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개장 이후 시설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여론에 시달려온 고척스카이돔에 추가 보수가 이뤄진다. 범위는 관람석·펜스·덕아웃 등 다양하다. 불만이 나오던 부분 중 전광판 외 모든 부분에 메스가 가해진다.
고척스카이돔의 덕아웃 지붕 설치 및 바닥 보수 공사가 12월14~23일 진행된다. 사진/이준혁 기자
덕아웃에 지붕 씌운다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은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던 양측 덕아웃의 개선 관련 보수공사를 지난 14일 시작했다. 이번 공사는 오는 23일까지 열흘 동안 진행되며, 3000만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전까지 고척스카이돔의 덕아웃에는 지붕이 없었다. 이로 인해 지난 달 초 열린 쿠바 상대 서울슈퍼시리즈 당시에는 선수단 안전 사고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본지 취재 결과 이는 덕아웃 이설 과정에 생긴 문제로 확인됐다. 본래 공사 초기만 해도 덕아웃에는 콘크리트 보호지붕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후 프로야구단이 쓰는 구장으로 바뀌고 익사이팅존 신설과 내야 좌석을 그라운드 방향으로 당기는 등의 변경이 진행되면서 덕아웃 또한 기존에 비해 앞으로 나오게 됐다. 이 과정에서 덕아웃 지붕 공사가 제외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아마추어용 야구장을 프로용 야구장으로 바꾸게 되면서 덕아웃은 프로야구단 사용 계약을 마치고 공사를 하려고 했다. 선수단이 쓰는 공간이라 구단 특색에 맞는 곳이 된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라면서 "내년부터 고척스카이돔을 사용하는 프로야구단 넥센 히어로즈도 덕아웃 공사에 대해 원만하게 협조 중"이라고 밝혔다.
덕아웃 부근 바닥의 경우 이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쓰는 재질의 자재로 교체됐다. 야구장을 사용할 선수들에게 최상의 경기력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고척스카이돔의 관람석 중 과도한 다연석으로 꼽히는 일부 좌석의 개선 공사가 2016년 1~2월 중으로 진행된다. 사진/이준혁 기자
관람석 800~900석 줄이고 다연석은 20연석 이하로
안전과 편의 우려가 나왔던 또 하나의 공간은 관람석이다. "경사가 가파르고 너무 많은 좌석이 붙어 밖에 나가려면 수많은 사람이 비켜야해 이동이 불편하다"는 것이 우려의 주된 이유다.
이같은 비판에 따라 시와 공단은 내년도 프로야구 정규 시즌의 시작 전까지 다연석의 가운데 좌석 일부를 없앤 후 통로를 만든다. 이를 통해 최대 한도가 31연석에서 20연석으로 급격히 줄 예정이다. 기존 야구장들과 비교해도 적은 수다.
현재 공단은 긴 다연석 사이 통로 설치를 위한 설계를 진행 중이다. 저층부 스탠드는 관람석 2석을 빼게 되며, 고층부 스탠드는 관람객 안전을 위한 난간을 만들기 위해 3석을 빼게 된다. 환기구 등의 각종 시설로 인해 앞뒤 간격 확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좌우 연석 수를 줄여 편의성·안전을 함께 잡는다는 전략이다.
다만 이로 인해 현재 1만8076석이던 관람석은 1200여석이 줄어든 1만6800여석이 된다. 이에 공단은 관람석 감소를 줄이고자 관람석 설치가 가능한 몇몇 공간을 찾아 200~300석의 신규 좌석을 만들어 1만7000석 이상은 맞춘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넥센의 요청에 따라 내야 저층부 일반석 중 다수를 탁자석으로 바꾸면서 관람석 수는 줄은 상태다. 통로 설치에 많이 고민이 따랐다"면서도 "시민 안전과 편의를 위해 넥센과 협의해 좌석을 더욱 줄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척스카이돔을 사용할 선수 보호를 위해 난간에 대한 공사가 이뤄진다. 사진/이준혁 기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보수 잇따라…잔디 관리 장비도 신규 도입
이밖에 지하에 위치한 불펜에서 지상으로 오르는 계단의 옆에 난간을 증설하고 천장 조명의 조도도 높일 예정이다. 넥센의 요청으로 외야에서 내야 지하로 이전된 불펜은 내부 시설은 좋지만 밖으로 나오게 되는 순간까지 안전상의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시와 공단은 외야 불펜을 쓰는 것을 제안했지만 넥센은 불펜 위치로 지하가 외야에 비해 낫다는 입장이다. 결국 시와 공단은 계단의 조명 개선, 난간 추가 설치, 형광 채색 등으로 안전성을 높였다.
또한 펜스 상단의 난간에서는 필수적인 철봉만 그대로 유지하고 나머지는 와이어로 바꾼다. 이는 넥센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선수가 공을 잡다가 손등이 철봉에 눌려 생기는 부상을 막기 위함이다. 시와 공단은 상세한 보수 방안과 자재 제원 등이 확정된 이후 보수에 돌입하기로 했다.
고척스카이돔은 햇볕을 거의 받지 못하는 돔야구장인 만큼 천연잔디가 아닌 인조잔디가 설치됐다. 또한 일부 지역 외에는 흙이 아닌 칩을 깔았다. 시와 공단은 원만한 그라운드 유지관리를 위해 6000만원에 육박하는 '탑승형 다목적 인조잔디 유지관리 복합기'를 구입했다. 이 장비는 사람이 탄 채로 인조잔디 위를 다니며 잔디 사이 각종 이물질을 빨아들인 후 쓰레기는 장비의 통에 넣고 칩은 내뱉어 구장 그라운드를 깔끔하게 관리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시민들에게 '프로야구 개막 이전까지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선해야 하는 점'이라고 꼽히는 다수가 개선되는 가운데 "작다"는 비판을 받은 전광판의 교체는 앞으로 상황을 지켜보며 교체 여부를 정하는 방향으로 윤곽이 잡혔다. 사진/이준혁 기자
'너무 작은' 전광판, 일단 올해는 쓴다
고척스카이돔과 관련된 대중의 '비판 3대 사항'의 하나는 외야의 중앙전광판이다. "안경을 쓰지 않는 시력에도 글자가 희미하게 보여 경기 관람에 전광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비판의 주된 내용이다.
시와 공단에서는 시민과 야구 팬들의 비판을 받아들이는 입장이지만 외야의 중앙전광판 교체는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30억원 전후의 예산이 필요해 시의회 동의가 필요한데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설령 시의회에서 예산 투입안이 통과되도, 입찰부터 공장 제조와 현장 공사를 합쳐 과업기간 3달가량이 필요하다.
결국 외야 중앙전광판은 일단 올해 변동 없이 그대로 쓰게 된다. 한 해 동안 쓰고 여론 추이를 봐 교체에 대한 시민 여론이 크다면 시의회 동의를 거쳐 바꾼다는 방침이다. 만약 기존 전광판도 괜찮다는 여론이 크거나 시의회가 부동의할 경우 기존 전광판은 계속 사용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본지의 질문에 "시는 히어로즈를 위해 '퍼준다'는 비판을 받을까 우려될 정도로 해줄 수 있는 많은 것을 줬다. 내년 시즌 프로야구 경기 중 느낄 불편함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전광판은 많은 예산이 들기 때문에 일단 써보고 정하려 한다. 몇 경기 치르고 나온 불만으로 인해 수십억원 예산 투입을 하는 결정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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