회사채는 7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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