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철강수요가 늘어나면서 제강사들이 앞다퉈 가격인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사 등 철강재 구매업체들은 경기침체가 여전한 상황에서 철근 가격인상은 시기상조라고 맞서고 있어 양측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강사들은 최근 국제 원자재가 상승 등을 이유로 철근 가격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지난 3일 국내 철근 가격 할인율을 낮춰 가격을 톤당 4만원 인상했다.
지름 10mm짜리 고장력 철근의 가격은 톤당 69만1천원에서 73만1천원으로 올렸다.
현대제철도 이 시기에 같은 방식으로 가격을 톤당 4만원 인상했다. 이 회사는 H형강과 일반형강의 가격도 각각 톤당 5만원씩 올렸다.
제강사들은 이미 한 차례씩 가격을 인상했지만, 건설 성수기인 9월•10월 가격조정을 거쳐 추가 인상하겠다는 분위기이다.
철근가격 인상은 주요 원재료인 철 스크랩(고철) 가격이 지난 2분기부터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아직 추가로 가격 인상 등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는 하고 있진 않다"면서도 "최근 원가 압박을 받고 있어 가격 추이 등 시장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해 추가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는 연중 가장 철근 구매물량이 적은 시점에서 기습적으로 가격인상을 통보하는 것은 시장 질서에 반한다는 입장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 비수기인 여름철 철근값을 올리겠다고 통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면서 "건설 성수기인 9~10월에 제강사는 다시 한번 철근값 인상을 요구할 것이 뻔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건설업계 자재구매 모임인 건설사자재직협의회 이정훈 회장은 "철강회사들은 그간 고철 값이 하락했을 때는 가격을 제대로 내리지 않더니, 이제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점만 부각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협의회는 지난 25일 긴급회의를 열고 철근값 인하를 위한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우선 가격인하 관련 공문을 7대 제강사에 보내고, 이 범위를 벗어나는 세금계산서는 수취거부하기로 했다.
건설사들은 공동구매를 통해 가격협상이 원만히 이뤄지는 제강사에 구매물량을 몰아주는 방안도 세워놓고 있다.
또, 중국과 일본에서 생산하는 철근을 직수입해 회원사들에 공급함으로써, 철근확보에 유연성을 높일 방침이다.
이 회장은 “지금이 올 하반기 철근시장 흐름을 잡기 위한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온갖 강수로 제강사를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형 제강사들의 철근인상 의지도 만만치 않아 가격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뉴스토마토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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