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체육회 정관에 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승인 등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통합과 관련한 IOC 관련 절차 문제로 몇 차례 연기되는 등 진통을 겪었던 통합체육회 발기인대회가 지난 7일 열렸다. 발기인대회에서 정관이 채택되고 공동회장과 이사 등 임원 선임이 의결되었다. 이로써 통합체육회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정관인가 및 법인 설립등기 절차를 거쳐 이번 달 말경에 출범하게 된다. 통합체육회가 장점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통합체육회가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사업을 통합적으로 유기적으로 잘 운영한다면 이전보다는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통합체육회의 지위 및 역할 중의 하나가 IOC의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인 대한체육회(KOC)이다. IOC가 펼치는 올림픽운동(The Olympic Movement)도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연계를 강조하기 때문에 향후 통합체육회는 올림픽운동과 관련한 사업에 있어서는 IOC와 긴밀한 협의와 협력을 해야 할 것이다. 지난 3월 4일 통합체육회 관계자 등으로 이뤄진 방문단과 IOC 관계자 미팅에서 향후 통합체육회 출범 및 이후 운영과 관련하여 IOC의 협력과 지원에 대한 의견일치가 있었던 점은 그러한 측면에서 바람직했다.
IOC 규정이 정한 정관 사후승인을 사전승인으로 합의…통합체육회에 부담
그러나 통합체육회 정관에 대한 IOC 집행위원회 승인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염려스런 일이 발생했다. 바로 통합체육회 창립총회(General Assembly) 개최 이전에 정관을 승인받기로 IOC와 우리 측이 '합의'했다는 것이다. 국내 언론에도 보도됐지만 IOC도 홈페이지에 미팅 결과를 알리면서 이 점을 분명히 적고 있다. 이러한 합의는 결국 IOC 헌장 등에서 규정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정관 승인 절차와 어긋난, 다시 말하면 규정상의 '사후'승인을 '사전'승인으로 바꿔버려 통합체육회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줬다.
IOC의 3월 4일 KOC 측 방문단과의 미팅 관련 공지내용. 자료/IOC 홈페이지
IOC의 올림픽헌장 제27조 부칙과 NOC 정관 개정에 대한 가이드라인(Guidelines for the drafting and/or updating of NOC statutes) 11조 및 주의조항은 NOC의 정관 변경에 대한 IOC 승인은 '사후'승인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Once adopted by the NOC General Assembly, the final document of the NOC statutes must (ⅲ) be submitted to the IOC NOC Relations Department for final review and formal approval." (아래 Reminders 참조). 총회에서 채택된(의결된) 정관을 총회 후에 제출하여 사후 승인을 받는 것이다.
IOC의 NOC 정관변경 승인 가이드라인 중 일부. 자료/IOC
우리 통합체육회의 경우에 대입하면 정관이 채택된(adopted) 지난 7일 발기인대회(설립절차에서는 발기인총회이고 설립후 총회에 해당한다) 종료 후 정관을 IOC 승인을 위해 IOC에 제출하면 되는 것이고, 이후 따로 (창립)총회 이전에 정관 승인을 받을 필요도 없는 것이다. 만약에 IOC가 지적한 사항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이후 총회의 변경절차를 밟아 다시 승인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IOC가 2월 중순경에 대한체육회에 보낸 서신에 희망 내지 권고 사항으로 정관 검토 및 승인 문제를 들어 통합체육회 출범 및 총회에서의 정관 채택을 리우올림픽 이후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던 것도 자신의 규정에 근거가 없기 때문에 구속력이 없는 권고(recommend)로 했던 것이다. IOC가 총회 이전에 승인받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것도 규정에 총회 이전 승인의 근거가 없는 사정에 기인한 것이다.
IOC규정에도 어긋난 정관 사전승인을 거론한 주장에 책임이 있어
사실 지난 3월4일 IOC와의 미팅에서 NOC 정관승인에 관한 IOC 규정을 들어 규정과 원칙대로 정관을 사후승인받겠다고 하면 IOC도 어쩔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규정상 사후승인이 합의에 의해 사전승인으로 변경될 수밖에 없던 것일까? 이는 발기인총회 이전에 통합체육회 정관에 대한 IOC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한 국내 일부의 근거없는 문제 제기에 원인이 있다. 이로 인한 논란이 올림픽 관련 외신에서 보도되고, 이러한 논란에 민감하게 반응한 IOC로 인해 국내법이 정한 통합체육회 출범이 차질을 빚게 될 것을 우려한 우리의 IOC '달래기'에 따른 결과다. 어쩌면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인 셈이다.
정관 사전승인이든 사후승인이든 무슨 문제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NOC 정관(변경) 승인에 있어서 IOC규정과 다른 선례를 만들었고 우리 스스로 족쇄(?)를 채운 꼴인 점에서 그냥 넘길 수 없는 문제가 돼버렸다. 다른 국가 NOC도 이러한 사정을 알면 우리에게 안 좋은 시선을 보내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무엇보다 부정적인 점은 IOC 규정상에서 보장되는 통합체육회 정관에 대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우리 스스로 포기해 버렸다는 점이다. 그것도 내부의 다른 목소리에 의해서 말이다. IOC가 통합체육회를 '쉽게' 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통합체육회가 운영에 있어서 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음에도 적정한 자율성을 갖는 것도 필요하지만 IOC와 관계에서 필요이상의 예속성을 떨쳐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IOC 규정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하면서 NOC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생채기를 내는 어리석은 일은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장달영 변호사·스포츠산업학 석사 dy69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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