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은행의 은행채 발행 규모가 올들어 지난 9월까지 전년대비 30% 넘게 늘어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로 은행채 조달 비용이 떨어지고 계좌이동제도 앞두고 있어 은행의 채권 발행이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9월까지 누적된 은행채 규모는 전년 동기대비 38.4% 증가한 19조7698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지난 9개월간 은행채 발행이 늘어난 이유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기준금리와 금리 인상 조짐 등을 꼽는다.
권우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내년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예상이 있다. 그걸 감안하면 올해 은행채를 발행하는 편이 조달 비용을 낮추는 면에서 유리하다"며 "기준금리가 낮다보니 은행채 금리가 내려가서 은행채 조달이 용이해진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은행에서 시민들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9월 한 달 동안의 은행채 발행 건수는 28건, 액수는 3조5145억원으로 전월보다 10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1조3936억원), 우리은행(8781억원), 국민은행(6000억원), 하나은행(4928억원), 대구은행(1000억원), SC은행(500억원) 순으로 4~5년물 은행채를 발행했다.
전월 보다 은행채 발행 규모가 커진 것을 두고 계좌이동제를 앞두고 은행들이 예비 자금을 확보해 두려는 것이란 해석이 있다.
계좌이동제는 기존 주거래은행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기존 계좌에 연결돼 있던 각종 이체 항목을 자동으로 일괄 이전하는 제도로 오는 30일 부터 실시된다.
권 연구원은 "계좌이동제를 앞두고 예금이 빠져나갈 수 있으니, 방어적 차원에서 미리 자금을 확보해 두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은행채는 예금과 더불어 은행의 자금을 조달하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은행채를 발행했다고 이상하게 볼일은 아니다. 은행들은 은행채로 부채를 관리하거나 자산을 불려 대출에 쓰는 등 기본적인 영업 활동을 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채 발행 목적을 정확하게 구분하긴 어렵지만 (은행채 발행에) 대출 상환이나 대출 운용, 연말 영업 등 여러가지를 고려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시장 환경에 맞춰 은행채로 자금을 확보해 나가는 추세지만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은행채에 붙는 금리 또한 올라가 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금리가 올라가면 순이자 마진이 살아나 전체 수익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자금 조달 측면에선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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