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전에서 유통 대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최고액을 제시했다. 면세구역 임대료는 무려 70% 이상 치솟았다. '쩐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자부심은 얻었지만 이는 잠시뿐이었다. 부작용은 바로 현실화 됐다. 승리자 롯데·신라·신세계 등 대기업 면세점들은 자신들이 제시한 높은 수수료 부담 때문에 사실상 적자를 면치 못하게 됐다. 희생을 입점업체에게 전가하는 모양새가 나타났다. 실질적 승자는 지금도 웃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뿐이다. 김해국제공항 면세점 이야기를 해보자. 신세계는 지난달 면세점 운영권을 3년만에 반납했다. 입찰 당시 제시했던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적자를 보이다 결국 발을 뺐다.
해외는 어떨까. 눈을 돌려보자. 2012년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LA공항 면세점의 정상적인 입찰가는 1억8000만달러 내외다. 하지만 당시 경쟁관계에 있던 국내 업계 1위인 롯데와 2위인 호텔신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2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두 기업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입찰에 참여했던 업계 관계자는 "LA공항 면세점은 업체가 제시한 입찰금액이 너무 높으면 오히려 불이익을 줬는데, 입찰 수수료가 과다하면 실질적인 운영 능력에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김포국제공항 면세점의 새 주인이 오는 5월 바뀐다. 이달 입찰공고가 나온다. '쩐의 전쟁'으로 불리는 공항 면세점 입찰전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수수료 입찰은 면세점 사업자 뿐 아니라 입점업체까지 타격을 주는 것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공항 면세점 입찰은 가장 많은 특허수수료를 써 낸 업체에 특허권을 주는 수수료 가격 입찰 방식이다.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 역시 해외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자. 앞서 언급한 LA공항은 면세점 입찰이 종료되면 경쟁 기업의 입찰자료도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한다. 면세점 선정의 투명성을 높임과 동시에 유찰된 기업들에게는 자신이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경쟁사의 우위는 무엇이었는지를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좋은 지표를 제공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관세청에 별도로 신청해야 '자신의' 평가점수만 열람할 수 있다.
곧 치러질 김포공항 면세점 입찰을 앞둔 당국은 공항면세점 입찰방식을 변경하려는 움직임보다는 면세점 구역을 조정하고 면세점 갯수를 늘리는 방안에만 열중하고 있다. 국내 면세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관계 당국의 뒤탈없고 투명한 면세점 선정방식의 도입을 기대한다.
정헌철 생활경제부장 hunchu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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