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오염에 대한 전 세계적인 논의가 활발히 지속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이 연무로 뒤덮이는 상황이 발생했다. 논란이 가중된 것은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산불의 원인이 화전식 방법을 통해 농경지를 마련하기 위함이었음이 알려지고 나서부터다. 이를 둘러싸고 인도네시아와 주변국들의 대립이 이어지면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서 외교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동남아시아의 대기환경 실태 및 정세를 The New York Times가 2015년 10월 8일 보도했다.
사진/바람아시아
사바르 싱그 씨의 택시는 마리나 베이 주변의 유명 호텔과 관광명소가 보이는 고가 도로로 진입했다. 싱가포르 시내였다. 문제는 그 명소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웃 나라인 인도네시아에서 농경지 마련을 위해 놓은 산불은 심각한 연무를 야기했다. 연무는 몇 주째 싱가포르 시내를 뒤덮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와 태국 남부까지 퍼져나가고 있다.
많은 싱가포르 사람이 대기 오염을 피해 피신했지만, 싱은 자동차 안에서 작은 안약 한 통으로 버티며 근무하고 있다. 그는 연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싱가포르 플라이어(165m에 이르는 회전관람차)를 가리키며 “이걸 보세요”라고 말했다. “차라리 자카르타에 연무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럼 인도네시아 정부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죠.”
싱의 분노는 이 연례적인 의식의 본질을 가리킨다. 수마트라 섬과 인도네시아 쪽 보르네오 섬에서 시작된 불은 동남아시아의 일부를 몇 주 동안 연기로 뒤덮이게 했다. 과학자들은 수십 년 간 지속되던 의식이 비정상적으로 긴 건기와 엘니뇨현상이 맞물려 사상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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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변 지역에서는 비행기 운항이 취소되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으며, 수만명이 알레르기나 습진 등 호흡기 관련 질환으로 치료를 원하고 있다. 저번주 토요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되었던 FINA 세계 수영 선수권대회 역시 건강상의 우려로 첫날 일정을 취소하였다. 같은 이유로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예정되어있던 마라톤 대회를 다음날 아침으로 연기하였다.
올해에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에서도 연무의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방화범들에 대한 소송, 조사, 체포 요구와 함께 정치인들을 향한 가차 없는 비난이 쏟아졌다. 마치 2013년의 연무 사태를 반복 같았다.
2013년의 여파가 가신 이후, 같은 문제가 재발하기 전까지 연무 문제는 잊혀져있었다. 이번 연무 사태는 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인도네시아의 야자유 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화전식 방법이 사용되고 있었고, 이를 대체한 마땅한 방법은 없어보였다. 따라서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연무 역시 단기간에 해결되기가 어려워졌다.
국제임학연구소장 피터 홈그렌 씨는 농업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숲을 경작하는 것을 막거나 화전식 경작을 금지하는 등의 장기적인 해결책은 풍부한 토지를 지닌 인도네시아에게 주요 산업인 농업의 축소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산불을 사용하는 이유는 비용 대비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죠.”
영구적인 해결책을 찾기도 벅찬데 상황이 한 달 이상 지속되자 인도네시아는 연무 문제가 단순히 끝나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인도네시아 정부 측은 당국 군부대 인력을 투입하여 1,000여 개가 넘는 산불을 진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린피스는 아무도 불을 진압하지 않아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일까지만 해도 인도네시아 정부는 산불 진압에 도움을 주겠다는 주변국들의 제의를 거절하였고, 심지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관료들이 감히 연무에 대해 불평하는 것을 경고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다음날,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비서실장의 발표문을 통해 “당국 정부는 산불 진압을 위해 전날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제의했던 도움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일본에까지도 지원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조코 대통령은 특히 12~15 톤의 물을 수용할 수 있는 화재진압용 항공기 지원을 요청했는데,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은 2~3 톤 밖에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번 지원 요청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 사태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임할 것임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저번 달 말까지만 해도 인도네시아의 유수프 칼라 부통령은 ‘주변국들은 인도네시아가 그나마 나머지 11달 동안은 깨끗한 대기를 유지해주는 것에 대해 감사히 여겨야 한다’는 그의 입장을 고수하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2013년 사태 당시, 아궁 락소노 인도네시아 원로 장관은 싱가포르 정치인들의 불평을 어린아이가 성질을 부리는 것과 같다고 표현한 바 있다. 당시 싱가포르 정치인들은 연무가 싱가포르의 주요 수입원인 관광 산업에 피해를 입힌다며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그린피스의 ‘인도네시아 숲 캠페인’의 글로벌담당자 버스터 마이터 씨는 “이건 책임 떠넘기기 대결입니다.”라고 표현한다. “물론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인 산불은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되었지만, 싱가포르 역시 인도네시아의 ‘삼림 파괴 경제’를 통해 금전적인 이득을 누리고 있죠. 뿐만 아니라 많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야자유 회사들 역시 인도네시아에서 활동하고 있고요.”
