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정부가 지난 10년간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110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2014년 기준 1.2명에 머무르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20대 국회 초반부터 활발하다. 정부의 대책이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은 전담부서 설치를 정부에 요구하는 등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새누리당 김학용 의원은 21일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은 보건복지부만의 힘으로는 힘들다”며 “일본 정부가 2010년 10월 저출산 대책 전담부서인 ‘1억 총활약상’을 설치한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억 총활약상 장관에 최측근인 가토 가쓰노부를 임명했으며 총리실 직속에 사무국을 둬 실무를 총괄토록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보건복지부의 과장이 실무를 전담하는 것과 대비된다.
김 의원은 “저출산 문제는 취업·결혼 등이 늦어지는 문제와 연동되는 문화·철학적 측면이 녹아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만으로는 해결이 안된다”며 인구·고령화 문제를 총괄하는 부처를 신설하라고 촉구했다.
기존 보육 중심의 저출산 대책을 이제는 결혼을 하지 않거나 늦어지는 현상을 해결하는 것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혼이 늦어지는 것과 함께, 환경오염과 스트레스, 과도한 노동시간 등으로 난임부부가 증가하는 것을 해결하는 식으로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부터 시행된) 3차 기본계획에서는 만혼·비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주거 등에서 구조적 해법을 모색하는 한편 일과 생활의 양립 실현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은 회의에서 “내년 10월로 예정된 난임시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황나미 박사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주최 저출산 대책 정책토론회에서 “난임여성에 대한 휴가·무급휴직제를 도입하고 임신과 출산, 산후 건강관리에 소요되는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가임기부터 입학 전 보육에 이르는 제도의 기반을 닦기 위한 전담 과를 신설해 재원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세액공제 확대를 통한 출산장려 정책을 논의했다.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세제개편 당·정 협의 후 브리핑에서 “저출산·고령화 인구절벽에 대비해 출산을 장려할 수 있는 세액공제 확대 필요성을 제기했다”며 “지난해 둘째 출산시 적용되는 세액공제를 30만원으로 늘린 것을 더 확대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자체적인 대안 마련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더불어민주당 원혜영·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은 의원연구단체 ‘퓨처라이프 포럼’이 그 예다. 포럼은 앞으로 저출산·고령화 사회 도래에 따른 환경 변화와 위협요소를 예측하기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그 결과를 입법활동에 반영할 방침이다. 김무성 의원은 “한국이 맞이한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 진입은 핵폭탄과 같은 문제”라며 “19대 국회에서의 1기 포럼에 이어 미래에 대비하는 입법 마련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더민주 남인순 의원은 이날 “자녀를 1명 낳을 때마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1년씩 연장해주는 ‘양육크레딧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며 “출산율 제고를 위해 첫째 아이부터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저출산·고령화대책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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