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NGO 단체 ‘문화반창고 소리:D’ 인터뷰
사회적 경제 / 지속
2016-06-14 17:50:06 2016-06-14 17:50:06
그 어느 때보다 다양성이 두드러지는 시대다. 사람들이 지닌 다양성은 사회를 고운 소리로 풍요롭게 채워나간다. 그러나 그것은 때로 너무도 소란스러워, 모두의 귀를 먹먹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무 것도 들리지 않을 만큼. 다만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기에 우리는 각자의 개성에 대한 존중과 이해, 공감을 외친다. 그리고 그것들을 찾아나서는 길에 우리는 소통이라는 존재와 마주한다.
 
서울시 은평구. 평화로운 고요함이 맴도는 혁신 파크엔 ‘소통’을 모토로 활동하는 단체가 있다. 소통과 소통의 밑바탕이 되는 만남을 우선시하는 NGO 단체 ‘문화반창고 소리:D’(이하 소리:D) 의 이상민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문화반창고 소리:D에 대하여
 
‘문화반창고 소리:D’ 로고와 설명. 자료/ 소리:D 블로그
 
Q. ‘문화반창고 소리:D’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단체의 이름인 ‘소리:D’는 소리와 Design의 합성어로, 소리를 디자인하자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수화를 활용한 디자인 콘텐츠 제작을 해왔고, ‘청각 장애인들의 문화콘텐츠 활성화’라는 미션으로 농인(청각 장애인)과 청인(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 진행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런 활동 과정을 통해 소리:D의 소리가 청인, 농인이 모두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삶의 소리’라는 개념으로 확정되어 가고 있다 생각합니다.
 
Q. 농인들과의 교류에 포커스를 맞춘 단체라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그 이유도 궁금하고요.
 
농인만을 위한 활동을 하고자 소리:D를 시작한 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소수자와 비주류 문화를 활성화 시키고 싶다는 차원에서 시작한 활동이죠.
 
소리:D 활동을 시작했던 멤버가 저를 포함해 세 명이었는데, 그 중 한 명이 수화 통역사였습니다. 초창기에, 각자의 분야에서 우리가 공동체 생활에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활동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그런 과정에서 ‘청각 장애인’이라는 모티브가 수화 통역사 친구로부터 나왔죠. 이 친구를 만나면서 농인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살면서 농인들과의 연결 지점이 나에게 없었다는 것이 충격으로 다가왔고, 이 충격 때문에 농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젝트를 계속 해왔던 것 같습니다.
 
Q. 다른 청각 장애인을 위한 단체들과 차별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존 농인 관련 단체들과 저희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저희 활동가들이 전부 청인이라는 점입니다. 저희는 전부 농인이나, 그와 관련된 분야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청인으로서 농인과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같이 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했습니다. 그런 단체의 특징이 있었기에 활동을 꾸릴 때 다른 관점에서 생각 할 수 있었던 것 같고, 우리가 생각하는 소통의 개념을 말하며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자면, 저희가 진행하는 활동 중에 ‘수화 아파트 303호’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청인인 우리가 느꼈을 때, 좀 쉽고 덜 무거운 수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만든 프로그램이죠. 수화 관련 디자인 상품도 청인의 입장에서 재미있고, 수화에 접근하기 굉장히 좋을 것 같은 것들을 선정해서 만들게 되었습니다.
 
끝으로 우리 단체의 이러한 특성이 궁극적으로 농인과 청인이 함께 즐길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는데 일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단체에서 진행되는 활동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소리:D의 활동들에는 일련의 단계가 있습니다. 처음엔 비주류 문화라던가, 다른 문화들이 받아들여지려면 기본적으로 많이 볼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과 문화 간의 접촉 면적을 늘려야겠다고 느꼈죠. 아무리 알면 좋은 것도, 실제로 주변에서 볼 수 없다면 관심이 생기지 않아요.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시각적으로 쉽게 볼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나면, 그것이 교류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단체 멤버들 중에서 문화 상품 개발자도 있었고, 저 또한 미술공예를 전공했기 때문에 디자인 쪽으로 먼저 접근했고요. 화장실에 붙어있는 ‘오늘의 명언’과 비슷하게 수화 이미지와 단어를 결합한 판넬을 매주 바꾸는 작업을 진행했었어요. 또, 대학생 친구들과 단체에서 제작한 수화 캐릭터 스티커를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무료로 배포했었는데 반응이 참 좋았습니다. 다들 ‘이게 수화구나!’하면서 한 번씩 따라하는데, 뿌듯하더라고요.
 
