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적기는 없다
2016-02-24 08:00:00 2016-02-24 08:00:00
◇김성용 씨알피플앤씨티 대표
부동산 시장, 특히 주택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암울해졌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상고하저'의 시장 흐름이 예상됐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최근에는 '거래절벽'이라는 단어까지 나올 정도로 수요자들의 시장 진입이 꽤 정체된 모습이다.
 
수요자들이 이처럼 주택구입을 망설이는 것은 무엇보다 가격이 더 이상 상승할 수 없을 것이란 판단이 섰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투자자 입장에서는 분명 매수에 나서는 타이밍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올해 역시 건설업체들은 대규모 주택공급을 준비하고 있고, 은행권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등 투자여건이 그리 좋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실수요자다. 정말 내 집이 필요한 사람들마저 주택구입을 망설이고 있다. 비싼 전셋값에도 시장 전망이 밝지 않은 탓에 좀 더 기다려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최근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강화,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 수요자들의 심리 악화 등 향후 시장에 호재보다는 악재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주택에 대한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집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사는 곳'이 아닌 '재테크의 수단'이 강했기 때문이다. 기왕 집을 살 바에야 가격 하락기보다는 상승기에 사는게 좋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달리해보자. 투자자는 아니겠지만 실수요자에게는 여전히 집을 사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먼저 전세시장의 축소를 들 수 있다. 최근 급격히 오르고 있는 전셋값에 세입자들의 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다. 향후 내 집 마련을 위한 목돈 마련 수단을 전세를 선호하는 수요자들은 여전하지만 공급자들은 갈수록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물건은 날이 갈수록 줄고 있다. 시기의 문제일 뿐 전세시대의 종말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올 정도다. 결국 수요 증가, 공급 부족에 따른 전세가격의 상승은 주택가격 하락기에도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부동산은 매수시점보다는 매도시점이 더 중요하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큰 인기리에 종영됐던 한 드라마에서 주인공 가족은 당시 허허벌판이었던 판교로 이사를 하는 장면이 그려지면서 관심을 끈 적이 있다. 누구나 쉽게 ‘판교로 이사했으면 큰 돈을 벌었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가족이 개발 초기에 부동산을 처분했다면 그리 큰 이익을 남기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직까지 가지고 있었다고 가정한다면 수십억의 자산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개발 초기에 이곳 부동산을 구입한 사람도 지금은 이득을 보고 있다.
 
단기적인 시장 전망에 흔들릴 필요도 없다. 장기적 관점에서 주택구입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내 집에서 사는 동안 매도시점의 가격변화를 지금의 시장 상황으로는 파악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기관이나 전문가들이 주택시장의 향후 흐름을 전망하지만 10년 후까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지금 집을 사서 개인적인 일로 얼마 지나지 않아 매도해야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10년 정도는 거주한다. 실제 지난 2014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가 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11.2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수요자의 주택구입은 내가 필요하기 때문에, 내가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단기적인 시장흐름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필요는 없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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