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일가 '책임경영' 외면…'등기이사' 등재 21.7%에 그쳐
미래에셋 등재율 0%…삼성·SK·한화 등도 낮아
2015-12-23 15:47:42 2015-12-23 15:47:42
대기업 총수일가의 이사 등재 비율이 지난해보다 낮아진 것으로 조사되면서 총수일가가 투명한 책임경영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40개 민간 대기업집단 가운데 총수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21.7%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22.8%보다 1.1%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3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총수가 직접 이사로 등재된 회사도 지난해 8.5%에서 7.7%로 줄었다. 상장회사 가운데 총수일가의 이사 등재 비율도 지난해 46.5%에서 44.5%로, 비상장회사는도 17.4%에서 17.3%로 감소했다.
 
공정위는 "한진과 대성 등 일부 대기업집단에서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가 크게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한진은 청산과 합병, 이사사임 등으로 6개사가 줄었고, 대성도 독립경영과 이사사임 등으로 5개사가 감소했다.
 
주요 대기업에서의 총수일가 이사 등재 비율은 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 이사 등재 현황이 가장 낮은 곳은 미래에셋과 삼성, SK와 신세계, 한화 등으로 조사됐고, 미래에셋의 경우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가 아예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도 67개 계열사 가운데 한 곳에만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돼 1.5%의 비율을 보였고, SK와 LG도 계열사 가운데 총수일가가 이사로 있는 곳은 2곳에 불과했다. 한화와 신세계 등도 총수일가의 이사 등재 비율이 10%를 넘기지 못했다.
 
총수가 계열사 이사로 등재 되지 않은 곳은 삼성과 SK, 현대중공업, 한화, 두산, 신세계, LS, 대림, 미래에셋, 태광, 이랜드, 하이트진로, 한솔 등 13곳에 달했다.
 
이같이 대기업 총수일가의 등기이사 비율이 낮은 것은 기업 경영에서의 투명성과도 연결될 수 있다. 김정기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이 최근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는 등 총수일가의 책임경영이 미흡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지난해부터 등기이사 보수공개제도가 시행되면서 총수일가의 고액연봉 공개를 꺼리는 분위기와 일부 기업에서 총수일가의 신변에 문제가 생겨 등재이사에서 중도 사임한 사건 등도 총수일가 이사 등재 비율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부영과 세아, 현대와 대성, 한진중공업 등은 총수일가의 이사등재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영은 15개 계열사 가운데 13개 회사에서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록돼 86.7%의 비율을 보였고, 세아는 71.4%, 현대 68.4%, 대성 56.5%, 한진중공업 55.6%의 등재율을 기록했다.
 
한편 총수일가를 견제해야 하는 사외이사도 제대로 활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 동안 대기업집단 상장사 239곳의 이사회 안건 5448건 가운데 사외이사의 반대 등으로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는 안건은 13건에 불과했고,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도 지난해 93.0%에서 92.5%로 낮아졌다.
 
김정기 과장은 "많은 회사들이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를 도입하는 등 긍정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지만 사외이사 등의 권한행사는 아직 활성화 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김정기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과장이 23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 기자실에서 2015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분석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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