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미래연구원]‘파리협약’의 특별한 의미, 에너지 산업 구조개편 서둘러야
미국과 중국의 과거와 다른 적극성, 신기후체제 가능케해
한국, 2030년 기준 BAU 대비 37% 감축 제시…15년 만에 가능?
석탄 사용 줄이고 청정연료 천연가스 사용 늘리는 것도 현실적 대안
2015-12-21 13:11:02 2015-12-21 13:11:02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는 지난 12일 2주간의 협상 끝에 오는 2021년부터 적용될 신(新)기후체제 합의문 ‘파리협약(Paris Agreement)’을 채택했다. 이는 오는 2020년 만료 예정인 기존의 교토의정서 체제를 대체하는 것으로, 이번 협약의 핵심 내용은 국제 사회가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 제한 목표를 ‘1.5℃ 이내’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정부정책은 물론 기업들의 피나는 노력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파리협약의 무엇을 어떻게 대처해야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고 극복이 가능한지 관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본다. 우선 손양훈 인천대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로부터 이번 협정의 의의와 우리가 시급히 해야 할 과제 등을 들어보고,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의 화석연료에 대한 의견을 소개한다.[편집자주]
 
프랑스 파리에서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기후협정이 만들어졌다. 전 세계 140여개 국가의 정상들이 참여한 초대형 국제이벤트를 통해 어렵게 합의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각국의 정책담당자가 모여 지구의 미래가 달린 기후문제를 논의한 결과이기도 하다.
 
사실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이 모여 협약을 통해 기후변화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다수의 정치적 의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동의할만한 협약은 만들어지기 어렵고, 지켜지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COP21에서는 지금까지 뒷짐만 지고 있던 미국과 중국이 과거와 달리 적극성을 보였기 있기 때문에 신기후체제를 마련할 수 있었다. 물론 합의의 수준은 구속력이 거의 없는 것이며, 역할의 구체적인 내용도 명시하지 못한 매우 느슨한 선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렇지만 기후변화협약이 과거의 선진국과 개도국의 이분법적인 구도에서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신기후체제에서는 개도국의 동참과 선진국들의 재정적 부담에 대한 협의가 주된 관점이 되고 있다. 그동안의 기후변화협약에서 우리나라는 늘 애매한 입장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교토의정서에서도 온실가스 의무감축 대상국은 아니었지만 에너지 다소비 국가이면서 에너지 소비의 증가율도 세계최고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즉 개도국의 범주에 있지도 않았고 선진국들과 같이 보조를 맞출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이러한 어려운 위치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6월에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의미하는 INDC(자발적 감축목표)를 작성해 제출했다. 2030년을 기준으로 BAU(배출전망치) 대비 37%를 감축하겠다는 매우 야심찬 수치다.
 
신기후체제가 시작되고 우리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INDC를 지키려면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측면에서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 및 거래, 그리고 소비하는 형태는 여전히 개발시대의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과감하게 저탄소형 경제로 나아가기도 쉽지 않다. 현재 경제성장속도가 둔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에너지 소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에 에너지 소비가 감소하고 있는 선진국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신기후체제 하에서는 빠르게 우리나라의 에너지 산업을 바꾸어나가야 한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되 국민생활에서의 급격한 변화를 피하고 산업의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는 방법은 매우 고통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러한 방법의 첫 번째는 에너지 가격을 높여 소비를 줄이는 길이다. 에너지를 소비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가격에 전가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환경비용의 내재화다. 지금까지 정부의 에너지 정책 목표가 낮은 에너지 공급가격이었다면 앞으로는 그 기조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두 번째는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에너지 소비 방식을 선택하는 방법이다. 이른바 연료전환이다.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는 방법은 신재생에너지나 원전의 비중을 높이는 방법을 들고 있지만 목표연도가 15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을 고려하면 가능하지 않거나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는 수단은 석탄의 사용을 줄이고 청정연료라고 할 수 있는 천연가스의 비중을 높이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천연가스의 공급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국가적 단위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하고 당사자들에게 할당하며, 이를 지키도록 감독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이나 이해관계의 조정, 그리고 배출권 거래와 같은 시장메커니즘을 만들어내는 지난한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에너지수급 기본계획의 전면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최근 몇 년은 인류가 기상을 기록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가 사실이라면 인간이 만든 역사상 가장 위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과학적인 결과만으로 확신하기 어렵지만 아니라고 부정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런 과학적인 논쟁보다 더욱 중요하고 긴박한 일은, 협약은 이미 만들어졌고 신기후체제는 점차 모양을 잡아간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약속한 2030년은 불과 15년 후의 일이지만 에너지 소비의 변화를 구현해 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으로 보인다.
 
국가미래연구원
박근혜 대통령(가운데 붉은색 옷)이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근교 르 부르제 공항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 행사장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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