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해제로 글로벌 무대에 다시 선 이란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완성품 중심의 단순 교역에서 투자가 수반되는 부품 거래 중심으로, 석유·화학 등 소수 품목 중심에서 보다 다양한 제품 위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승호 주 이란 대사는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출입기자들과 만나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나라인 이란과 서로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는 지속가능한 교역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승호 주 이란 대사가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김 대사에 따르면 이란은 경제 제재 이전 한국에 두 번째로 많은 양의 원유를 공급했다. 정무적 관계는 그리 돈독하지 못했는데, 지난 2001년 한승수 외교장관이 이란을 방문한 것이 수교 40여년 이래 처음일 정도다.
김 대사는 그나마 긴밀하다고 생각했던 경제 분야에서도 교역 품목이 석유나 석유제품 등으로 단순해 취약한 편이었다고 설명했다. "5대 교역품에 새우나 땅콩이 이름을 올릴 때도 있었다"며 "국가 규모로 봤을 때 전혀 걸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제재 해제로 거대한 기회의 문이 열린 지금을 새로운 관계 정립의 적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이란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 해소다. 김 대사는 "이란의 정정 불안 리스크는 실제보다 과장돼 있다"며 "이란은 서방 국가들이 놀랄 만큼의 제재 준수 이행 의지를 갖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이란에서는 되레 서방 국가가 약속을 안 지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제재 이행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 높다"고 부연했다. 핵협상 당사국(P5+1)의 합의 미준수 가능성에 대해서도 "양자간 합의가 아닌 국제간 합의이기 때문에 나머지 국가들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인프라와 규제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소득 5000~6000달러인 다른 국가에서도 통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리스크"라고 말했고, 개혁파와 보수파가 대립하는 이란의 정치적 상황에 관해서도 "같은 정당 내에서 노선을 달리하는 정도의 차이지, 현재의 정치 체제를 유지·발전시키는 데에는 모든 정파가 같은 시각을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사는 "상담회에 찾아온 기업들도 그렇고 이란을 '미지의 세계'라고 많이들 여기는데 영어가 웬만큼 통하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제법 알려진 나라"라고 말했다. 또 "문화적 수준이 높고 외국인을 비롯해 손님에 대한 환대도 귀찮을 정도로 큰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초 5개 기업의 수출 상담이 예정돼 있었는데 예약 없이 찾아온 곳까지 포함해 14개 기업 관계자를 만났다"며 "이란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대사관 차원에서도 현지에서 수집된 정보를 홈페이지를 통해 적극 알리고, 출장 온 기업인들이 간단한 사무를 보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업인 사랑방을 만들어 놨다"며 국내 기업의 이란 진출을 돕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날 롯데호텔에서는 국내 대중소기업 260여개사와 재외공관장 150여명이 참가하는 '2016 재외공관장-기업인 1대1 상담회'가 개최됐다.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에 대한 기업인들의 관심이 높았으며, 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 등 신흥 유망시장에 대한 주목도도 컸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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