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 소재 비금속광물 제조업체인 H사는 지난 2008년 창업 후 4년여 기술개발 끝에 반도체·태양광설비 제작공정에 필요한 메탈실리콘 국산화에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장기간 기술개발(R&D)자금 투입으로 한동안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해 왔다.
이에 대해 박홍주 중소기업진흥공단 기업금융처 팀장은 "기술집약형 첨단소재 기업이라는 판단하에 설비구축을 위한 시설자금 등을 지원했다"며 "해당 회사의 거래처 수주량이 급증하면서 지난해부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고 올해 매출액도 7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6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기관장 간담회에서 한정화 중기청장(오른쪽 두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중기청
최근 금융감독원이 중소기업 175곳을 구조조정 대상기업으로 선정·발표한 상황에서 수치상 경영지표 외에 기술력·성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은 26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시중은행·정책금융기관장과의 간담회에서 "기업들이 기술개발에 전력을 다하는 중이거나 투자를 많이 했음에도 시장에서 본격적인 상품화에 이르지 못한 이유로 재무사정이 안좋아지는 경우도 있기에 이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청장은 "부실기업을 정리하고 솎아내는 것은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이라면서도 "금융기관들이 중소기업 신용위험 평가과정에서 기술력과 사업성을 바탕으로 종합적인 판단을 해달라"고 덧붙였다.
임채운 중진공 이사장도 "구조조정 대상에 선정된 중소기업 175곳은 얼마 안되는 수치임에도 과도하게 부각된 면이 있다"며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까지 쓸려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 상황에서 중진공이 실시 중인 한계기업 회생지원과 같은 대책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중 은행장들도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구조조정의 목적이 더 많은 기업을 살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며 "기업 신용위험평가를 할 때 재무제표와 함께 R&D 투자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여부 등을 여러가지 경험에 근거해 확인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내부적으로 중소기업 구조조정과 관련된 충당금 규모는 200억원 안팎으로 사실 은행 수익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라며 "기업을 어렵게 하는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며 현장실사를 통한 사업구조·기술력 검증을 거치며 업무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소기업 구조조정 과정에 적용되는 부채·이자보상비율 등의 수치가 기계적으로 제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과거 기준은 재벌그룹 구조조정에 활용하기 위한 참고지표였지 모든 업종·규모에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은 아니"라며 "중기청에서 중소기업 옥석가리기에 쓸만한 새로운 지표기준을 연구·제시해주면 여러 금융기관이 같이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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