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 빅3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각 사의 노동조합이 일방적 인력 구조조정에 반기를 들고 연대 투쟁을 예고하고 나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노조는 회사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지만, 그 책임을 직원들에게만 전가하고 있어 결사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른 감은 있지만, 투쟁의 수위를 높이기 위해 조선3사간 ‘집단 연대투쟁’ 가능성도 내비쳤다.
대우조선 노조, 상경투쟁...'연대파업' 가능성 시사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16일 산업은행에 ‘특수선 분할 반대’, ‘인위적 구조조정 반대’, ‘3자 참여 자구계획안 마련’ 등의 내용을 담은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산업은행 앞에서 상경집회를 진행했다.사진/김영택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 노동조합은 16일 오후 2시 채권단인 산업은행에 ‘특수선 분할 반대’, ‘인위적 구조조정 반대’, 3자 참여 자구계획안 마련’ 등의 내용을 담은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산업은행 앞에서 상경집회를 진행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기존 구조조정 계획에 변화가 없을 경우 투쟁수위를 높여 나갈 수밖에 없다”면서 “회사와 채권단, 노조 등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계를 구성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시한 대우조선 노조위원장은 뉴스토마토와 만나 “서로 사업장은 다르지만, 현재 조선소가 놓인 상황은 같고, 당연히 다른 조선사와 함께 연대해 투쟁할 가능성도 높다”면서 “조선소는 우리의 삶의 터전인데, 채권단과 경영진이 일방적 구조조정만 요구할 경우 파업 투쟁뿐 아니라 더 극한 투쟁도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시한 대우조선해양 노조위원장은 다른 조선사와 함께 연대 투쟁할 가능성에 대해 처한 상황이 같기 때문에 조건이나 여건이 된다면 함께 연대 투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김영택 기자
조현우 대우조선해양 정책기획실장 역시 “현대차·현대중공업 투쟁은 임단협 차원이고, 우리는 구조조정 투쟁이어서 성격이 다르긴 하다”면서 “현재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조건과 여건이 되면 당연히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연대 투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3일~14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대우조선 노조 파업 찬반투표에서 파업 찬성이 85%로 압도적으로 가결시켰다.
이 투표는 지난 8일 사측의 자구계획 발표가 노조와의 대화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데 따른 것이다. 조합원의 압도적 파업 찬성 투표 결과에 노동조합은 집단 투쟁에 명분을 쌓는 등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노조는 대우조선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불법적 행위, 잘못된 판단에 따른 대규모 손실을 직원들에게만 떠넘기고 있다는데 분노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5일 감사원은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이 저가수주로 약 5조원대의 부실과 1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 정황을 포착했다.
거짓흑자로 회사가 쓰러지는 상황에서도 877억원의 ‘격려금’ 잔치, 방만경영을 알고도 눈감고 방치한 산업은행, 8년간 180억원을 횡령한 차장 등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현대중·삼성중 노조, 인력 구조조정에 강경 대응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15일 사내 방송을 통해 “우선 7월부터 경영이 정상화 될 때까지 박사장은 임금 전액을 반납하고, 임원들은 30%를 반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모든 임원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백의종군의 자세로 경영 정상화에 앞장서기로 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오는 2018년까지 3년간 전체 임직원의 30~40%를 자르고, 당장 올해 15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에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즉각 성명서를 내고 자구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총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삼성중공업 노협 관계자는 “경영진과 정부가 모든 잘못을 저질러 놓고, 그 책임을 노동자에게 덮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대중공업(009540) 노조 역시 16일 현대차 등 민주노총 소속 노조와 함께 다음달 17일 총파업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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