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MC사업본부가 올 3분기 적자로 돌아섰다. 2011년 이후 3년 만이다. 당시 스마트폰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면, 이번에는 무한경쟁 체제에서의 낙오다. 시장의 성장이 크게 둔화된 상황에서 구도 또한 고착화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는 더 힘들어졌다는 평가다.
LG전자 스마트폰의 국내 매출 비중은 30% 안팎이다. 삼성전자보다 국내 의존도가 높다. 해외는 또 다시 북미, 유럽 등 선진시장과 아시아, 중국, 중남미, 중동 및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으로 구분된다. 다만 북미와 아시아 일부 시장을 제외한 수치는 큰 의미를 둘 수 없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LG전자 관계자의 귀띔이다.
LG전자 피처폰 전성기를 열었던 초콜릿폰과 전략 스마트폰 G4. 사진/뉴시스
LG전자는 2013년 2분기까지만 해도 삼성, 애플에 이은 글로벌 3위였다. 2012년 G 시리즈를 시작으로 이미지 개선과 프리미엄 시장 안착에 성공하면서 "3자구도는 굳혔다. 남은 것은 추격"이라고 자부할 정도로 자신감도 되찾았다. 레퍼런스폰을 통한 구글과의 협력체계, OS(운영체계)에 대한 깊어진 이해 등은 과거 피처폰의 영광을 재현하는 동력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러한 기대가 무참히 꺾이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특히 고전하고 있던 중국에서의 지각변동이 세계시장 점유율 악화로 이어졌다. LG전자를 위협하던 중국 토종기업들이 든든한 내수를 기반으로 신흥시장에서 약진하면서 LG전자의 입지는 크게 축소됐다. 화웨이, ZTE, 레노버, 쿨패드 등 중국 1세대 스마트폰 기업들에 이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2세대 기업들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고수익을 담보하던 프리미엄 시장도 녹록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독한 소비 부진 속에 그나마 있던 수요는 애플과 삼성이 나눠가졌다. 후발주자나 다름없던 LG전자로서는 브랜드가 크게 밀리는 데다, 유통망의 지원도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마케팅에 무한정 돈을 쏟아붓는 것도 부담이 되면서 LG전자가 끼어들 틈은 점차 협소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시장은 지난해 10월1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되면서 LG전자가 누리던 가격할인 프리미엄이 실종됐다. 단통법 도입을 통한 삼성과의 순수한 제품전을 기대했던 LG로서는 시장의 냉담한 반응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전략의 실패로, 시장은 이를 자충수로 받아들였다.
이 같은 국내외 사정은 실적 하락을 부추겼다. LG전자 MC사업본부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1686억원에서 4분기 681억원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단통법 시행 시점과 일치한다. 올해도 이 같은 사정은 이어져, 1분기 729억원에서 2분기 2억원, 3분기에는 급기야 영업손실 776억원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3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1490만대, 점유율은 4.2%로 화웨이, 샤오미, 레노버에 이어 6위로 내려앉았다.
LG전자 전략기획·경영혁신팀을 거쳐 현재 CEO스코어를 이끌고 있는 박주근 대표는 “MC사업본부는 제품 포지셔닝에서 실패했다”면서 “기술의 문제라기보다 마케팅 부문의 전략과 스킬 부족이 브랜드 이미지 저하로 이어졌다. 이게 일차적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2인자 전략만으로도 시장에서 일정 마진을 챙기는 게 가능했지만, 지금은 글로벌 탑만 독식하는 구조로 달라졌다”면서 “헤게모니를 다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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