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배우 임수정은 두 남자로부터 사랑을 받는 상황이 익숙하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는 남편(이선균)과 내연남(류승룡)으로부터 사랑을 받았고,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에서는 새 남자와 함께 이혼하기로 한 남자(현빈)로부터도 사랑을 받았다. 1인 2역으로 나선 신작 '시간이탈자'에서도 두 명의 남자로부터 구애를 받는다. 한 번은 1983년의 음악교사(조정석), 한 번은 2015년의 형사(이진욱)로부터다.
두 남자로부터 사랑을 받는 역할이라 그런지 임수정은 '시간이탈자'에서 유독 예쁘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이나 '은밀한 유혹' 등 전작에서 조금은 까탈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만큼은 청순가련한 면모를 유감없이 선보인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시점임에도 '소녀감성'이 빛난다. 사랑 받는 것에 익숙한 얼굴을 지닌 임수정을 지난 6일 서울 삼청동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이번 작품에 대해 임수정은 "손꼽힐 정도로 예쁘게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다"며 미소를 지었다.
임수정. 사진/CJ엔터테인먼트
"현장에서도 보호받았다"
'시간이탈자'는 1983년의 음악교사 백지환(조정석 분)과 2015년에 사는 형사 김건우(이진욱 분)가 어느 날부터 꿈을 꿀 때마다 서로의 일상을 보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둘은 꿈 속에서 상대방의 일상을 경험한다. 임수정은 1인2역을 맡는다. 지환의 약혼녀인 서윤정과 건우의 구애를 받는 정소은을 연기한다. 직업은 둘 다 고등학교 과학교사다.
임수정이 연기한 두 캐릭터는 성향이 사뭇 다르다. 1983년의 과학교사 윤정은 소녀스럽고 청순한 매력이 가득 담긴 데 반해 2015년의 소은은 다소 솔직하고 터프한 면이 있다. 건우의 구애에 직접적으로 응한다. 비록 성격적 차이가 있는 윤정과 소은이지만 작품 내에서 위험에 처한다는 점과 남자로부터 강렬한 사랑을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극 중 캐릭터의 설정은 촬영 현장에서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현장에서 정말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배우들이 캐릭터에 몰입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엄청 보호해주더라고요. 조정석씨도 그렇고 진욱씨도 그렇고 저를 사랑하는 극 중 관계를 넘어서 아껴주고 챙겨주고 그랬어요. 두 분 다 매우 젠틀하고, 배우로서 애티튜드가 친절해요."
임수정은 조정석과 이진욱에 대한 칭찬을 이어갔다. 두 배우가 배우뿐 아니라 모든 스태프에 친절하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촬영 현장자체가 밝았다고 한다.
"정석씨와 진욱씨는 배우뿐 아니라 스태프들에게도 많이 배려하는 따뜻한 사람들이에요. 그런 기운이 현장에 두루두루 있어서 전체 팀워크가 정말 좋았다고 생각해요. 저로서는 매우 감사할 일이죠."
친절함은 물론 유머감각에서도 두 사람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임수정은 이진욱이 특히 의외였다고 전했다.
"두 배우의 차이를 느낄 만큼 신경을 쓰지는 않았지만, 둘 다 진지하면서도 유쾌하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열정적으로 임하다가도 여유가 있을 땐 농담을 아끼지 않아요. 처음엔 정석씨가 훨씬 유머러스하지 않을까 생각해는데 진욱씨도 만만치 않더라고요. 입담이 생각보다 좋아서 놀랐어요."
임수정. 사진/CJ엔터테인먼트
"로맨스를 하고 싶어요"
'시간이탈자'의 주요소재인 타임슬립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많이 쓰여왔던 소재다. 그러다보니 차별점을 갖기가 쉽지만은 않다. 아울러 임수정의 역할 역시 인물 그 자체보다 작품 내 장치적인 역할이 더 부각될 우려가 있다. '시간이탈자'의 무엇이 임수정을 끌어당겼는지 궁금했다. 임수정은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답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만 해도 타임슬립은 신선한 소재였어요. 엄청 빠르게 전개되면서, 스릴러인데 멜로가 가미돼 있었어요. 게다가 1인 2역도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에요. 로맨스를 해야된다는 법은 없지만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장르는 멜로이긴 해요. 안 할 이유가 없었던 거죠."
극 중 로맨스를 열망하는 임수정이지만 사실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국내에서 멜로영화가 개봉까지 가는데 어려움이 많다. 속된 말로 '돈 되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올해에도 '나를 잊지 말아요', '그날의 분위기', '남과 여' 등이 개봉했지만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임수정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한국뿐인가요. 헐리우드에서도 멜로 영화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데요.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점점 더할 거 같아요. 그러다보니까 멜로의 롤이 있다면 더욱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임수정. 사진/CJ엔터테인먼트
그러면서 임수정은 30대를 넘어가면서 사랑에 대한 감정이 더욱 강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 더 열렬히 사랑하는 모습을 표현해보는 게 임수정의 바람이다.
"나이가 많이 들어도, 혹은 40대가 넘어가도 중년이 되도 여자이고 싶어요. 여자로 남고 싶고, 여자의 느낌을 주고 싶어요. 얼굴에 주름이 생겨도 섹시하고 아름다운 느낌을 줄 수 있는 배우요. 배우 임수정, 인간 임수정으로서도 그런 모습을 그리고 싶어요."
임수정이 롤모델이라고 칭한 배우는 바로 프랑스의 제인 버킨이었다. 3년 전 내한한 그의 공연을 보고나서 미래의 자신을 좀 더 구체화시켰다고 했다.
"제인 버킨은 중년도 아니고 할머니에 가까운데, 여전히 멋있더라고요. 무대 매너도 그렇고 섹시했어요. 그렇게 나이 들고 싶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사랑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진다는 임수정은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지나서도 사랑받는 여자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임수정이라면 그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50이 넘은 임수정은 과연 어떤 얼굴과 매력을 갖고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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