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의 풍향계로 불리는 경선의 첫 관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경선에서는 이변이 속출했다. 공화당에서는 테드 크루즈 후보가 도날드 트럼프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고 결과 발표 직전까지 한치 앞을 알 수 없었던 민주당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근소차로 버니 샌더스 후보에 가까스로 앞섰지만 그 차이가 매우 작아 사실상 동점을 기록했다. 미국 언론들은 오히려 표심을 확인한 샌더스 후보가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테드 크루즈 승리 이변·민주당 클린턴-샌더스 사실상 동점
승리가 확정된 후 테드 크루즈 공화당 후보가 자신의 부인 헤이디 크루즈에게 키스하고 있다.사진/로이터
이번 경선의 최대 이변은 트럼프 후보가 꽤 큰 표차로 크루즈 후보에게 패배한 것이다. 경선 결과 크루즈 후보는 27.65%로 1위를 기록했고 트럼프 후보는 24.33%로 2위를 기록했다.
그동안 다수의 여론조사는 트럼프 후보의 1위를 예상했었지만 트럼프 후보는 오히려 23%를 기록한 마크 루비오 후보와 3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굴욕을 맞보게 됐다.
크루즈 후보는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오늘은 용감한 보수들의 성공의 날"이라며 승리를 기뻐했다.
트럼프 후보 역시 크루즈 후보의 승리를 축하해주면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여전히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로이터통신은 그동안 무슬람들의 미국 추방과 같은 자극적인 언행들이 거부감을 일으켜 결국 표심을 잃어버렸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통신은 이번 패배가 향후 트럼프 후보의 선거 활동의 기세를 꺾어 지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의 경우에는 개표가 99% 넘게 진행됐을 때까지 두 후보의 투표 차이가 불과 4표 밖에 나지 않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빙 승부가 이어졌다.
경선 전에는 클린턴 후보의 승리가 예측됐었으나, 최근 불거진 이메일 스캔들의 여파로 어느 정도 표가 분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또한 외신들은 이번 선거가 사실상 샌더스의 승리라고 표현하며 이번 투표를 통해 예상보다 더 많은 자신의 지지층들을 확인한 만큼 향후 경선 준비에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가디언지는 "샌더스 후보가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이날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샌더스 후보 역시 "오늘 밤 경선은 사실상 동률"이라며 "아이오와 사람들이 나에게 매우 깊은 메시지를 준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왜 아이오와 코커스에 주목하나
아이오와 코커스에 할당된 대 의원수는 민주당 52명과 공화당 30명으로 전체의 1% 남짓에 불과하다. 또한 코커스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와 달리 등록한 당원들만 참가할 수 있기 때문에 투표수가 많지는 않다.
그러나 아이오와 코커스는 향후 대선판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선에 중요한 투표다.
실제로 지난 2008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20%포인트 이상 뒤졌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이오와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결국 대통령에 당선 되기에 이르렀다.
인디펜던트지에 따르면 현 경선제도가 확립된 1792년 이후 아이오와에서 3위 이하로 떨어졌던 후보가 최종 후보로 등록된 적은 지금껏 한번도 없었다.
또한 1972년 이후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둘다 1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대선 후보가 된 경우는 1992년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 밖에 없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이오와가 작은 시골 동네이고 백인 비율이 90% 이상인 만큼 미국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에서는 여전히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아이오와 코커스 이후 일정은?
이제 미국 대선을 향한 다음 순서는 2월9일에 뉴햄프셔 주에서 열리는 양당 모두 일반 유권자들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프라이머리 선거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역시 두 번째로 열리는 경선인 만큼 아이오와 코커스 만큼이나 중요한 투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후 2월23일에는 공화당이 네바다주에서 당원대회를, 2월27일에는 민주당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예비선거를 실시한다.
이후 3월1일에는 공화당이 14개 주에서, 민주당이 12개주에서 경선을 치를 예정이라, 정치권에서는 이날을 ‘슈퍼화요일’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 슈퍼화요일이 끝나면 대선에 나가게 될 두명의 대표 후보가 누가 될지 거의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슈퍼 화요일 이후 공화당은 7월18일부터 21일까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민주당은 7월25일부터 28일까지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공식 대선 후보를 지명한다.
3개월간의 선거운동 후 11월8일에는 538명의 선거인단이 뽑힐 예정이며 이중 270명 이상을 얻은 후보는 2017년 1월20일 제45대 대통령에 취임하게 된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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