좌 수화 캐릭터 스티커, 우‘수화 아파트 303호’진행. 사진/소리:D 블로그
 
다음에는 사람들과 직접 만나서 교류를 하고 싶었습니다. 수화가 농인 문화의 일부이기에, 그것을 가지고 같이 이야기 해볼 수 있는 모임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수화 아파트 303호’라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죠. 프로그램에서 주안점을 뒀던 것은 사람들이 수화에 긍정적인 관심을 갖고, 더 나아가 스스로의 일상과 결합시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편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자기와 비슷한 관심이 있는 사람을 만나 서로 이야기하고, 피로한 만남이 아닌 따뜻한 분위기에서 힐링이 될 수 있도록요. 체계적인 교육에 대한 계산을 하기도 했었지만 그런 역할을 하는 다른 전문 기관이 있기 때문에, 저희 단체는 사람들이 수화에 대한 재미와 신선함을 느끼도록 동기부여를 해주는 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더 심화된 수화 공부를 원하시는 분들껜, 저희의 정보망을 제공해 전문 단체와 연결시켜드렸고요. 지금까지 네 번의 수화아파트 모임이 있었고, 올해 다섯 번째 ‘수화아파트 303호’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단계를 거치고 나니, 정작 교류하고 싶었던 대상인 농인들과 접촉한 경험이 많이 없더라고요. 청인과 농인이 함께 무엇인가를 해봤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고, 그런 생각으로 수화 연극 ‘치고받고 놀래’를 진행했습니다. 배우 경력의 유무와 관계없이 사람들을 모았고, 청인들 중에는 연극 유경험자도 있어서 전문성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시나리오도 작가님을 섭외해 창작 시나리오를 받았고, 그것을 수화통역사님들과 수어로 번역해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영화의 경우 배리어 프리 [barrier free] 영화가 있지만, 연극의 경우 연극 자체에 수화와 자막이 필요하기 때문에 농인들을 위한 연극은 아주 적은 편입니다. 수화 연극만 전문적으로 하는 대기업이 있지 않은 이상, 연극 개수가 한정적인 것은 불가피합니다. 그래서 연극을 처음 만들 때 청인과 농인이 같이 즐길 수 있다는 의미를 넘어, 하나의 콘텐츠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게 하고 그들에게 색다른 문화의 매력을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수화 연극 ‘치고받고 놀래’ 공연. 사진/소리:D
 
Q. 앞으로는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방향성 정도의 이야기가 진행되어있고 자세한 기획은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접근하기 쉽고, 사람들이 재미있게 느낄 수 있는 활동들이 늘어나야 긍정적인 인식이 쌓인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수화 아파트 303호’와 비슷한 규모로 청각 장애인이 아닌 다른 모임 형 프로그램을 생각 중에 있습니다. 다양성과 소통을 위해 움직이는 단체이기 때문에 새로운 대상과 활동들로 폭을 넓혀나갈 예정입니다.
 
‘문화반창고 소리:D’ 대표 이상민. 사진/소리:D
 
소통, 그 가치를 좇다
 
Q. 소리:D의 주된 모토가 ‘소통’이라고 알고 있어요. ‘소통’이라는 모토를 지니고 활동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소통’은 우리가 계속 함께 살아갈 것이라면, 누구에게나 당연하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디에서나 중요하고, 인류라는 존재가 다 같이 모여 산다면 어느 시대에나 나올 수 있는 화두지요. 언제나 접근해야하는 키워드고요.
 
