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고 공항 맞나?…정신 빠진 인천국제공항
보안 강화 대책에도 또 밀입국 사건 발생
수하물 대란 등 끊이지 않는 잡음…수장은 총선 출마 위해 떠나며 공석
2016-01-31 11:00:00 2016-01-31 11:00:00
[뉴스토마토 김용현 기자] 중국인 부부의 밀입국이 발생한지 불과 8일 만에 베트남 국적 남성이 또 다시 밀입국하면서 인천공항 보안 관문이 어이 없이 또 뚫렸다. 같은 날 오후에는 입국장 옆 남자화장실에서 부탄가스 등 폭발물 의심 물체와 함께 아랍어로 된 '마지막 경고'라는 문구가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달 수하물 대란에 이어 우리나라 최고 보안등급 시설의 보안 불안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특단의 대책을 수립하겠다던 정부는 체면을 구겼고, 국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총선 출마를 위한 사퇴로 인천공항공사 사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9일 새벽 베트남 하노이에서 인천공항에 도착한 베트남 남성이 자취를 감췄다. 이 남성은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으로 갈 예정인 환승객 신분이었지만 일본행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 항공사에서 이 사실을 알고 출입국사무소에 연락했지만 이 남성은 이미 인천공항을 빠져나간 뒤였다.
 
환승객의 경우 비행기가 도착하게 되면 2층에 내려서 환승객 이동경로를 통해 3층 출국장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이 베트남 남성은 2층 입국심사장으로 향했다. 5시경 도착해 2시간이 조금 넘게 지나서 자동입국심사대 문을 강제로 열고 공항 밖으로 나갔다.
 
이 남성이 입국심사대로 와서 공항 밖으로 나가는 것은 2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특히, 지난 21일 중국인 부부의 밀입국으로 정부가 보안 강화 대책을 내놓은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뻥 뚫린 인천공항 보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에 이어 29일에도 인천공항에서 외국인 환승객이 국내로 밀입국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구멍 뚫린 공항 보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뉴스1
 
 
국토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26일 면세구역과 출국심사장 사이 문을 운영 종료 후에는 잠가 출입을 통제하고, 보안검색대에서 일반구역으로 통하는 문은 이중으로 잠그는 방안 등을 발표했었다.
 
밀입국 뿐 아니라 테러 불안도 커지고 있다. 베트남 국적 남성의 밀입국 사건이 발생한 날 오후에는 인천공항 입국장 옆 남자화장실에서 부탄가스 2개와 전선 등 폭발물 의심 물체와 함께 아랍어로 된 '너희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다'라는 문구가 발견됐다.
 
밀입국과 폭발물 사건 발생으로 국민 불안이 커지자 황교안 국무총리까지 나섰다. 황 총리는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연이어 우려스러운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보안이 뚫리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며 "다양한 상황을 상정해 보안시스템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공항운영 전반에 대한 보완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은 하루 평균 승객수만 13만5000명이 넘는 대규모의 공항으로, 최고 보안등급인 '가'등급의 보안 시설이다.
 
국제선의 경우 지난해 여객수는 4872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환승객 신분의 여객은 전체의 13.5%인 658만명 수준이다.
 
◇지난 29일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C입국장 옆 화장실에서 폭발물 의심 물체가 발견돼 경찰특공대와 인천공항공사 폭발물처리반(EOD)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이처럼 아시아의 관문이자 최고 수준의 보안 등급이 적용되고 있는 인천공항이지만 보안문제가 한꺼번에 터지며 안보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하지만 이곳을 책임지는 인천공항공사의 수장 자리는 비어 있다.
 
박완수 전 사장이 지난해 말 4·13 총선 출마를 위해 사직한 이후 공석이다. 지난 3일 발생한 처리 시스템 장애에 따른 초유의 수하물 대란도 이와 무관해 보이지는 않는다.
 
다행히 정일영 전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이 지난 29일 주주총회를 통해 내정돼 청와대 임명을 앞두고 있지만 공항의 신뢰 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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