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야권 분열 시대의 상책과 하책
2016-01-12 06:00:00 2016-01-12 06:00:00
김인회 인하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야권 분열 시대다. 한때 민주진보세력의 총결집을 시도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속절없이 분열했다. 천정배 의원의 탈당은 전조였고 안철수 전대표의 탈당은 결정타다. 통합 전 상태보다 훨씬 좋지 않다. 통합 전에는 통합의 가능성이라도 있었으나 분열 후 통합의 가능성은 사라졌다. 신당 창당 작업 중인 안철수 대표는 통합이나 연대의 가능성을 부정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더불어 민주당으로 개명하고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 천정배 의원도 신당 창당을 모색 중이다.
 
우리 역사에서 야권으로 대표되는 민주진보세력의 분열은 대부분 보수기득권의 승리를 초래했다. 1987년의 대통령 선거는 민주진보세력의 대표인 양김의 분열로 전두환 대통령의 후계자인 노태우 대통령의 승리로 귀결됐다. 기득권의 힘이 점점 강해지는 팍팍한 한국 현실을 살아가는 서민, 중산층에게 야권 분열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야권의 승리는 야권이 총단결했을 때에만 겨우 가능하기 때문이다. 충분히 우려할 만하고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패배를 예감할 만하다.
 
이때에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분열은 다시 통합을 낳기 마련이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인가가 문제이다. 야권의 춘추전국시대이지만 춘추전국시대에 각국이 발전했고 결국에는 통일되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야권 분열은 다른 말로 야권 경쟁, 야권 혁신이라고 할 수 있으며 새로운 강자 등장을 위한 진통기라고도 할 수 있다.
 
야권 분열의 시대, 혼란의 시대에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분열의 시대, 혼란의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일어난 인물과 세력의 앞에는 세 가지 길이 있다.
 
상책은 정권 획득을 유일한 목표로 정하고 정부여당과 경쟁, 투쟁을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영을 두고 정부여당, 기득권 세력과 경쟁, 투쟁하면서 대안세력으로 부상하고 민주진보세력을 통합하는 전략이다. 활동무대는 특정 지역, 특정 계급, 계층이 아니다. 전국을 무대로 하며 전국민을 상대로 한다. 경쟁과 투쟁의 대상은 정부여당이며 연대의 대상은 국민이고 시민이다. 이를 위해서 한국의 미래에 대한 과감한 정책을 제시한다. 과거 봉건시대에는 병사가 무기였지만 현대 민주주의 시대에는 정책이 무기다. 정책 중심으로 인재를 모으고 경쟁과 투쟁 중심으로 인재를 배치한다. 이렇게 하면 우여곡절이 있고 당장의 성과는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정치적 정통성을 얻을 수 있다. 성공의 가능성도 열린다.
 
중책은 야권의 혁신에 집중하여 성공하는 것이다. 야권 혁신을 통하여 리더십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이후 정부여당과 경쟁, 투쟁할 것을 목표로 한다. 상책보다는 단기적이고 목표도 작다. 아무래도 야권을 혁신하여 야권의 맹주가 되는 것이 우선 목표다. 활동무대는 전국이지만 상대는 국민이나 시민이 아닌 주로 야권지지자들이다. 경쟁 대상은 정부여당이 아니라 같은 야권 세력이다. 한국의 미래에 대한 정책적 고민은 중요하지 않다. 한국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를 두고 논쟁하기 보다는 야권의 맹주가 되는 정책이 우선이다. 상책처럼 정치적 정통성은 얻을 수 없지만 야권의 정통성은 얻을 수 있다. 상책보다 안전하고 쉽지만 최종목적을 잊을 수 있다. 정권 획득을 위해서는 정부여당과의 경쟁과 투쟁, 전국적인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 문제는 차후의 과제로 미루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정치의 정통성, 정책적 뒷받침이 약하기 때문에 확보한 리더십도 불안하다.
 
하책은 안정된 근거지를 찾는 것이다. 정당으로 모인 이상 살아남는 것이 우선 목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근거지가 필요하다. 정부여당이나 다른 야권이 공격할 수 없는 곳을 근거지로 찾는다. 안전한 근거지를 찾다보니 활동무대는 전국이 아닌 지역이고 상대는 시민이 아닌 지역주민이다. 정부여당은 경쟁상대도, 투쟁상대도 아니다. 정권획득은 먼 미래의 일, 자신이 충분히 안정된 이후의 일이다. 정부여당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야권과 싸우는 것이 우선의 과제다. 분리하고 분열해야 자신의 근거지가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상책의 정치적 정통성, 중책의 야권의 정통성은 얻을 수 없다. 다만 안정은 얻을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안전하고 쉽지만 최종적인 목표인 정권획득에서는 멀어진다. 정치를 하는 이유도 사라진다. 정책도 한국의 미래를 고민하는 전국적인 정책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나 정권획득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어렵게 찾은 근거지도 사라진다.
 
현재 야권의 대표주자들에게는 이 세 가지 길이 있다. 이성적이라면 상책을 선택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역의 민심을 이유로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하는 현재의 흐름은 자신의 기득권이 안전할 수 있는 근거지를 찾는 하책이다. 정부여당에 대한 투쟁보다도 다른 야권세력에 대한 공격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증거이다. 더불어 민주당의 행보도 야권의 혁신에 머물러 있어 중책 정도로 보인다. 정치의 성공, 정권의 획득은 정치적 정통성에 기반을 두어야 하며 시민과 함께 해야 한다. 한국의 운명을 바꿀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며 정부여당과 경쟁하고 투쟁해야 한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상책을 취해야 야권은 살아남는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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