버스터 씨는 궁극적으로는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농업 토지 마련을 위한 삼림 파괴에 강한 규제를 두기 전까지 이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 방침에서는 3m 이내의 토양층을 파내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삼림파괴규제만이 연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장기적인 방안입니다.”
화재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2013년에 있던 비슷한 사태에서는 다국적 야자유 회사 및 펄프용지 회사, 그들에게 원자재를 제공하는 농장의 농부들, 심지어 일용직 노동자들에게까지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고, 또 각자는 다른 이들에게 책임을 돌리고자 했다.
지난 수요일, 싱가포르의 가장 큰 대형마트 NTUC 페어프라이스는 인도네시아의 가장 큰 제지회사 중 하나인 아시아펄프앤페이퍼 사(社)의 제품들을 더 이상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페어프라이스 측에서는 싱가포르 환경 위원회의 발표에 따른 것이라 밝혔는데, 선언에 따르면 싱가포르 환경 위원회는 아시아펄프앤페이퍼(A.P.P) 제품들에 대한 ‘친환경 싱가포르 라벨’ 인증서 발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싱가포르 환경 위원회는 싱가포르 국립환경청이 지목한 연무 발생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회사 중 아시아펄프앤페이퍼사가 지목된 것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아시아펄프앤페이퍼의 지속가능부서의 담당자 아이다 그린버리가 목요일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아시아펄프앤페이퍼는 의도적인 산불에 반대하는 입장이며, 이 산불의 시작에 대해 법적책임을 져야한다고 증명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린버리는 “아시아펄프앤페이퍼 역시 연무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에 페어프라이스의 행동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정확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라며 “이 화재 상황은 결코 단순하지 않으며,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정부, 기타 관계자들 역시 여전히 이 사건에 대해 조사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한 싱가포르 환경운동가 단체의 설립자이자 대학교수인 앙펭화는 환경에 대한 부주의에 접근할 때에는 미국의 모델을 따를 것을 주장한다. 2014년 싱가포르 의회에서 통과된 법안을 사용하여 그들의 책임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게 하자는 것이다. 양 교수에 따르면, 초국경 연무 오염법에 명시되어 있는 회사들은 인도네시아에서 불법적인 개간 사업에 참여하여 경제 손실을 초래한 죄목으로 민사 재판에 고소당할 수 있다.
연무로 인해 일거리를 잃은 사람들 역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앙 교수는 아직 그 법안으로 고소가 진행된 바는 없지만, 스포츠경기 기획 회사나 스포츠훈련 아카데미 등이 고소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고급 호텔 역시 이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연무에 따른 예약 취소와 연중행사인 F1그랑프리 경기 주최에 대해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다. F1 경기는 나쁜 대기에 대한 우려에도 9월 20일에 진행되었다.
앙 교수는 기업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주주들을 보호하는 강력한 체제에 대해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시작한 것은 정부들이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앙 교수는 이에 대해 비관적이다. 그는 “사람들이 더 분노할수록, 더 많은 일이 진행될 것”이지만 하지만 개간을 위한 화재가 일정 시기에만 발생하는 문제인 만큼 사람들의 관심도 일시적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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