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공청회를 열면서
SK텔레콤(017670)의
CJ헬로비전(037560) 인수 추진에 대한 마지막 의견을 청취했다. 이번 공청회는 기존 찬반 의견을 되풀이하는 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인수 허가 여부를 심사하는 정부의 정책방향은 공개되지 않아 업체간 소모적인 논쟁만 이어졌다.
미래부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24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서울호텔에서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공청회'를 열어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공청회는 ▲제1세션 방송통신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 ▲제2세션 방송의 공익성 및 유료방송 발전에 미치는 영향 등으로 나눠 진행됐다.
공청회에서 주목할 부분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추진 소식이 알려진 이후 열렸던 학회나 사업자 주도의 토론회 내용과 언론의 보도 등을 바탕으로 정부가 주요 쟁점에 대해 미리 찬반 양론을 정리해 발표했다는 점이다. 여재현 KISDI 통신실장이 제1세션을 담당했으며, 이종원 KISDI 방송제도 그룹장 제2세션을 맡았다.
여 실장은 주요 이슈에 대해 ▲경쟁에 미치는 영향 ▲이용자 보호에 미치는 영향 ▲공익에 미치는 영향 등으로 나눠 찬반 양론을 밝혔다. 이 가운데
KT(030200)와
LG유플러스(032640) 등 경쟁사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결합상품에 의한 시장지배력 강화와 전이에 대해 반대론자들은 SK텔레콤에 대한 초과이윤 쏠림으로 경쟁사보다 적극적인 결합할인 제공이 가능해 이동통신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찬성론자들은 결합상품의 중심은 여전히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로 이동전화 결합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는 "결합시장에서 SK텔레콤이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해 이동전화 포함 결합상품 점유율 48%를 장악했다"며 "SK텔레콤은 결합할인을 가입자 고착화의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소비자 선택권 저해와 경쟁악화 등 부작용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 SK텔레콤 실장은 "합병으로 인해 결합시장에서 지배력 전이 등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은 없다"며 "오히려 결합시장 강자인 KT와 경쟁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그룹장이 발제한 제2세션 역시 주요 이슈에 대해 ▲지역성 구현 측면 ▲유료방송 발전 측면 등으로 나눠 찬반 양론이 나왔다. 이 중 방송의 공정성과 관련해 반대론자들은 대기업이 지역채널의 보도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지역에서 선거나 일상 여론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방송의 공정성에 위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그러나 지역채널의 시청률과 운영 현황을 볼 때 여론형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선거시기 방송도 관련 법에 의해 규율을 받고 있어 공정성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희수 KT 상무는 "선거방송 등 지역여론 형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지역채널을 IPTV 사업자인 SK가 확보해 여론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은 방송의 공익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이에 대해 "지역채널은 보도, 해설, 논평이 법으로 엄격히 금지돼 있어 여론장악이 불가하다"며 "지역채널 내 선거방송은 공직선거법에서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의 발제를 시작으로 학계, 시민단체, 사업자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정작 인수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미래부의 정책방향은 끝내 공개되지 않았다. 단순히 전기통신사업법이나 방송법에 나와 있는 기간통신사업 인수·합병 인가 심사기준만 나열됐다. 업계에서는 공청회 전 사업자나 학회가 주도한 토론회가 여러번 열렸고, 이동통신 3사 모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한 입장을 정부에 전달한 만큼 이번 공청회에서 어느정도 정부의 허가심사 기준이나 인가조건 등에 대한 큰 그림이 제시되길 기대한 것이 사실이다. 공청회에 참석한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공청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앞서 열린 다양한 토론회와 비교해 진일보 한 것이 없다"며 "정부의 의중을 파악하려 했으나 허사에 그쳤다"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24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서울호텔에서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공청회'를 열었다.사진/서영준 기자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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