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해 말 타결된 한·일 정부 간 일본군 위안부 협상과 관련해 당론과 정면 배치되는 발언을 해 파장이 일고 있다.
더민주 이재경 대변인은 26일 오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김 대표와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의 면담 내용을 소개하며 김 대표가 "국민감정 문제, 위안부 협의 문제는 합의를 했지만 이행이 되지 않아서 이행 속도가 빨라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는 위안부 합의는 무효이므로 재협상해야 한다는 더민주의 당론과 배치되는 것이다.
벳쇼 대사는 김 대표의 말을 듣고 "합의가 중요하다. 한·일이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한국 국민 감정을 이해해야 하고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조속한 합의 이행이 중요하다"고 답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김 대표의 말을 거들고 나선 것이다.
이 대변인은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 "합의에 법적 구속력이 있지 않다는 것이 판단이 당의 기본적 입장"이라며 "그 부분이 달라졌다기보다는 외교적 차원의 진전을 위해서는 기왕 합의는 빠르게 이행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은 "김 대표의 발언은 12·28 위안부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절규해 온 피해자와 시민사회에 청와대의 합의 밀어붙이기보다 더 큰 충격을 준다"며 "합의를 옹호하며 그것도 모자라 빨리 이행하라는 제1야당 대표의 발언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배신적 언사"라고 비판했다.
정대협은 "돌이켜보면 김 대표는 지난 3월에도 '일단 국가 간의 협상을 했기 때문에 그 결과를 현재로서는 고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며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외교적 실책을 비판하고 약자와 민중의 뜻에서 역할을 해 나가야 할 야당 지도자라기보다는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이 발언에 이어 오늘 발언은 그의 위험한 역사 인식을 확인시켜주고 무책임하고 무능한 야당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고 지적했다.
정대협은 "12·28 합의는 피해자들을 더욱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으며 오히려 더 큰 장벽이 돼 정의 실현을 가로막고 있다. 제1야당인 더민주의 수장이 졸속 합의를 두둔하며 그 이행을 가속화시키겠다는 뜻을 표현한 것은 아무리 봐도 어불성설이며 야당 자격 상실"이라고 강조했다.
정대협은 "김 대표는 오늘 발언에 대해 즉각 해명하고 피해자와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며 "제1야당 대표직도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잘못 씌워진 감투임이 오늘로서 자명해졌으니 벗어 마땅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와의 환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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