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더라도 법질서를 경시하고 사적 이익을 위해 조세를 포탈하거나 재산 범죄를 저지르면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재현(55) CJ그룹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도 실형을 면치 못했다. 그룹 총수의 지위에서 회사가 아닌 '사적 이익'을 위한 범행이었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15일 이 회장의 횡령·배임·탈세 혐의에 대한 파기환송심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 선고에 앞서 "개인의 재산상 이득을 얻으려고 재벌 총수의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누차 지적했다.
집행유예 전망을 가능케 했던 일본 부동산 매입 관련 배임죄도 결국 특경가법에서 형법상 배임죄로 적용돼 일부 감형 요소로 인정받았으나, '자신의 개인재산 증식을 위한 범행'이라는 종전 판결의 유죄 취지와 동일했다.
앞서 수백억원의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 회장도 사적인 이득을 위해 횡령을 했다는 인식이 판결에 불리하게 작용돼 실형을 확정받았다.
반면, 부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승연 한화 회장의 경우에는 '적어도 개인의 재산상 이득을 위해 한 범행이 아니다'라는 점이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500억원대 계열사 불법지원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도 2심에서 '계열사 지원 과정에서 개인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해 집행유예를 이끌어냈다.
결국 이 회장은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사적 이득이 아닌 회사의 이익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점을 납득시키는 데 실패했다. 이 점이 '실형'이라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 셈이자 '집행유예'로 석방된 다른 재벌 총수들과 다른 점이다.
250억원 상당의 포탈세액을 납부하고 업무상 횡령 및 배임과 관련한 피해액 대부분을 변제한 사실에 기댈 수 있었던 '선처' 효과도 빛이 바랬다. 재판부는 "포탈세액의 납부나 피해 회복은 양형상 주요 요소 중 하나"라면서도 "대규모 재산을 보유한 기업가가 범행이 발각된 후 실행한 피해 회복 조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우려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CMT(샤르콧 마리 투스)라는 신경근육계 유전병을 앓고 있다는 점도 집행유예를 이끌어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건강 문제는 환송 전 판결에 이미 반영됐다"면서 "이는 근본적으로 양형 요소라기보다는 형의 집행과 관련된 문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선고 직후 이 회장의 변호인단이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 의지를 밝혔으나 실형 선고가 바뀔 가능성은 희미하다. 대법원이 배임 부분을 제외한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채 사건을 되돌려 보냈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의 판단을 따랐기 때문이다.
앞서, 이 회장은 1657억원의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혐의로 지난 2013년 7월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260억원을 선고받았다. 2심에선 이 회장이 직원들과 공모해 회비·조사연구비 등을 정상 지급한 것처럼 전표를 조작하고 회계장부를 조작해 115억8000만원을 횡령한 혐의 등이 무죄로 인정돼 징역 3년에 벌금 252억원이 선고됐다.
대법원은 조세포탈 251억원과 횡령 115억원을 유죄로 인정한 항소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고 배임 혐의에 대해서만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탈세와 횡령 등의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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