소통을 한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살아가기 위해 소통을 어떤 방식으로 실현할 것인가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 단체, 각 개인마다 그것은 다를 겁니다.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지점들을 만들어가는 것에 대한 방법적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는 거죠. 그래서 소리:D는 단체 나름대로의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단체의 활동들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같이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하고 있습니다. 소통의 방법은 계속해서 실험할 것이고요.
 
Q. 그 동안의 활동들을 통해서 소리:D가 찾은 소통의 방법이 궁금합니다.
 
소통이 힘든 이유는 ‘자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지키려하는 자아의 개념이 개인으로써 필요하지만, 그것이 소통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소리:D는 다양한 만남을 추구해 보았습니다. 말로 전해 듣는 것과 실제로 만났을 때 느끼는 충격, 생각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에요.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보고, 느끼고, 체험했을 때 자아의 틀이 변형되고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리:D는 만나고 부대끼는 데에 연연하는 편이에요.
 
농인에 대한 에티켓을 설명하자면 수 천 페이지로도 모자를 거예요. 길에서 농인들이 수화하는 모습을 가급적 쳐다보지 말라, 농인과 대화할 때는 얼굴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해주는 것이 좋다...이런 에티켓들이 공부해야하는 것, 조심해야하는 것으로 치부되면 접근하기가 어려워져요.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농인과 청인이 만나서 생활해보고 느끼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만나서 함께 생활하게 되면 매뉴얼적인 접근이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자연스럽게 교류해나가는 과정이 용이해지거든요. 수화 연극을 통해 직접 만났을 때 유대감이 깊어진다는 걸 더 확인할 수 있었죠. 이런 만남이 소리:D 나름의 소통법입니다.
 
Q. 소통이라는 것이 막연하기도 해서, 그것을 모토로 두고 활동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소리:D의 경우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어려움 많죠(웃음). 가장 어려운 것은 마인드 컨트롤이에요. 자신의 믿음과 신념이 현실에 부딪혔을 때 어려운 경우들이 많잖아요? 그런 것과 비슷한 맥락이에요. 현실과 자신을 계속 맞춰나가는 부분에 있어, 본인의 신념과 생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유지하는 것도 능력이더라고요. 그런 것이 굉장히 어렵다고 느낍니다. 
 
또 공동체 결성이 어렵다는 생각도 합니다. 소리:D의 구성원들이 서로 비슷한 점을 바라보고 활동을 시작했지만, 활동을 진행하면서 의견 차이가 굉장히 많이 생기기도 하죠. 이런 부분을 잘 조절하며 건강한 단체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공동체 결성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효율만을 따지기 보다는, 의사결정  과정도 중시하고 자유롭게 논의하는 구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소리:D가 문화단체라 명명하고 활동하기에 이런 것들을 적절히 가꾸며 건강한 단체로 발돋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그런 어려움에도 소리:D가 지속되는 원동력은 뭔가요?
 
본래 자기들이 살던 곳에서 갖지 못한, 느끼지 못한 어떤 것이 있기에 활동하는 것이 아닐까요. 평상시 내 삶에서 볼 수 없고, 얻을 수 없는 가치가 있기에 활동하고, 그런 가치는 협력하고 함께 사는 삶에 대한 갈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게 가장 적절한 표현일 것 같네요.
 
Q. 끝으로 소리:D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단체가 지속가능하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지속가능의 원천은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체를 잘 만드는 데에 있고요. 그러기 위해서 대화와 소통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누락되는 구성원이 없도록 노력해야죠. 
 
또, 단체를 겪어 간 사람들이 느낀 경험들이 기성 마인드에 젖어들지 않게, 소리:D의 괜찮은 문화를 지속하고 싶습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유대하고 싶고요. 이야기하고, 유대하고, 협력하고 소통하며 사는 법을 모색하는 것 또한 목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 청년 허브 미닫이 사무실의 소리:D. 사진/소리:D
 
 
현재 소리:D는 ‘청년 허브 미닫이 사무실’에서 ‘서울 혁신 파크’로 사무실을 이전, 새로운 터전을 가꾸고 있다. 청각 장애인을 넘어 소수자와 비주류 문화를 알리고, 만남과 진솔한 소통을 할 소리:D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
 
 
 
이지윤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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