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미래연구원]내수시장이 살아난다? 문제는 제조업과 수출
올 3분기 1.2% 성장, 추경 등 정부소비와 정부주도 건설경기 덕분
수출엔진 꺼져만 가는데 성장 모멘텀도 보이지 않아
낙관론은 그만, 정책당국 위기의식 공유 절실하다. ‘제조-설비투자-수출’이 핵심
2015-11-16 10:30:37 2015-11-16 10:33:46
지난 3/4분기 성장률이 0%대를 벗어나 1.2% 성장한 것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좋아할 일만은 아니라는 신중론이 많다. 국내외 경제환경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의 진단을 들어 본다. 아울러 최근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중국경제의 변화는 우리경제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관련해 이경태 Korea Observer 편집주간(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의 분석을 함께 들어본다.[편집자주]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에 따르면 최근 금년 3분기 실질 GDP 성장률을 발표한 기획재정부는 “정부의 적극적 정책에 힘입어 내수의 성장 모멘텀이 확대되며 전기 대비 1.2% 성장률을 달성해 저성장 고리가 단절되는 결과”라는 긍정적인 종합평가를 내렸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보도자료 ‘2015년 GDP 흐름’을 살펴보면 1.2% 성장은 2010년 이후 5년 만에 최대다. 성장의 내용 면에서도 3/4분기까지 내수 성장기여도가 전년대비 3.4%로 수출 감소(-1%)를 보완했고, 산업별로도 서비스업 및 건설업 등 내수업종이 제조업 부진을 보완해 내수성장세는 OECD 최상위권(통계수집 가능한 OECD 23개국 중 4위)라는 것이다.
 
특히 3분기 추경 등 정부 재정확대가 민간 활력 제고의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4분기 민간부문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요약하자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책을 내놓은 덕택에 어려운 수출여건 하에서도 내수가 살아나 OECD 최상위권의 성장세를 기록했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실상 3분기 성적의 속내용을 들여다보면 걱정스런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전기 대비 성장률은 매우 불안정한 지표라는 점이다. 전기 대비 실질성장률은 분기 실적이 나쁘면 다음 분기에 높게 나오고 또 이번 분기가 높으면 다음 분기가 낮아지는 현상(기저효과)이 있어서 변동성이 매우 크다.
 
실제 지난 2003년 4분기 실질성장률은 전기 대비 2.6%로 매우 높았지만 그 해 연간성장률은 2.9%로써 IMF위기(1998년)을 제외하면 1981년 이후 22년 만에 최악이었다. 2009년 3분기 실질성장률 역시 전기 대비 2.8%로 높았지만 2009년 연간성장률은 0.7%로써 IMF 시기를 제외하면 1981년 이후 28년 만에 최저수준이었다. 한 분기의 실적만으로 정부가 정책업적을 너무 자랑하고 강조하다보면 금방 얼굴을 붉히기 십상이다.
 
 
둘째, 3분기 실적이 정부의 재정집행 주도형 성장이라는 점이다. 추경 등 재정집행 확대에 따른 정부소비(0.3%)와 정부주도가 대부분인 건설투자(0.7%)를 합하면 1.0%로 분기성장(1.2%)의 5/6에 해당하며 여기에다가 재고투자(0.2%)를 더하면 1.2%가 되어 3분기 성장은 이 세 항목에 의해 주도된 셈이다.
 
따라서 정부 재정능력이 고갈되면 언제라도 동력이 식을 수밖에 없는 성장이다. 지난 2014년처럼 재정이 집중 투입된 이후 재원이 부족하거나 부양효과가 떨어지면 나타나는 ‘상고하저(혹은 front-loading 효과)’가 나타난다면 올 4분기나 그 이후 성장률이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수출엔진이 꺼지고 있다. 수출이 심각하게 붕괴되고 있음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금년 들어 전년대비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0.7%, -1.1%, 및 –1.3%로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고 그 폭도 커지고 있다. 작년 3분기 이후 금년 9월까지 역대 최장기인 5분기 연속 수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10월 1일~20일 수출증가율은 –16%로 폭증했다.
 
넷째, 성장 모멘텀은 어디에도 안 보인다. 모멘텀(momentum)이란 물체가 한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변동하려는 경향, 즉 추진력·여세·타성이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의 모멘텀을 갖기 위해서는 민간부문의 성장 모멘텀, 즉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위 도표에서 보이듯 민간소비와 설비투자의 성장기여도는 매우 미미하다. 금년 1~3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년대비 5.0%~6.8%대로 작년 상반기 7.2%~7.7%에 비해 미미하고 지식재산생산물투자의 금년 중 성장기여는 거의 없는 셈(0.0%~0.1%)이다.
 
반면 올해 1~3분기 재고의 성장기여도는 0.9%~1.3%로 성장률(전년대비) 2.2%~2.6% 의 35%~50%를 차지했다. 금년 제조업 성장률은 전년대비 0.7%~1.7%대로 극도로 부진한데다 서비스산업 성장률도 계속 낮아져서 3분기 2.6% 성장률은 2013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경제의 현실이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정책당국의 위기의식 공유가 절실하다. 정책당국은 수출부진, 제조업 붕괴, 민간부문의 성장동력 상실에 대해 솔직히 인정하고 그 원인에 대한 철저하고 다각적인 분석을 내려야 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가라앉고 있는 성장동력 문제를 경계하기는커녕 OECD 비교와 같은 수치를 들이대며 낙관론을 펴는 경제정책당국에게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아울러 정책의 핵심은 ‘제조-설비투자-수출’이라는 점이다. 현재 한국경제 침체의 핵심은 제조업과 수출의 부진이다. 특히 전통수출산업의 경쟁력 상실이 심각하다. 경제부흥과 제2의 한강의 기적은 서비스산업이나 건설이 아니라 제조업에서 나온다. 비록 신흥개도국에게 불리하다하더라도 유리할 수 있는 방법과 부문을 찾아야 한다. 이것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창조경제 못지않게 시급하고 중요하다.
 
국가미래연구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마지막날인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5층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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