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두되는 남한의 핵무장론은 북한의 4차 핵 실험과 함께 그에 대한 대응전략의 하나로 주목받았다.
‘이핵제핵(以核制核)’의 논리는 일전에도 있었지만, 2011년 조선일보 사설로부터 부각돼 당시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 등 일부 현역 보수 성향 의원들의 연속적인 지지발언으로 이어졌다. 문제가 된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핵무장 발언은 2013년 3차 핵실험과 올해 1월6일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직후 조성된 반북 여론에 편승해 제기된다.
원외정당인 녹색당은 1월7일자 논평(새누리당, 조선노동당은 여권연대 중단하라!)을 통해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녹색당은 "북핵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겠다는 심보(적대적 공생관계)"로 규정하고, 남한의 핵무장론이 "북한 정권이 정권 안보에 일용할 식량이 되고 핵 개발을 지속하는 빌미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자위권 확보를 위한 핵 보유 주장은 대단히 무책임한 안보 포퓰리즘"이라며 "남북이 핵을 보유한 채로 대치한다면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 전체에 핵 도미노 현상을 불러올 위험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남한의 핵무장론은 방점에 따라 약간의 결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핵 위협을 억제한다는 이핵제핵론, 자위적 생존 차원의 핵무장론이다. 자위적 생존을 위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고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해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북한,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의 경우 적대국에 위협을 가할 목적의 핵 개발을 한 것이지만, 남한은 자위 차원에서 핵무장을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런 논리로 국제사회를 설득한다면 제재를 받지 않고도 자주적 핵무장이 가능하며, 우리의 기술력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적극적인 핵무장론인 ‘자주국방’의 논리는 미국 핵우산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 주장은 ‘안보와 자율성의 교환 모델’에 기초한 한미동맹의 한계와 연계돼 있다. 이들은 남한의 핵무장이야말로 중국의 비핵화 노력을 촉구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펼친다. 이외에도 반북적인 관점으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핵무장론과 연결되는 논리의 하나로, 안보 효율론의 입장도 있다. 최소 국방비 지출로 최대 안보 효과를 거둔다는 점에서 핵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안보 책임자와 일부 보수세력의 선제타격, 전술핵 배치, 핵무장, 사드를 비롯한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등의 주장은 즉흥적이고도 대단히 위험할 수 있다.
먼저, 선제타격은 국제법 위반 논란뿐 아니라 북한 핵시설의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 사실상 이동식 발사대도 사전 포착이 불가하다. 미국의 한반도 확전 의지도 현재 확인되지 않는다.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는 미국이 냉전체제 이후 더는 유용성이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미국은 특히 구소련에서 전술핵이 통제를 벗어날 것을 우려해서 전술핵을 폐기했다. 미국은 MD를 구상한다. 하지만 MD는 종심이 짧은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과 비용을 고려해서 한국정부가 참여하지 않는다는 게 공식입장이었다.
MD는 대북 억제용이라기보다는 대중국 억지용인 까닭에 중국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 중국의 역할을 고려할 때 MD 추진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핵무장은 보수세력 스스로 미국의 핵우산과 핵 억제력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남북관계 전문가 김창수는 한국의 핵무장론은 "북한이 NPT 탈퇴로 국제적 제재와 고립을 자초했다고 주장한 한국 정부의 논리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 일종의 자기모순에 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 일본, 중국에서는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으며, 이는 민족-국가주의를 크게 자극하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기류는 동아시아의 핵 무장화에 크나큰 영향을 가져온다. 따라서 핵무기주의는 민중에 대한 절대적 파괴와 절대적인 정치적 소외를 초래한다. 핵무장은 일본에게 핵무장 알리바이를 제공할 수 있다. 핵무장은 ‘전쟁은 필요악’, ‘강한 국가’, ‘군사주의’를 용인한다는 점에서 평화의에 대한 기초적 인식의 부재를 보여줄 뿐이다. 북한은 물론이거니와 남한 정치인들도 북핵과 평화문제에 대한 주체적 평가와 대응이 필요하다.
이창언 방송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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