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스토리)격변의 자동차 산업, 더 깨끗하게 더 편리하게
골드만삭스, 2025년 시장 전망…친환경·자율주행 보편화
소득 수준 높아진 신흥국이 견인차
2015-12-08 15:20:33 2015-12-08 15:20:33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현재 거대한 변혁의 한 가운데 서 있다. 지난 몇 년 간 스마트폰이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았듯, 첨단 기술과 만난 자동차는 더 똑똑해지고 보다 높은 효율을 뽐내며 생활 양식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100년 이상 유지돼 온 내연기관과 완성차 중심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바뀌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나 전문가들은 향후 10년이 중대 전환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미래 시장 선점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골드만삭스는 '2025년의 자동차(The cars of 2025)'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들은 '녹색, 편의, 안전, 수용 가능한'을 10년 후 시장을 묘사하는 키워드로 꼽아, 이를 기반으로 제품, 기업, 소비자 측면의 주요 트렌드를 선정했다.
 
최근 국제 모터쇼의 키워드는 '친환경'과 '스마트카'다. 사진은 지난달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서 열린 모터쇼에서 볼보가 공개한 자율주행 자동차 '콘셉트26'의 내부 인테리어 모습. 사진/뉴시스
 
최근 열린 국제 모터쇼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친환경'과 '스마트카'였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급 대형차량의 선전이 돋보이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저마다의 기술력을 뽐내며 미래를 준비하는 자리가 됐다. 세계 최대 모터쇼라 불리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는 포르셰, 아우디 등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이 연이어 신개념 전기차를 공개했다. 한 번 충전으로 500km를 달릴 수 있는 전기자동차로 현재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테슬라를 뛰어넘겠다는 야심을 내비쳤다. 일본의 대표 자동차 메이커 토요타는 지난달 열린 'LA모터쇼'에서 수소연료전지차인 미라이를 선보였다. 이름에서부터 '미래'를 겨냥한 제품이라는 느낌이 역력하다. 스웨덴의 볼보는 자율주행 자동차 '콘셉트26'을 출품했다. 구글, 애플 등 IT 기업이 뛰어든 자율주행 시장에서 자동차 메이커로서의 자존심을 지킨다는 계획이다.
 
기후변화 관심, 친환경차 개발로 이어져
 
이 같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최근 행보는 골드만삭스가 전망한 10년 후의 모습과도 일치한다. 골드만삭스는 "자동차 산업은 향후 10년 내에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자동차의 개념과 제조업체, 소비자가 모두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모든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은 기술이라고 이들은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는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녹색, 편의, 안전, 수용가능한'의 4가지 키워드로 요약했다. 그 중 녹색은 현재 파리에서 진행 중인 제21차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21)로 지구 온난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최근의 트렌드를 가장 잘 반영한다. 전세계 온실가스의 22% 가량이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비롯되는 만큼, 자동차 업계가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야 한다는 논리다.
 
이를 위한 업계의 노력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다. 대부분의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들이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친환경 자동차의 비중은 전체의 5%에 불과하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순수 전기자동차는 극소수에 그친다. 골드만삭스는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기자동차의 비율이 2025년 25%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 비율과는 별개로 엔진의 평균 효율을 얼마나 끌어올릴 지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완성차 업체들은 공해 물질 발생을 최소화하면서 연비를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는데, 이는 크게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규 동력원의 개발과 차체 경량화로 나뉜다. 대안 동력원 개발은 연소화합물로 물을 배출하는 연료전지 자동차까지 발전한 상태지만 가격이 장애물로 남아있다. 일본 정부는 2025년까지 연료전지 자동차의 가격을 220만엔까지 떨어뜨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자동차 보급을 위해 보조금도 미국이나 중국보다도 많이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차체 경량화는 충돌 시 안전 문제까지 해결하기 위해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소재를 모색 중이다. 알루미늄, 알루미늄 합금, 고장력강,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 등이 주목받고 있는데, 킬로그램(kg) 당 가격이 기존 소재 대비 2배에서 최대 40배까지 높아 현재는 일부 경주용 차량에만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이 쓰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연비 향상에 대한 기대로 알루미늄이나 고장력강을 사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자율주행 자동차, 삶의 질 향상…안전성 확보는 '필수'
 
미래 자동차의 키워드 중 편의와 안전은 IT 기업의 참여로 경쟁이 본격화된 자율주행 자동차로 연결된다. 골드만삭스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만 보던 자율주행 자량이 현실이 됐다"며 "교통사고를 줄이고 교통 체증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현재 도로주행 테스트를 하고 있는 부분 자율주행 차량들은 1~2년 내에 상용화 될 것"이라며 "사람이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는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가 최종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구글, 애플 등 스마트폰의 혁신을 이끌었던 IT 강자들이 자동차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디자인이나 배터리 수명 등에 집중했던 제조업체들의 관심 범위가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은 이동 수단으로 인식됐던 자동차를 제2의 생활 공간으로 변모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시 말해 운전자의 행동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WEF)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자율주행 자동차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 중 43.5%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내리고 주차는 차량이 스스로 빈 공간을 찾아 하도록"하는 형태를 궁극적인 자율주행으로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9.6%는 "차량 이동 중 운전 이외에 다른 생산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자동차가 알아서 움직이는 세상이 보편화 된다면 노약자나 장애인의 이동권이 향상되고 인적이 드문 외곽 지역으로의 접근도 보다 용이해 질 것이라고 BCG는 전망했다.
 
다만 자율주행 자동차가 널리 보급되기 앞서 안전 관련 이슈를 해소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보행자와의 상호작용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것이다. WEF와 BCG의 조사에서도 소비자 인식 변화(56%)와 함께 안전과 관련된 기술 요소(44%)를 장애물로 꼽은 의견이 많았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무엇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가와 같은 가치 판단을 어떻게 프로그래밍 할 것인지가 극복해야 할 주요 도전 과제라는 평가다. 골드만삭스는 보험업 관점에서의 접근도 강조했는데, 새로운 주행 패턴이 생겨나는 만큼 운전자 행동 평가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신개념 자동차 거부감 적은 신흥국, 성장 동력으로
 
향후 10년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영향력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됐다. 통상적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1만~2만달러 구간에 있을 때 자동차 소유에 대한 동력이 높아지는데, 다수의 신흥국들이 이 시기를 경험할 것이란 예측에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25년 신흥국에서의 자동차 판매량은 78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2010년 처음으로 선진국 시장 규모를 추월한 이후 매년 200만대 안팍의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2025년 선진국의 판매량은 3400만대로 1995년의 3500만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2000년 4000만대를 정점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신흥국에서의 수요 증진은 자율주행 자동차 같은 신개념 자동차에서도 선진국보다 두드러질 전망이다. WEF와 BCG의 조사 결과 시범 주행, 택시, 렌트카를 포함해 자율주행 자동차를 탈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인도에서는 85%가, 중국에서는 75%가 '그렇다'고 답했다. 일본(36%), 독일(44%) 등 자동차 강국의 응답 비율을 두 배 가까이 웃도는 수치다. "자율주행 자동차 구매 시 IT 기업의 차량을 선택하겠느냐"는 캡지미니의 조사에서도 인도(81%), 중국(74%), 브라질(63%)에서의 긍정적 반응이 독일(32%), 미국(29%), 영국(26%) 등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흥국은 전통적 개념의 자동차에 대한 인지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에 대한 거부감도 높지 않은 편"이라며 "자동차를 미디어 소비 공간으로 이용하는 모습은 신흥국에서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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