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에게 올해 말까지 부실채권 비율을 1% 수준까지 낮출 것을 지시할 방침이다. 산업계에 대한 구조조정에 따라 발생하는 부실채권을 신속히 처리하지 않을 경우, 향후 은행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30일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금융회사 부실채권 정리계획'을 확정했다.
일단 금융당국은 현재 평균 1.5%인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을 올해 말까지 1%수준으로 낮춘다는 내용의 감축 목표비율을 시중은행에 통보할 계획이다.
시중은행들은 다음달 안에 금융감독원에 감축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각 은행별 상황에 걸맞은 감축계획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부실채권 증가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기업구조조정 상황과 경기회복 속도, 세계 주요국가의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잠재적인 부실이 증가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올 6월말 현재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은 1.5% 수준.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19조6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은행권의 부실채권은 급격히 증가해왔다. 지난해 3분기 4조5000억원이었던 부실채권 신규발생액은 같은해 4분기 9조5000억원으로 두배 이상 급증했다.
올 1분기에도 9조3000억원에 이르는 부실채권이 쏟아졌다. 2분기 부실채권 신규발생액은 7조6000억원으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은행의 자산건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제2금융권의 부실채권 규모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올 3월말 현재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 보험사, 증권사 등을 포함한 제2금융권의 부실채권 비율은 4.84%로 제1금융권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상황이다.
금액은 11조9000억원으로, 제1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 그러나 저축은행과 증권사의 부실채권 비율은 각각 10.01%와 11.35%에 이르는 등 이미 두자릿수를 넘어선 상태다.
금융당국은 "제2금융권에 대해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의 경우 구조조정기금을 활용해 정리하도록 하고, 나머지 부실채권 역시 각 업체가 적극적으로 자체 처리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부실채권 처리에 따른 건전성 악화현상이 발생할 경우 대주주 책임 하에 자본확충을 추진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부실채권 정리를 적극 유도하는 것은, 구조조정에 따라 발생한 부실채권이 금융권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부와 주채권은행들은 올해 초 건설, 조선사를 시작으로 대기업그룹, 개별 대기업 등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해왔다. 최근에는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신용위험평가가 병행되고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지난 5월 설치된 구조조정기금을 통한 부실채권 매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미 구조조정기금은 8164억원에 이르는 은행권 PF 부실채권과 1915억원 규모의 해운사 선박을 인수한 바 있다.
다음달 중 공적자금괸리위원회가 설치되면 부실자산 인수 기준 등을 마련해 부실채권 정리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복안이다.
민간시장이 부실채권에 투자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개선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 4월 국회에 상정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사모투자펀드(PEF)가 금융권 부실채권이나 미분양 아파트 등 부실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간 '경영권 참여'로 제한돼있던 투자목적을 확대해 PEF가 수익을 목표로 부실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또 "구조조정기금을 활용해 부실채권을 매입할 경우 새로 도입될 국제회계기준(IFRS)에 부합하는 사후정산 방식을 적용할 것"이라며 "금융회사의 헐값 매각 우려를 최소화해 신속한 부실자산 정리를 유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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