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들도 회사를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부채가 많다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갈 곳이 없다.”(삼성중공업 협력사 대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3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을 찾았다. 이들을 먼저 맞은 것은 ‘조선산업 벼랑끝으로 내모는 정부정책 중단하라’, ‘단물 빼먹고 노동자에 책임전가성 구조조정 결사반대’ 등의 플랭카드들이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변재일 정책위의장,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등 20여명은 이날 대우조선해양 경영진과 노동조합, 대우조선·삼성중공업 협력사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나며 정부의 조선업종 구조조정 움직임에 따른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날 방문은 대우조선해양이 특수선 부문의 분할매각을 고려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노조가 반대 성명을 내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일방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재난지역 선포, 실업자 대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협력사 대표들은 자금 압박을 호소하기도 했다. 김영보 대우조선해양 협력사협의회장은 “경남도에서도 긴급자금을 풀었지만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의 보증서가 없으면 대출이 안 된다”며 “각종 세금과 보험료도 밀려있는 상황에서 차압이 들어오는 일도 있다”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숨통이 트일 때까지만 세금을 분할납부할 수 있도록 해주거나 최저임금 산정·장애인분담금 납부 문제 등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2018년 경에는 조선업이 활황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며, 그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장래를 고려하지 않은 인력 구조조정이나 회사 매각이 이뤄지는 경우 경기가 좋아졌을 때는 바라만 봐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시한 대우조선해양 노조위원장은 “대우조선은 특수선과 상선, 해양(플랜트) 세 가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며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해양물량을 적극 생산하라’는 정부의 주문에 따라 과잉투자되는 등으로 일시적인 어려움에 놓여있지만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현 위원장은 “조선산업은 사양산업이 아니다. 정책을 입안·조율할 때 오판하면 과거 쌍용자동차와 같이 중국으로 기술력이 넘어가는 계기가 된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김종인 대표는 “정부가 구조조정을 말할 때 늘 회사만 놓고 이야기하고 협력사나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종업원의 생활안정 대책이 없는 구조조정은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정부의 신중한 접근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경영진의 방만 경영과 낙하산 인사 선임 등을 막기 위해 노조가 경영 감시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전·현직 경영진에 대한 책임도물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정진석 "조선업계 특별고용 지원업종 지정 신속하게"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이날 거제를 방문해 “정부가 조선업계의 특별고용 지원업종 지정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챙길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원내지도부 민생현장방문’ 회의에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안타깝게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에 대한 특별 대책이 매우 구체적으로 병행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특히 "어떤 표현으로도 지금 처한 어려운 여건과 여러분들의 어려운 마음을 위로하기가 쉽지 않다"며 "어떤 경우에도 우리가 힘을 합하고 지혜를 모아 이 위기를 꼭 극복해 내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선업이 벼랑끝 위기라고 하지만 회사와 정부, 채권단, 그리고 근로자가 그야말로 한마음 한뜻이 되고, 지역사회도 한마음 한뜻이 되어 강구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해야겠다"며 "새누리당도 동원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지난 20일)첫번째 여야정 경제민생현안 점검회의에서 중점을 두고 합의를 봤던 게 구조조정에 관한 내용"이라며 "이해 관계자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현재의 부실과 잠재적 부실의 진단을 토대로 국민 부담이 최소화되는 원칙을 지켜가면서 구조조정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특히 재정의 역할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구조조정에서 제일 중요한 게 근로자의 안정된 생활 대책을 마련해가면서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부산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지역민생 순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선 해운의 구조조정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부산, 울산, 거제, 통영은 지금 현재 몸살을 앓고 있다"며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23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노조사무실을 찾아 가진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거제=최한영·최용민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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